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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체코 남자와의 결혼식

여자라면 한 번씩 꿈꿔보는 하얀 웨딩드레스. 

 가족들과 친구들 모두 모여 축하 받는 행복한 결혼식.

 

안타깝게 저는 아직 그런 결혼식은 못했습니다.

 

국제커플이다보니 양쪽에서 모두 결혼식을 올리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우선 프라하에서 혼인신고 절차를 밟고 신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프라하에서 혼인 신고를 하려면 예비 신랑신부는 타운홀에서 미리 날짜와 시간 예약을 하고

신랑,신부, 혼인서약 증인 2명이 아래와 같이 간이식(비용1)을 해야합니다.

 

 구청장정도되는 분의  주례를 듣고,

제 경우는 외국인이라 모국어 통역사를 동반(비용2) 해야했습니다.  

체코에 거주하는 한국이 많은 편은 아니라, 희귀(?) 언어에 속해 비싸더라고요. 

 

그리고 입장할때와 식이 진행될때 연주될 음악을 선택해야하는데요. 

오르간 연주자 분이 라이브로 연주해주십니다.(비용3)

아! 결혼식 촬영을 위한 사진기사분도 오셨습니다. (비용 4 -뜨아  €)

 

원래 계획은 한국에서 결혼식을 먼저 하는 것이었지만 계획대로 척척 되지 않더라고요.  

 

부랴부랴 준비해서 올린 결혼식이라 부모님도 친구 초대도 없이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하게 될 것은 알았지만  한편으로 서운한 마음이 가시지 않습니다.

 

그래도~ 즐거운 행사이닌 만큼 음악은 밝은 것으로 택했죠.

그.런.데. 오르간으로 연주하니 음악마저 축 쳐지며  결혼식 전체가 무거운 분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신랑신부 뒤에 보시면 혼인서약의 증인 2명이 서있는데요,

 신랑신부가 혼인신고서에 서명을 한 후에  이 두 사람도 증인으로서 서명을 합니다.

 

 증인으로 신랑 친구 두 명이 왔는데,

 두 총각들이 저희보다 더 많이 떨렸던지 땀을 삐질삐질 흘리더라고요.

 

다행히 구청장 되시는 분의 목에 걸려있는 얼굴만한 크기 메달을 보더니

 

친구가 "뭐야, 저 사람 올림픽 메달 땄어?" 라고 농담하는 덕분에 긴장된 분위기가 가시고

 

저는 결혼식 내내 메달을 보고 피식피식 웃었습니다. (덕분에 웃는 사진이 많아요)

 

사실, 저 메달은 100년 넘게 전해져 온 영광스러운 훈장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굉장히 의미있는 결혼식에서 저희는

 

'저 왕메달 봐봐' 라며 킥킥댔습니다~~~ ㅎㅎ

 

담당자의 주례는 기본 주례사를 읽기도 하고, 직접 쓴 글을 읽어주시기도 하는데요

남편과 친구들의 말로는 뭔가 살짝 유치하고 오글거리는게 직접 쓴 글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 분의 주례사 중에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말은.......

 

"사랑은 강줄기를 바꿀 있는 힘이 있고

 

산을 옮길 있는 힘이 있다.

 

나무가 나이에 따라 나무테가 늘어가는 것처럼

 

부부란 같이 나무테를 늘려가는 것과 같다."

 

 

나이들어 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 줄 동반자가 있어

한해 한해 나이 드는게 무섭지만은 않습니다. 

 

모두모두 짝을 찾아 사랑에 입문하는 날까지

프라하댁의 염장질은 계속됩니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