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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아기랑 함께

7세 딸의 최애 장난감은 무엇일까

한참 솜인형 좋아하던 나이를 지나, 지난 번에 얘기했던 풉씨 토이에 이어...
요즘 새롭게 딸이 꽂힌 장난감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바로 엘오엘 써프라이즈인데요.
이 캐릭터로 다양한 장난감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유치원을 가게 되면서 아이들끼리 좋아하는 장난감을 얘기하다가 딸이 이 장난감의 존재를 알게 된 것 같아요.

저한테 처음에는 '에로엘'이라 얘기해서, 에로엘이 뭔가.... 그냥 바비처럼 이름인 줄 알았어요.

그러다가 마트 브로셔에 LOL이라고 써진 것을 보게 되었고, 점차 딸은 LOL SURPRISE 까지 전체 이름을 말하며, 다음 생일 선물은 엘오엘 써프라이즈 사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컸습니다 >..<

그러던 어느날, 딸아이의 유치원 친구가 3월 초에 생일이라 엄마한테 LOL 30센티 정도 크기의 인형을 선물 받은거에요.

이미 5세까지 선물받고 사주고 한 인형들이 한 ~~상자라 더이상 인형은 안된다고 약속했기에, 다행히 그걸 사달라고는 안하더라고요.

그런데 알고 보니 엘오엘의 세계는 너무나도 방대한 것이었습니다 !!!!


인형뿐 아니라 엘오엘 라인의 여자아이 캐릭터가 여러 개(정확한 숫자를 몰라요) 되고, 별별 관련 굿즈가 다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반짝이를 섞어서 뭘 만드는 거더라고요.

이것 말고도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써프라이즈로 상품을 직접 볼 수 있는게 아니라, 뭐가 들어 있을지 몰라 열어본 다음 어떤 인형이 있는지 놀라게(?) 되는 방식입니다.

주말에 쇼핑센터에 만나 남편과 아이와 함께 브런치를 먹고,
저는 커피숍에 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남편이랑 딸은 바로 집으로 갈 건지 물어봤죠.

그랬더니 갑자기 딸이

우리 밤뷸레(Bambule) 갈건데~~

합니다. 밤뷸레(Bambule)는 체코에 있는 어린이 장난감 가게 거든요. 체코 에 있는 다른 어린이 장난감 가게는 스파르끼(Sparky), 햄리스 (Hamley's) 등이 있습니다.

밤뷸레를 간다는 소리에 저는 눈이 휘둥그레졌죠~

왜? 무슨 일로 장난감 가게를 가야되는데?
음...왜냐면 엘오엘 서프라이즈가 없는데 하나 가지고 싶어서
그냥 가지고 싶다고?

그럼 엄마도 비싼 차 타고 싶고, 엄청나게 큰 하우스도 갖고 싶어. 그럼 사야겠네?

제 말을 들은 딸아이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제가 다그치듯 대응하는 이유가 있는데요,
제가 5월에 혼자 여행을 2번이나 가야하는데, 그때마다 각각 1번씩 이 장난감을 사주기로 이미 약속을 한 상황이거든요.

두 여인의 대립을 지켜보고 있던 남편이 얘기합니다.

근데 부인, 내가 오늘 나오면서 밤뷸레 가서 한번 얼마인지 봐 보자고 했거든.
ㅡ.ㅡ ^ 빠직

안녕하세요, 엘오엘 서프라이즈에요. 저 예쁜가요?

남편, 오늘은 장난감을 사야되는 이유가 전혀 없잖아. 그리고 내가 여행가면 2개 선물 사준다고 얘기했어
그게 아니라, 오늘 밤뷸레 가서 얼마인지만 보자고


아후, 7세 아이가 장난감 가게에 가서 마음에 쏙 드는 장난감을 눈 앞에 보고 나서

아버님, 제 생각에 이 장난감은 너무 비싸네요. 지금 필요하지 않으니 아무래도 다음에 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러겠냐고요~~ 당연히 사달라고 조르죠.

부인 나는 너무 약한 아빠야

딸도 이런 아빠의 나약함(?)을 잘 알고 있기에 사달라 얘기했겠죠.

근데 제가 2개 사주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더 사주는 것 아니다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이 플라스틱 300 (1만5천원)코룬이에요~ 손에 반짝이 묻는 건 덤이랍니다~

딸~ 엄마가 이미 2개 사주기로 약속했잖아, 그치?
근데 그건 엄마가 사주는 거고, 이건 아빠가 사주는 건데
우리가 엄마가 2번 여행가니까, 딱 2개만 사기로 했잖아. 오늘 아빠가 사주면 몇 개가 되지?
3개
봐, 2개 사기로 약속했는데


대화가 이어질수록 엘오엘을 살 확률이 낮아지니, 딸의 눈에 눈물이 서서히 차오릅니다.

고민을 하다 제가 여행 가는 5월 중순까지 기다리기에는, 아이에게 무리인 것 같아 제안을 했습니다.

그럼 우리가 2개 사기로 했으니까, 오늘 아빠가 1개, 나중에 엄마가 1개 사 줄게
응응. 으아아아아아~~~~~~앙
울지마~~ 이제 사러 가잖아


아이를 한동안 꼭 안아주고 달래서 장난감 가게로 보내고, 저는 커피숍으로 왔습니다.

제가 커피숍에 있는데 장난감을 사서 집에 가는 길에 딸이 자랑하러 왔습니다.

남편은 열심히 포장을 뜯으며 방실방실 웃는 딸을 보며 한마디 합니다.

나는 애들이 왜 이렇게 좋아는지 알겠는데~게다가 요즘 언박싱(unboxing :물건의 포장을 하나씩 차례차례 열어보는 행동)이 유행이잖아
아니, 그렇겠지. 애들한테 재밌고 이쁘겠지
.

공은 불필요하게 2번이나 포장이 되어 있고, 안에 작은 부품마다 개별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우와~이 작은 장난감에 하나에 이렇게나 쓰레기가 많이 나오다니 ㅠ,ㅠ
아이가 조립하면서 얼굴을 만지니 얼굴에 반짝이가 묻었습니다.

여전히 마음에 썩 들지 않는 표정으로 제가 바라보고 있었나봐요. 남편이

ㅋㅋㅋㅋ 아놔~ 부인 표정 좀 봐
안봐도 내 스스로가 어떤 표정인지 알거 같애

세상 다 가진것처럼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며 기분이 좋다가도,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보면서 걱정도 됩니다.

설명서를 보니 장난감 구성품 중에 우유팩 같은 게 있었는데, 거기에 물을 담아 이 인형한테 먹이면 인형의 색깔이 변한다고 하네요. 참으로 신비한 어린이 장난감의 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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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장난감 조립하는 딸의 바지를 보니, 헉. 무릎에 왕구멍이 났네요.

바지들이 다른 곳은 멀쩡한데 무릎만 자꾸 구멍이 나서, 처음에는 딸이 자주 넘어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조금 일찍 아이를 데리러 간적이 있었는데, 애들이랑 놀면서 자기가 '고양이, 강아지' 역할을 하면서 바닥을 무릎으로 열심히 기어다니고 있더라고요.

아직도 유치원에서 열심히 반려동물 역할하면 잘 놀고 있는 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