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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남편 출장이후 생긴 변화

남편은 새로운 직장에서 중국으로 출장을 보내서 가게 되었는데요, 

2014년 한국에서 결혼식을 한 다음에 가는 장거리 비행이니 거의 3년 입니다. 


3년 사이 부인에 + 개 2마리 + 딸 가족들을 체코에 놓고 가는 것이 걱정되는지, 중국 출장이 결정되고 비행기 타기 전까지 한 2달간을 


아휴, 중국 가기 싫다. 우리 패밀리 라이프 너무 좋은데....

부인이만 체코에 있는 게 처음이잖아


응, 그렇지. 생각해보니 맨날 내가 멀리 떠났구나. 


그러니까... 너무 걱정 돼


아휴~ 괜찮을거야


이렇게 입버릇처럼 말했습니다. 출발 직전에는 


부인~ 여기 현금 넉넉하게 인출했고, 카드도 놓고가니까 잘 쓰고 



당신 회사에서 세금 서류 올거고, 종종 우편물도 확인 해주고

 

아~~ 알겠어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거나 무슨 일 있으면 시댁에 바로 연락하고


응응, 그렇게 할게 


몇 번을 확인하고 다짐을 받아내고 남편은 장거리 비행을 떠났습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누가 어린 딸 가진 아빠아니랄까봐, 다음에 딸하고 와야겠다며 체코 대표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Krteček (끄르떼첵)- 두더지"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그리고는 환승 공항인 프랑스 파리 드골 공항 내부 사진을 보내줬어요. 

지하철 승강장 같은 분위기가 난다며, 파리 공항보다는 프라하 공항이 더 좋다며 깨알 자랑을 합니다.



남편은 중국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사진으로 아래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전갈 꼬챙이가 맞는거죠?


예전에 베이징 여행을 갔을 때, 전갈, 지네, 메뚜기를 꼬치로 팔더라고요.



그리고 호텔 방에서 보이는 전경을 카톡 사진으로 또 보내줬습니다. 



바깥 풍경이 보이는데서 딤섬과 함께 호텔 조식을 먹는 사진도 보내주고요. 

출장 중이라 정신없겠지만서도 조금 부럽기도 합니다.



호텔 주변에서 저에게 가져다 줄 월병과 보이차를 사러 돌아다니면서, 베이징 야경 사진도 찍어서 보내주고요. 



남편은 한국만 여러번 갔지, 처음으로 중국에 간 건데요, 남편이 느끼는 베이징 느낌은

"크고 넓지만 조금 지저분한 서울" 같다네요. ㅎㅎ 

한가지 더, 서울보다는 더 느~~긋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했어요. 


시간을 맞추어 카톡 영상 통화를 했는데요, 사진으로만 자랑한 것이 아쉬운지 호텔 바깥의 베이징 모습을 보여줍니다. 

늘상 제가 떠나있던 날들이 많아서인지, 전화 뒤로 낯선 풍경이 묘~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남편이 출장을 떠난 날 밤 아기가 아빠의 부재를 느끼는지, 새벽 3시에 깨어나서 막 서럽게 울었습니다.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한밤중에 깨는 일이 흔했지만, 요새 밤잠 잘 자다가 새벽에 깨어나니 상당히 힘들더라고요. 


비몽사몽 어르고 달래서 재웠는데 아침에 생각보다 몸이 가뿐합니다. 

 

흠,,, 분명 밤잠을 설쳤는데 왜 몸이 가뿐하지?

 

생각을 해보니 아침에 30분 더 자고 일어나서 입니다.


남편이 일찍 나가는 날이면 최대한 출근 준비를 조용히 하는데,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거든요. 집안의 가장으로 출근하는 남편한테는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남편이 없으니 충분히 자고 저의 신체 리듬에 따라 일어나니 몸이 가볍더라고요. ^^


고요한 아침을 맞이 하면서 오늘의 할 일을 정리하다가 침대보를 갈기로 합니다. 

이불 밑에 남편 잠옷이 있었는데, 아기가 옷을 끌어 안더니 


아빠, 아빠


합니다. 냄새가 나는건지 ㅋㅋㅋㅋ 아빠 옷인 것을 아나봅니다. 


문득 침대보를 정리하다가 든 생각이


내가 마지막으로 침대보 정리를 한 것이 언제였더라...


약속을 한 것은 아니지만 언제부터인가 남편이 침대를 정리를 담당했거든요. 떠나고 나니 그의 빈자리가 느껴집니다.  


동시에 매일하는 밥 챙기기, 빨래, 아기 씻기기를 하고 청소까지 하는데ㅡ 

이상하게 시간여유가 생깁니다.

그래서 프라하에 봄바람도 불어오고 해서 미뤄왔던 옷 짐정리를 했습니다. 

청소를 줄이려면 짐이 적어야 할 것 같아서 미니멀리즘 관련 동영상을 보면서 자극을 조금 받았습니다. 


평소같으면 저녁에 아기를 재우면서 같이 잠드는데, 긴장한 탓인지,, 아니면 집안일의 규모가 작아져 덜 피곤한지 잠이 들지 않아서, 덕분에 황금같은 밤 시간도 즐기고요~


다음 날 아침 눈을 떴는데, 


우와!!!! 어젯밤 그상태 그~~~대로 정돈이 되어 있다


어른들이 남편은 아들 같다고 할 때도, 저희 남편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것만 ㅋㅋㅋㅋ


남편의 출장으로 가장 곤란한 점이라면 쓰레기 버리기입니다. 

아기 기저귀때문에 매일 한번씩은 쓰레기를 버려야해서, 번거롭기는 하지만 애기랑 같이 나갑니다.


오늘 개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갔는데, 분명 수의사 선생님이 체코어로만 말하시는데,,, 

어머나!!!! 

예전 같으면 단어로 짐작만 했을 체코어 문장이- 귀에 쏙!쏙! 박히며 머리속에서 체코어-한국어로 변환되는 시간이 상당히 짧아졌습니다. 


늘 저를 지켜주던 체코 남편이 체코에 없다는 생각때문에 긴장을 해서 전투력(?)이 상승된 탓인지 모르겠지만, 여튼 기분은 좋습니다. 


개 상태를 걱정하는 남편을 안심시키기 위해 영상통화를 했는데, 


체코에 있는 내사랑들 다 괜찮아? 


응, 멍멍이도 건강하고 아기도 나도 별탈없어. 근데 아기가 개 밥그릇을 들고다니다 깨뜨려 버렸어. 혹시 별 일 없어?


아... 발표하는데 자료가 엉켜서 엉뚱한 것 나눠주고 실수 연속이야


그럴수도 있지, 완벽한 사람이 어딨어. 그리고 남편 처음 가는 중국 출장이잖어


아냐~~ 그래도 나는 팀장인데


뭐, 팀장은 사람 아닌가? 


응, 팀장은 사람 아니야, 팀장이지. 


참네~~~그런게 어딨어


아무튼,,, 부인 너무너무너무 보고 싶어.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얼른 와~~~ 


근데 부인 혼자 다 하려면 힘들지 않아?


음,,, 생각보다 집안일도 적고,,, 진짜 신기한게 집이 깨끗해


쳇, 저녁밥 해주는 남편도 없는데 괜찮아?


뭐... 내가 대충 해먹으면 되니까, 그러면 설거지도 편하고


뭐야!!! 그래서 안 보고 싶다는 거야?


아니, 보고싶어. 근데 지금까지는 쪼~~끔만 헤헤헤


하아,,,슬프다



빈말이라도 그냥 많이 보고 싶다해주면 될 것을 너무 솔직했다 싶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남편이 떠나있는 동안, 제가 얼마나 제 생활과 시간을 중요시 하는지, 남편이 가족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해내고 있는지 소중함도 깨닫는 시간이 되고 있어 유익한 출장을 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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