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한번은 꼬박꼬박 가던 한국이었는데, 아기가 생기고 나서 아기랑 둘이 비행기 탄 경험을 한 뒤로는 다시 둘만 비행기를 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정말정말 가고 싶은 한국인걸요 ㅠㅠ

아기도 많이 자랐고 이제 육아휴직도 서서히 끝나가고 복직을 앞두고 한국을 한번 다녀오기로 결정했습니다. 제 나름 큰 결심이었어요. 

평일에 도착하는 비행기라서 인천에 사는 친구집에 잠시 머무르다 서울 언니네로 갈 예정이었는데요, 갑자기 조카가 수족구 증상을 보여 언니네 가족과의 만남은 미루어지게 됐습니다.

제가 해외에 살다보니 올해 태어난 조카 얼굴을 한번도 못봤네요


체코에서도~ 한국에서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예전 같으면 저만 한국에 와서 돌아다니니 눈길 받을 일이 없었지만, 아기의 머리카락이 많이 자라면서 색이 밝아서 사람들이 쳐다보게 되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정말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에 와서 제 자신에게 놀란 점은 허기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꾸준히 친구를 만나 외식을 하는 탓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체코에서 느꼇던 속이 허~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음식이 풍요로운 한국에 왔는데도 마구마구 먹지 않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이외에도 체코생활하다 한국에 오니 한국에서만 느끼고 보이는 것 몇가지가 있어서, 당연하게 적응해버리기 전에 포스팅을 남겨두려 합니다. 

인천공항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다른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1. 한국에는 기계가 많다

공항에서 나와 친구네 집으로 지하철을 이용해서 가려는데, 역 입구에 교통카드 충전 기계가 여러대 있습니다. 

교통카드를 충전하려고 기계에 올려 놓았는데, 계속 

충전할 카드를 올려주십시오

라고 얘기가 나옵니다. 뭐가 잘못되었나.. 싶었더니만~~ 이런.... 신분증을 올려 놓는 곳에 카드를 올려 놓은 것 있죠 ㅠ.ㅠ


체코에 있는 동전 넣는 기계를 자주 사용하다가 신식 한국 교통카드 기계가 적응이 안된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행기에서 아기 보느라 한숨도 못자기도 했고, 막 비행기에서 내려서 라고 변명해봅니다. 

▼사진은 도서관에 책 반납하는 기계

2. 에어콘 바람 쌩~쌩

대한항공 한국행 비행기를 탔을 때도 느꼈는데요, 에어콘 바람이 정말 강하더라고요. 

저만 있을 때는 담요로 꽁꽁 싸매면 되니 크게 상관없었는데요, 이번에 아기랑 여행을 하는지라 감기 걸릴까 걱정이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아기는 비행 중간중간 피곤하고 불편해 하며 드러눕는 바람에... 

주스도 쏟고 물도 쏟고 ㅠㅠ 에휴 

너저분해져버린 아기의 옷을 보면서 알았어요. 가방을 다 챙기고 나서  

흠.... 뭔가 허전해.... 뭔가 빠졌나

했더니만, 정신없는 통에 아기가 갈아 입을 옷을 안 챙긴 것이죠. 다행히 안에 입은 바디수트는 안 젖어서 그것만 입고 젖은 옷은 벗겨서 마르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동안 에어콘 바람이 차서 담요로 팔다리를 덮어주려하니 걸리적 거리는지, 아기가 계속 치우라고 합니다. 다행히 잠들때쯤 바지가 말라 바지를 입히고 상의는 담요로 2개로 덮어줬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한국의 공기를 마시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 습하고 시원한 날씨입니다. 

괜히 여름옷만 많이 가져왔나...

싶었습니다. 게다가 지하철 안에는 에어콘이 쌩쌩나와서 반팔만 입고 있기는 추울 정도고요. 유럽내륙 여름은 건조해서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유럽에는 에어콘이 없는 곳도 많아서 강한 에어콘 바람이 춥게 느껴졌습니다. 

 3. 골목마다 가득한 상점들

지하철에서 오들오들 떨다가 내려서 친구네 집으로 가는데, 집에 밥이 없다고 해서 가는 길에 김밥 2줄을 샀습니다.

김밥집이 여기 지하철역 근처에도 있고, 집 들어가기 전에 건널목에도 있고
아~ 네가 가 본 곳으로 가자
그리고 여기 편의점 하나, 저기에는 마트도 있고
우와~ 진짜 뭐 살데가 많네

서울, 인천, 경기도 쪽은 정말 체코 기준으로 봤을 때 번화가가 정말 많은 것 같아요. 

다양한 상점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모국어가 한국어인 탓도 있을것 같아요~

길을 걸을때마다 줄줄이 늘어선 가게를 보며, 혹시나 체코에서 뭔가 안챙겨왔다 하더라도 걱정없겠단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물건을 살 돈이겠지만요 ^^

전에 체코남편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남편은 한국 문화 중에 어떤 것이 가장 그리워?

음..... 24시간 하는 편의점이랑, 언제든지 물건을 살 수 있는 상점이 많은거 

아, 그래? 

체코에 살다가 한국을 방문해 보니, 남편의 말이 이제 이해갑니다. 


4. 한국에서는 건널목을 언제 건너야 안전할까?

체코에서 아무리 빨리 달리는 차라도, 사람이 건널목에 기다리고 있으면 서서히 멈춥니다. 특히 제가 아이를 안고 있는 경우에는 차량들이 더 금방 멈춰주고요.


그런데 한국의 차들은 저랑 아기, 큰 짐가방을 들고 있는 친구.

이렇게 셋이 건널목에서 기다리는데 차들은 계속 슝슝~ 지나갑니다. 체코에서 보통 길을 건너려고 하면 운전자와 눈을 마주치게 되는데, 한국 운전자들은 눈길도 안주던걸요^^

아기는 피곤했는지 잠이 들었고 걸어가는 동안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기에, 결국 제가 손을 들어 양해를 구하고 건널목을 건넜습니다.

옆에 있던 친구 왈 

호호~ 길 건너는 거봐. 정말 유럽스타일이야


5. 공짜 물건과 에누리가 많다

제가 한국에 올 때마다 감탄하는 것 중에 하나이고, 한국이 잘 산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이 물건이 넘쳐납니다. 

친구네 집 입구에 누구나 가져갈 수 있도록 교회 이름이 적힌 볼펜과 화장지를 놓아두었더라고요. 아기가 비행기와 지하철에서 추웠는지 콧물이 찔끔나서 화장지를 얼른 챙겼습니다. 하느님의 사랑, 감사합니다~

그리고 예정과 달리 언니집에 못 가게 되면서, 아기 로션 샘플을 다써서 로션을 샀는데 상자밖에 휴대용 로션이 붙어있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30년을 살아 온 나라이기에, 한 1주일만 있어도 금방 한국생활에 적응이 됩니다. 아직 시차적응도 덜 된 상태라 한국의 생활 방식과 체코생활과 비교가 가능할 때 글을 썼봤어요 ^^  


저는 보통 시차 적응에 1주일 거리는데, 아기가 어떻게 시차 적응을 할지 궁금했습니다. 

아기는 한 이틀을 새벽 1시 (체코시간 5PM)에 일어나서 밥을 달라고 했습니다. 셋째날은 잠이 깨서 멀뚱거리며 앉아있다 눕다를 반복하며 잠들었고요. 넷째날은 지하철 안에서 기절하듯 아침잠을 자더니만, 초저녁 잠이 든 뒤 밤 12시가 되어 잠들었습니다. 

비행기 10시간 아기를 데리고 오는 것도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는데.... 

아기 시차 적응 시키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인듯 싶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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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라하밀루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