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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삶의 무게 중심 다시 맞추기

지난번 글쓰기에 이어, 삘~ 받아서 연속 포스팅을 합니다. 

마음이 복잡했던 어제 새벽에 블로그에 주절주절 하다보니, 번잡함이 많이 내려간듯 싶더라고요. 

아이가 커가면서 분명히 글을 쓸 수 짬이 있었으면서, 글에 쓰고 싶은 이야기들 많으면서 왜 하지 않았나 생각을 해보니 

1. 워킹맘이 되면서 극도의 피로감 

2. 머리속이 일로 가득차 여유가 없었던 점 

3. 뭔가 완벽한 글을 써내려 가려고 했던 점 

인 것 같아요. 네~네~~ 알고 있습니다. 결국은 다 핑계죠 ^^ 

1,2 번의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어제 새벽에 일어나 두서없는 미완벽한 반말체로 쭉쭉 글을 써내려 가면서 깨달았습니다. 저는 글을 써내려가야 속이 시원해지는 인간타입이라는 것을요. 

그러면서 3번, 완벽하게 글을 쓰려는 욕심을 버리기로 하였습니다. 

글을 쓰다보면 좀더 짜임새 있고 재미있게 쓰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데요, 

(적절한 표현인줄 모르겠지만.. ) '아끼다가 똥된다'는 말도 있듯이, 제대로 쓰려고 미루고 미루다가 블로그 존재 자체가 아예 사라질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블로그에서 소통이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일지 몰라도, 글을 쓰고 공감 하트가 눌러지고. 블로그 통계에서 제 글을 보러 들어오는 분들이 있는 걸 보면. 

왜 이리 신나고 에너지 뿜뿜인지요~ 

그래서 신년 계획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늦었지만, 2019년에는 짧거나 이리저리 두서없어서 글의 완성도가 낮아지더라도, 조금 더 자주 블로깅을 하는 것에 목표를 두기로 했습니다. 

좋은글을 자주 전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것이 불가능 할 때는 현실 상황을 고려해 도달 가능한 목표를 세워야하잖아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목표를 세울 때 한 60%로 세웠을 때 왠만큼 해낼 수 있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하여 앞으로 블로그 글의 완성도보다는,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과의 소통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추는 방향으로 수정해야할 것 같아요. 

블로그에 글을 쓰고, 프라하에 사는 한국인 동생한테 인생 하소연을 하고 나니 동생이 제가 걱정이 되었나봐요. 

언니, 토요일에 시간 괜찮아? 우리 만나서 커피도 마시고 수다도 떨자~ 

그럴까? 

응응. 산책도 하면 좋을 거 같은데

잠깐만 토요일 날씨 좀 확인해 보고. 

일기예보를 보니 햇빛이 나고 오후에 최대 기온이 10도까지 올라갑니다. 

오예~~ 거의 햇살 포근한 봄날 같은 날씨가 될 거 같습니다. 

토요일에 영상 10도까지 올라간다 

앗싸~ 우리 밥 먹고 산책가면 딱 좋겠네 

그러게

점심 먹고 나올거야? 아니면 같이 점심 먹을까?

어, 오전에 운동 갔다가... 점심 안 먹을 거 같은데... 우리 한식당 갈래? 영혼이 지칠 때는 무조건 한식 

한식당 ㅋㅋㅋㅋ 김치찌개 이런거 먹고 싶다

그럼 리제 ?

응, 알았어

한식당을 자주가지 않다보니, 한번 가면 폭식하는지라 미리 운동을 갔다가 식당에 가려고 주섬주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딸랑구가 

엄마아~ 율리 어딨나? 율리 어디 갔어?

하더니 어린이 식탁의자 아래로 들어갑니다. 아하하 ;; 거기 숨은 거니 딸랑구?

자기를 찾나 안 찾나 흘끗 쳐다보는 딸. 

 

36개월을 기점으로 아이와 뭔가 사람다운 대화가 가능해진거 같아요. 

예전같으면 엄마가 나간다고 울었겠지만, 요즘은 

딸, 안녕~ 엄마 나갔다 올게. 아빠랑 재밌게 놀아

안농~ 엄마! 

하고 쿨하게 인사하는 그녀.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잠깐 !!!!! Pockej

하고 다다다 달려오더니 

엄마 뽀뽀~ 다시 (쪽)

하아.... 이 순간 세상의 행복은 다 가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마워, 우리 딸. 이제 엄마 진짜 나갈게 

네에~~ 엄마, 문 닫아. 문 닫아 

그 작은 손으로 큰 현관문을 닫으려고 합니다. ^.^ 


딸이랑 밍기적 대다보니 약속시간에 가까워져서 운동을 많이 하지는 못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Great Workout ! 러닝머신이 잘했다고 칭찬해주네요. `

너라도 내 수고를 알아주니 고맙다~ 

그리고 프라하 시내로 가는 트램을 타고 프라하 중심부로 갔습니다. 

날씨가 화창하니 프라하 도심 모습이 더 빛을 발하는 듯 싶습니다. 

동생은 밥리제 식당에 미리 도착해 있었습니다. 

언니~ 나 먼저 도착해서 물 시켜놨어 

응응. 난 딱 1시 도착할거 같어! 

밥리제 식당은 토요일에도 점심식사 메뉴가 있습니다. 최고! 

매콤한 김치찌개와 양 한가득 달콤 불고기. 두툼 계란말이

누가 이렇게 맨날 한식 해주면 좋겠다~ 그치?

응응 

그래도 이렇게 리제같은 한식당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맞어. 요새 프라하에 한식당 더 많이 생긴 거 같더라고

그러게

언니 근데 이제 기분은 괜찮아?

응, 괜찮아 졌어. .... (힘들다는 하소연, 하소연)....


아휴~ 근데 이 얘기는 맛있는 한식 두고 할 얘기는 아닌거 같아 ㅋㅋ 

그래그래

소중한 친구와의 시간을 당장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불평스러운 이야기를 하소연처럼 풀어내면서 보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도란도란 얘기를 하면서, 반찬까지 냠냠 먹고 화창한 날씨가 가시기 전에 식당을 나와 블타바 강변으로 유유자적 걸었습니다. 

블타바강변과 프라하성 사진을 찍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눈으로 볼때는 상당히 큰데 사진 상으로 보면 작아 보이는 것 같아요. 

지난해 부터인가 프라하는 이제 비성수기라고 볼 수 있는 11월, 1월~3월 이때도 시내는 관광객들로 많이 붐비는 것 같아요. 이날는 날씨도 따스해서 까를교에 사람들이 가득하더라고요. 

보수공사를 마친 올드타운 시청 시계탑  

저물어 가는 햇살 받은 틴성당. 워낙 프라하를 대표하는 올드타운이라 제 프로필 사진이기도 합니다. 사시사철 언제봐도 멋있네요

집에 들어가는 길에 문구점에 들러서 딸이 좋아하는 유니콘 볼펜을 샀습니다. 

Maminko, dekuju. (엄마 고마워요.) 말 좋아! 

선물 ! 선물 !

엄마 사조. 사조 (사줬어) 

고맙주세요~ (고맙습니다)

신나하면서 펜을 꾹 쥐고 써보려고 하는 딸의 모습을 보니 사오길 잘한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딸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삶의 무게 중심을 잘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