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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아기랑 함께

딸아이 장난감 취향 변천사

아이가 커가는 속도만큼, 제 나이도 함께 쑥쑥 먹습니다 ㅎㅎ 어느덧 아이가 자라 만6세가 넘어 이제는 국립 유치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체코 학교는 9월이 1학기 시작이라, 2022년 9월부터는 학교를 가고 학부모가 됩니다.

아이가 커가면서 여러 변화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좋아하는 장난감의 형태가 변하고 있습니다.

3~4세까지는 폭신폭신 솜인형을 좋아했다면, 5세가 넘으면서부터는 작고 꼬물꼬물한 장난감을 좋아합니다.

레고도 좋아하기는 하는데, 가끔 키덜트인 제가 좋아서 사주는 것 같기도 해요 ^^

지난해에 주말에 집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풉씨 토이(Poopsie toy)를 가지고 싶다고 합니다.

어떻게 생겼냐면요. 온통 알록달록 머리카락에, 유니콘 모양도 있고요.

그냥 독특하다고 하기에는 저한테는 좀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사주고 싶지 않았어요


근데 갑자기 딸이

이것만 사면 다른 인형 절~~대 안 살게

라며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그냥 사달라고 조르거나 징징거렸으면 넘어갔을 텐데, 너무도 간절히 원한다고 얘기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기에 저와 남편은 한 개 사주기로 했습니다.

이 녹색 인형을 샀는데, 실물 보니 생각보다 작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렇게 기괴한 모습의 인형을 이 가격에 주고 사다니. 정말 사주고도 고개가 저어집니다.

눈을 보니 속눈썹은 또 왜 이렇게 긴가요?


못마땅해하는 제 표정을 보더니 딸이 묻습니다.

엄마! 엄마는 풉씨 토이 안 좋아하지?
음.....


눈도 비정상적으로 왕방울만 하고 요상한 비율이라 싫은데, 직접적으로 싫다 말하면 딸이 속상할까봐 좀 돌려 말했어요.

아니, 싫은 건 아닌데 엄마가 보기에는 눈이 너무 크고 눈썹도 너무 길고

저희때는 바비 인형이나 미미 인형이었던거 같은데 말이죠. 인형들의 비현실적인 8등신 구조도 문제이긴하죠;;

인형을 사면 며칠은 열심히 가지고 놉니다. 그리고 잠을 잘 때도 풉씨 토이랑 같이 자겠다고 합니다.

이 장난감을 침대에 눕혀놓고 불을 껐는데, 어머나~! 이게 왠걸~~! 인형이 야.광. 입니다.

딸~ 이거 봐. 빛나지
이야, 엄마. 진짜네


기대치 못했던 야광 기능이 있다니... 이 장난감에 대한 호감도(?)가 약간 상승됩니다. ㅎㅎ

딸이 그렇게 갖고 싶어하던 풉씨 토이의 인기를 실감한 일이 있었는데요,

딸이 유치원을 갈 때 인형을 하나씩 챙기는데 하루는 풉씨 토이를 가져간다고 합니다.
성인 남자 주먹을 합쳐놓은 것보다 약간 큰 정도 밖에 안되어서 오케이 했죠.

유치원에 들어가 실내화로 갈아 신고 가방에서 인형을 꺼내서 안고 들어 가는데,

같은 반 여자아이 하나가 갑자기 딸한테 친근하게 다가 오면서

어머~~~ 너 풉씨 토이 있구나~~

하면서 갑자기 어깨동무를 하며 살짝 끌어 안아 줍니다. 핫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어서 다가오는 것 같다고 해야할까요.

그 광경이 좀 유치원생의 반응치고는, 어색하고 가식적으로 느껴지기도 해서 남편한테 얘기를 했어요.

풉씨 토이 가지고 들어가니까, 돌고래 목소리로 어머~ 너 풉씨 토이 있구나~ 하면서 우리 딸을 끌어 안더라고
이건 뭐 내가 롤렉스 시계 비싼 라인 사고 친구 만나러 갔을 때, 이야~~ 롤렉스~~ 하는 그런 느낌인가?

풉씨 토이를 대하는 다른 아이의 반응을 보니, 딸이 왜 가지고 싶었는지 이해는 되더라고요.

딸도 자기 인형 자랑하고 과시하고 싶었겠죠. 한동안 풉씨, 풉씨 노래를 하더니, 이제는 관심이 없더라고요.

하지만 이때는 몰랐습니다. 더 강력한 장난감이 다가오고 있음을.....

다음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