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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아기랑 함께

육아하며 겪은 황당한 실수


출산을 하고 아기가 몇개월 되지 않았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재료 사온 것을 정리하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큰 유리 컵이 하나가 들어 있습니다

​흐음… 저 유리 컵은 뭘까

해서 보고, 다시 눈을 비비고 봐도 비어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냉장고의 불빛때문에 뭔가 들어있는데 제 눈에만 안보이나 싶어 컵을 꺼냈습니다.

다시 보아도 여전히 내용물은 없고 레몬씨처럼 생긴 것만 바닥에 있습니다.

​대체... 뭐지...?

컵을 찬찬히 훑어보니 아무래도 남편이 단백질 쉐이크를 마시는데 쓴 것 같습니다. 컵을 설거지를 하려다 혹시 남편한테 중요한 씨일까봐 전화를 했습니다

​남편, 혹시 냉장고에 유리컵 일부러 놔둔거야?

무슨 유리컵?

아마 단백질쉐이크 마신 유리컵 같은데...

그게 왜?

그러니까~ 그게 내용물은 없이 컵이 냉장고에 있어서

그걸 내가 냉장고에 넣었다고

응, 내가 단백질 쉐이크는 안 먹잖아

음...나 진짜로 몰라

아니 당신이 넣어 놓고 모르면 어떡해 ㅋㅋㅋ 그럼 컵 씻어도 되지?

어, 당연하지




사진같은 유리컵

아기 아빠가 되고 요즘 회사 업무가 많아지면서 남편이 정신이 없어진 상태라, 이정도 말도 안되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나중에 알게된 것인데 제가 레몬씨라고 생각했던 것은, 단백질쉐이크가 덜 섞인 덩어리가 차가워지며 굳을거더라도요.

아무튼...

육아하며 실수투성이기는 저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휴대폰과 안경의 위치를 찾는 일들이야 너무 흔하게 일어납니다. (이부분은 출산과 육아 탓이라기보다는 제 자신이 정신없는 것 같아요^^) 아이가 커가며 제 안경 위치를 찾아주는 것은 참 좋더라고요~

하루는 아기 옷을 삶으려고 하는데,

원래 순서는 솥에 물을 채운 다음 > 솥을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 가스레인지 불켜고

이렇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잖아요. 근데 당시의 저는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 집안일이 밀려있어서 얼른 해내고 싶었던 마음이 앞섰던지

솥을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가스렌지 불을 켜고 > 싱크대의 늘어나는 수도꼭지를 빼서 물을 채우려고 하는데

저희집은 가스레인지가 왼쪽, 싱크대가 오른쪽에 있다보니

수도꼭지를 왼손으로 잡아 솥으로 가져가고, 오른손으로는 물을 틀었는데...

왼손과 오른손이 엇박자가 나면서ㅡ

수도꼭지가 미처 솥 안까지 들어가지 못한채 부지런한 오른손이 먼저 수도꼭지를 틀어, 제 발 위로 물이 촤르르륵. 아놔~~~~~~

지금 생각해도 참 황당한 실수입니다.

다행히 아이가 커가면서 아기 옷이며 우웃병을 삶지 않아도 되니, 한동안 집안일이 수월해진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기 옷에 흙투성이가 되어 오고, 아기가 빨래 건조대에서 옷을 끄집어 내서 여러벌을 갈아입습니다.

아기가 옷을 어떻게 더럽히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어린이집 선생님의 귀여운 한숨> 읽어보셔요

그나마 다행인점은 최근에 어린이집 오후반을 가서 적응을 하며, 1주일 2번은 제 시간이 늘어나 집안일이며 체코어 공부며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곧 회사로 복직 준비를해야한다는 ^^ 아기가 어린이집 적응한만큼 저도 다시 일하고 싶은 의지도 생겨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육아의 강도는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얘기하던데… 제 경우를 볼 때는 맞는 것 같습니다. 그 흐르는 시간동안 남편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아빠로 사랑스럽다가도, 섭섭했다가 화도 났다가, 체코까지 와서 엄마도 안 오시고 해외 출산을 선택한 제 스스로를 원망해 보고~ 감정이 오락가락했던 것 같아요.

육아를 하면서 놀랐던 점이라면, 아기가 보여주는 엄마에 대한 사랑과 의존도였습니다. 배고플 때도, 잠올때도, 짜증날때도… 기-승-전-엄마 인거죠. 어마어마한 책임과 사랑을 한번에 받는 것도 놀랐는데, 이렇게 몇년간 육아를 하면 잠을 제대로 못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육아할 때는 체력 보충을 위해

아기 엄마는 아기들이 잘 때 같이 자야된다

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아이가 자는 순간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보니 깨어있는 것은 너무나 달콤한 유혹입니다.

아이가 곧 두돌이 되니, 제 경우 임신기간+ 두돌, 거의 3년째 얕은 수면으로 버티고 있다고 봐야죠 ^^ 다행히 2돌이 가까워지니 아기가 낮잠을 푹~자는 덕에, 밀린 포스팅을 하거나, 체코어 수업을 하는 시간 짬이 납니다.

대신 낮잠을 안 자니 피곤이 금방 몰려와, 저녁을 먹고 아기를 재우며 같이 잠이 들어버립니다.

저는 보통 6-7시간 자는 게 몸에 좋은 것 같은데요, 아이랑 자면 8,9시에 잠을 자러 가니 새벽녘에 깨게 됩니다. 사실 지금 포스팅 하고 있는 시간도 새벽 4시입니다.

지난주도 여느때처럼 일찍 잠들어서, 4시정도에 잠이 깼는데요, 다시 잠을 청하려고 뒤척걸릴수록 정신이 맑아져서 결국 거실로 나왔죠.

거실로 걸어나올 때만해도 그날 하루,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