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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조금 서운한 청첩장

어느덧 정신 차려 보니 2022년도 3월이 되었네요.
정말 2022년은 숫자가 익숙해 지기도 전에 한 해가 다 가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흐릅니다.

2019년 2월부터 전세계 코로나가 시작되며, 2020년, 2021년 2년을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특히 이 시기에 결혼이나 돌잔치, 환갑 등과 같은 인생의 큰 행사를 계획했던 분들은 정말 더 큰 고민을 했을 것 같아요.

코로나 상황으로 한동안 결혼 소식이 들리지 않았는데, 최근 하나둘씩 소식이 전해져옵니다.

체코에 살고 있어도 한국에 지인들이 있어 종종 연락을 하게 되는데

그 중에는 제가 한국 살 때부터 알았던 사람도 있고, 체코에서 인연을 맺게 되어 한국 귀국 후에도 연락이 닿는 경우가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체코 생활이라는 공통 분모가 사라지게 되면서, 인연을 이어가려면 좀 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체코와 한국 간의 물리적 거리도 있고 시차도 있다보니, 서로 연락이 자주 되지 않아도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하게 됩니다.
저조차도 하루하루 체코 생활을 부지런히 살아내다보면 연락을 못하게 되기 일쑤니까요.

최근에 한 2년정도 연락이 끊겼던 한국의 지인에게 갑자기 카톡 문자가 왔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연락이 오는 경우는, 크게 2가지인거 같아요.

1. 프라하를 오게 되거나
2. 한국에서 일이 생기거나

카카오톡 요약 메세지를 보니 딱봐도 청첩장입니다.

요즘은 모바일 청첩장을 많이 돌리더라고요.
신속하게 전달하면서 종이도 아낀다고 생각하면 좋은데.

최근에는 편지 받을 일도 없기도 하고, 아날로그 세대를 살기도 해서인지ㅡ 종이로 청접장을 받게 되면 왠지 감성이 살아나는 느낌을 받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트렌드가 모바일 청첩장인걸 ㅡ


몇년만에 연락하는 거였지만 결혼 소식 전해주니 고맙더라고요. 카톡을 클릭하면서

"오랜만에 연락 드리죠. 저 결혼해요. "

정도의 인사말은 기대하고 열었는데ㅡ
흠.... 모바일 청첩장만 딱 있더라고요.

결혼을 인륜지대사라 하는데, 당연히 결혼 준비할 것도 많고 여기저기 연락드리며 인사드리느라 바쁘겠죠.

근데 저~~~~~~ 멀리 체코 사는 사람한테 몇년만에 연락하면서. 모바일 청첩까지 보낼 정도면서

전화까지는 아니어도 카톡 한 줄은 써줄 수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그 분이 체코에 사는 동안, 제가 결혼했을 때 챙겨주었고 아기 선물도 사주셔서, 당연히 결혼 소식 알게 되면 꼭 축의금 전달하려고 했거든요.

잠깐 동안

계좌 번호를 물어봐야겠네~

생각하다가 축하메세지 남길 겸 모바일 청첩장에 들어가보니

혼주와 신랑/신부 계좌 번호도 나와있더라고요~~ 오랜만에 받는 모바일 청첩이라 편리함에 약간의 문화 충격이 ^.^

혹시나 청첩장 보내고 나서 메세지 보낼지도 모를까봐 기다렸는데...
청첩장 전달만이 주요 목적이었던걸로 ~~

혹시 아나요ㅡ 축의금 입금하고 나면 연락이 올지도.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생각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