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체코 2월 겨울 날씨는요~
0도 주변에 머무르지만 영하로도 내려가며 간혹 눈도 내립니다.
저희 부부는 주말에 특별한 계획이 없으면 보통 늦은 점심을 먹고 장을 보러갑니다.
오늘 늦은 점심을 뭘 먹을까~~ 얘기를 하다가 ~~~~
갑자기 제 머리에 해산물이 뛰어노는 그림이 띠웅!!!
- "나 해산물 너무 먹고 싶다ㅡ하~~그 태국음식점 갈까?
새우요리 매콤하게 하는데,,"
"하ㅡ난 고기 땡기는데~~"
-"난 체코에서 고기 자주 먹어서 그런지..
그렇게 고기 생각은 잘 안나는거 같아. "
"체코 사람인데~~"
-"내가 무슨 체코 사람이야? "
"체코 사람은 고기 떙기지. "
뭔가 대화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 듭니다.
-"난 체코 사람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잖아.
더군다나 해산물 좋아하니 한동안 안 먹으면 먹고 싶은걸ㅡ"
"아니~ 당신이 체코 사람이라는 말이 아니라, 체코 사람들은 보통 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나는 해산물 좋아하는 한국사람이라 고기 생각 그렇게 않나.
더군다나 체코에 살면서 부터는 고기 많이 먹으니까.
여긴 해산물이 부족해서 그렇지..."
"체코는 내륙국가라서 바다가 없어. 한국에는 있지만"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뭔가 남편이 점점 언짢아합니다.
-"응. 알어알어. 내륙국가에 살아도, 체코 고기가 맛있어도.
해산물이 떄가 되면 먹고 싶은 걸 어쩌라고.
하... 체코도 바다가 있어서 해산물 많이 있으면 좋겠당.
"그렇게 바다가 좋고 해산물이 좋으면 한국에 있지,,,
체코에 올 때 당신 오고 싶어서 voluntarily 왔잖아!
voluntarily voluntarily voluntarily !!!
완전 서운합니다. 남편이 미워서 눈물이 그렁그렁해집니다.
눈물 꾹 삼키며 얘기를 계속했죠.
-"내가... 자발적으로 왔다고?"
"그럼 내가 강제로 오게 했어? 당신이 결정 내린 일이고 외국에서 살고 싶어 했잖아."
"그래! 내가 외국에서 살고 싶었지만...
체코로 온 건 당신이 중요한 이유라고!!"
"근데 당신이 그런 말 할때 마다 내가 얼마나 미안하고 죄책감 느끼는 줄 생각해봤어?
괜히 체코 데려와서 고생시키는 거 같아 내 자신이 싫어진다고ㅡ
당신을 자꾸 불행하게 만드는거 같아서... 알겠어?
여보가 행복하지 않으면 내가 행복할수 없어.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게 내가 사는 이유니까..<3 "
어....혹시 닭살 대패 심하게 필요하신 분~~~???
왕닭살 이야기지만요....
남편의 얘기를 듣고 있으니, 부인은 어느새 마음이 눈 녹듯 녹아내리네요ㅡ
다시 한 번 남편의 사랑을 확인 받은 부인은 그냥 베시시~~~~ 그리고 나서 왕새우 볶음밥 먹고 나니 기분은 더 나아졌고요.
밤에 자기 전에 낮에 제가 투덜 거렸던 일들을 생각해보며,
투정이 조금 과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속상한 표정을 짓던 남편의 얼굴도 떠올려 보며, 이사람 정말 마음이 아팠겠구나 싶습니다.
그래서 침대에 옆에 자려고 누워있는 남편을 꼭 안아주면서.
마음에 한가득이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는게 사랑인것 같아ㅡ
오늘은 이렇게 말해 봅니다.
-"여보. 사랑해.
당신과 함께라서 정말정말 저~~~엉~~~~말 행복해."
" 헤헤. 근데,,,, 체코는
새우 없다. 바다 없다. 가족이도 없다.
친구 조금만 있다. 사람들 냄새난다.
사장님 나쁘다. 사무원들 나쁘다.
날씨가 안 좋다. 물도 안 좋다....
그래도 행복해? "
"어.....엉??"
그러고보니 한국을 다녀온 뒤로, 계속 제가 했던 불평들이네요.
남편의 입으로 듣고 나니 좀 민망하고 부끄럽습니다.
- "근데 그거 알어? 체코에 대해서 이것저것 불만은 있지만....
남편에 대한건 하나도 없다 "
"그러면 이런 거 다 없어도 행복해??"
- "어.... 아쉽기는 하지. 허전하고. 근데 이부분은 어쩔수 없는거니까ㅡ"
"그럼 여보는,,,, 나랑 있어도 완전히 행복할 수는 없는 거네? :( "
-"그건... 모든 행복을 다 가지고 사는 사람이 어딨어~
난 다른 것보다 남편만 있으면 돼"
같은 국가에서 동반자나 배우자를 만나신 분들은
제가 블로그에 올리는 고민이 많이 공감이 안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특히 한국인-한국인 커플로 사는 게 그 자체로 축복이라는 거.. 잘 느끼기 어렵지 않으신가요? ^^;;
제가 국제 커플로 살다보니 결혼 법적 절차 문제가 까다롭지 않은 것,
한국언어와 문화의 이해 차이가 없는 것이 한-한 커플의 좋은 점이라는 걸 느꼈거든요. ^^
보통 "우와~~ 한국 사람이랑 결혼하니까 좋겠다~~"라고는 잘 안하잖아요.
하지만 국제 커플인 제가 볼 때는 "한-한 커플이라서 축하드려요"가 되는거죠.
그렇다고 "국제 커플은 축복받지 못했다"라고 말하는 건 아니라는 거,,, 아시죠? :)
제 생각에는 어떤 커플이던 서로 둘만의 고민과 문제가 있고 걱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한 커플들도 말 못하는 부부 문제 있을 수 있죠.
단지, 국제커플은 상황이 특별하다 보니 고민도 더 도드라져 보이게 되는 면이 있고요.
특히 거주지와 생활 반경을 옮겨야 하는 경우가 생겨, 결혼 후 변화는 더 커보이는 것 같아요.
보통 국제 커플은 언젠가 한쪽이나 양쪽 모두 본거지를 옮겨하므로,
초기 생활이 한-한 커플보다 불안한 출발/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한쪽이 옮기게 되는 경우에는 뜻하지 않은 향수병이 종종 오게 되고,
그럴 때 마다 괜히 상대에 대한 원망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당신 아니었으면 이 나라 안 왔어.'
'여기 와서 고생하는 건, 당신 때문이야!'
라고 탓하게 되고요.
원래 부부싸움은 싸운 걸로 계속 싸운다잖아요. 국제커플은 괜한 원망을 하게 되지 않나 싶어요.
한국사람으로 다시 환생시켜 살 수도 없고말이죠 ㅎㅎ
이런 말 하면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인 줄 알면서도, 버럭하면 쉽게 튀어나오는 말이기도 합니다. 상대방 때문에 그 나라에 오기로 끝내 결정한 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또 상대 입장에서 보면, 강제로 어거지로 팔다리 꽁꽁 묶어 그 나라에 데려 온 것도 아니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딜레마 같아요.
'내가 이 나라에 온 건 결국 당신 때문인데,
그 최종 결정은 성인인 내가 내렸고......흠.... '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께서 "한국 남자 만나지, 그럼 왜 외국남자 만났나?" 라고 반문하신다면.
이미 결혼하신 분들은 아실거에요.
부부가 되는 인연은 정말 신기하고 우연을 가장한 운명의 강력한 힘에 이끌리듯 맺어지는 거라는거요.
배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 처럼,,,,
원하는 국적을 선택하거나 직업, 집안을 선택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요.
연애를 하고 계시는 분들, 부부가 되신 분들. 모두들!!
쑥스럽지만 오늘 한 번쯤은,,,, 당신과 같은 신비로운 인연을 주셔서 감사한다고 - 얘기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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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남자분이나 체코 여자분과 체코에서 결혼하실 때 필요한 준비서류가 궁금하신 분들은
체코 내무부 웹사이트
Useful Information > Immigration> Third-country nationals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http://www.mvcr.cz/mvcren/article/third-country-nationals-third-country-nationals.as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