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마다 삶에서 여행의 비중이 다르겠지만 

저에게 여행은 삶의 이유이고, 누군가 왜사냐 묻거든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 너무 많아서요."라고 할 정도로

여행이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한 편입니다. 


제가 하는 취미 생활 중에 하나는 여행을 간 곳마다 여행지 안내 브로셔를 오려 붙이는 스크랩북을 만드는 것입니다.

살짝 공개하자면 아래 사진과 같은 거에요. 



간혹, 이걸 왜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머리가 복잡하거나 마음이 심란할 때 이리저리 오려붙이고 나면 

마음이 진정되기도 하고요, 다시 여행가는 것처럼 마음이 설레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최근에 안문숙씨가 화신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자신의 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전했는데요. 


"여행은 다리 떨릴 때 가지 말고, 심장 떨릴 때 가라."



이 말을 듣고 정말 좋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행을 정말 가는 것도 신나지만, 계획을 세우는 동안도 떠날 생각에 두근두근 하잖아요.


사람들과 여행 얘기가 나올 때 자주 등장하는 2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여행을 가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입니다.


학생 때는 돈이 없어서 떠나기 힘들고, 직장을 다니면서는 시간이 없으니까요.  


안문숙씨의 어머니 말씀을 살펴보면, 

시간도 돈도 있을 때는 나이가 훌쩍 들어버려 건강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요점을 짚어주신 것 같아서 -

짧은 한 문장이지만 블로그에 꼭 적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주변에 여행 다니는 사람들 보면요, 

정말로 부~~~자여서. 시간 여유가 많~~~~아서 떠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용돈과 월급 아껴서, 바쁜 시간 쪼개서 - 내가 가보고 싶었던 여행하고 싶었던 다른 세계로 떠나는 거죠.


제가 프라하에 살면서 제가 가장 열심히 하고 싶은 것 중에서도 유럽여행입니다. 

저는 다른 대학생들처럼 20대의 로망인 유럽 배낭 여행을 안 왔거든요. 

아마, 이렇게 체코에 살게되는 운명이라 여행을 안오게 됐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유럽에 사는 장점을 십분 활용해 - 틈만나면 여행갈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말에 비엔나를 다녀왔습니다. 

프라하에 여행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종교개혁자 얀후스를 기념하는 휴일이었거든요. 

직장인에게 언제나 즐거운 빨간날 ~~~~ 


얀후스 동상 - 프라하 올드타운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Prague_hus_statue.jpg


7월 5일, 6일을 연달아 쉬기 때문에 이번에 금,토,일을 쉬게 되었습니다. 

지난 해에는 7월 5일 (목), 7월 6일 (금) 에 비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하루라도 평일 낀게 어디에요~~  


이번 여행은 비엔나로 떠나기로 했어요~

체코 프라하에서 주변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방법은 기차, 버스가 있지만 

저는 체코 버스회사인 Student Agency 스튜던트 에이전시 를 자주 이용하는 편입니다.


전에 포스팅에서 말씀 드렸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이름이 Student스튜던트라고 학생들만 타는 건 아니어요 ^^ 

온라인 예약도 가능하고요 http://www.studentagency.eu/ 

성수기에 체스키 크룸로프로 가실 분들은 미리 예약하시는 게 안전하세요. 


아래 사진처럼 워낙 샛노란 버스라서 버스 찾기가 쉽습니다. 



여긴 플로렌스 (Florenc) 역이고요. 

안델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하는 버스도 있으니까요 출발지를 꼭 확인하세요 ! 


플로렌스 버스정류장



프라하에서 비엔나로 넘어가는 버스를 알아보니 오후 2:30분이 마지막 버스더라고요. 

프라하에서 비엔나까지 버스로 5시간 정도 소요되니까, 그 버스를 타고 7월 4일 (목)에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장님에게 미리 일찍 퇴근한다고 말씀드리고 허락도 받았고~

남편도 허락을 받았어요~ 


퇴근하고 바로 버스정류장으로 가야되서 전날 밤 이것저것  짐을 챙기고 있었죠. 



- 남편. 근데 나 왜 이렇게 불안하지?

걱정마. 다 잘 될거야. 



여행의 설레임 때문이었는지... 왠지 모를 초조함이 있더라고요. 


다음 날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고~ 직원들끼리 휴가에 무슨 계획있냐고 얘기하고. 전 비엔나 간다고 얘기했죠. 

그렇게 퇴근시간이 가까워지고 남편한테 전화가 왔어요. 


여보, 나는 퇴근했어. 몇 시쯤에 올거야?

- 응, 나도 지금 나가니까 거의 2시정도에 도착할 거 같아. 


그렇게 짐을 챙겨서 사무실을 나와 지하철로 향하는 발걸음이 깃털처럼 가볍네요. 

룰루랄라~~ 여자애들이 신날 때 한쪽 발 2번씩 구르잖아요. 저도 10대 소녀처럼 뛰어 갔네요.  

점심을 못 먹었으니 간단히 먹을 빵도 샀고요. 


플로렌스 역으로 가는 메트로 안에서도 혼자 싱글생글 웃다가 

창가에 비친 신난 모습 보고 혼자 킥킥 거리고 있었죠. 


막 지하철에서 내리니 2시더라고요. 앗싸 !!!! 여유있게 왔네요. 

때마침 남편한테 문자가 띠리리~ 옵니다. 


부인 어디야? 나 지하철 밖에 나와있어. 

근데,,,  여권 가져왔지? 

지금 신문기사 하나 읽었는데, 유럽 주요 도시에서 외국인들 무작위 여권검사한대.


' OH, MY GOD !!!!!!!!!!!!!!!!!!!!!!!!!!!!!!!!!!!!!!!! 여권 !!!!!!!!!!!!!!!!!!!!!!!!!!!!!!!!!!! (@..@)' 



머리가 새하얘지기 시작합니다. 국경을 넘는데 도대체 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_-; 


- 남편, 나 여권 안 가져왔어. 


진짜????? 장난하지 말고.


- 장난아니야. 집에 빨리 갔다올게. 

어쩌면 시간 딱 맞을 수 있을거 같애. 기다리고 있어.  


버스 출발까지 30분이 남았고. 저희 집에서 플로렌스까지는 대중교통 이동으로 보통 15분~20분 걸립니다.

지하철역에서 다 빠져나간게 아니라서 우선 다시 지하철을 탔습니다. 

다행이 바로 지하철이 오더라고요. 


이제부터 머리속으로 계산하기 시작합니다. 


우선 이 버스를 못타면, 마지막 버스니까 대체 버스가 없고. 

다른 교통 수단이나 내일 간다고 해도 이미 휴가기간이라 표는 없을거고.... 그럼 호텔비 날리는 거고. 크억 ㅠㅠ 


플로렌스에서 3정거장 지나면 IP Pavlova 역이니까 


1] 플로렌스 - IP Pavlova 역 도착 7.5 분 소요       -   2:10 분  

2] 집까지 트램 이동 +  트램 기다리는 시간 3~5분   -   2:15 분 

3] 트렘 하차 후 집까지 가서 가져오는데 5분          -   2:20 분 


트램 타서는 절대로 제시간에 못 들어오겠더라고요. 

그래서 지하철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체코는 한국과 다르게 길거리에 택시가 그렇게 많은 게 아니라서 대부분 콜택시를 이용합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 마자 콜택시에 전화를 해야하나.... 콜택시가 혹시나 늦게 오면 어쩌지 이런저런 생각하던 중에 

IP Pavlova 근처에 대기하는 택시를 본 게 생각 나더라고요.  

그렇다면 다시 계산합니다.


1] 플로렌스 - IP Pavlova 역 도착 7.5 분 소요       -   2:10 분  

2] 택시 이동                                                -   2:13 분

3] 택시 대기 후 집까지 가서 가져오는데 2 분          -   2:15 분 

4] 택시 - 플로렌스까지 교통 신호에 따라 10 ~ 15분 -   2:25 분 ~ 2:30분


앗싸 !!  승산이 있습니다. 


IP Pavlova 역에서 내려 전속력으로 뛰는데 때마침 표검사도 하네요. 아놔 ~~~~~ 1분 1초가 아까운데.

그리고 역 출구로 나가 택시있는 쪽으로 달렸죠. 

그런데 택시 시동 꺼놓고 책보고 계시더라고요. 


급한 마음에 영어와 체코어를 막 섞어쓰며 - 상황설명을 했죠. 

기사분이 영어를 어느정도 하셔서 잘 다행이었어요.


그렇게 집 앞까지 차를 대려고 보니 일방통행이라고 못들어 가신다해서 

우선 내려 집까지 2블럭 정도를 냅다 달렸습니다. 

여권을 들고 내려와보니 센스쟁이 기사아저씨, 차를 돌려 집 앞으로 대 놓으셨더라고요. 


택시 재탑승 시간 2 :16 분. 


아저씨께 버스가 2:30분 출발이라고 다시 말씀드렸고요.

 

골목을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앞에 냉동차가 가로 막고 비키지를 않습니다. 

기사아저씨도 초조하신지, 경적을 울리시고는 양손을 모아 기도를 하십니다. 


Prosimte .... (쁘로씸떼 - 제발요.)


골목을 빠져나가고 나니 신호가 2개 연속 파란불이 들어오며 플로렌스 전 역인 흘라브니 나드라지가 보입니다. 

그 시각 2 : 24


걱정하지 말아요. 3분이면 도착하니까요. 


아저씨 말을 듣고 안정이 되어서 남편한테 3분후 도착이라고 문자를 보냈어요. 

막판에 U턴 안되는 자리인데, 워낙 제 상황이 급하다 보니 차를 돌려서 터미널 바로 앞에서 내려주시더라고요. 


감사한 마음에 팁을 많이 드리려고 했더니, 됐다면서 팁을 10kc (=600원) 만 받으셨어요.  

세상에나 ㅠㅠ 자기 일처럼 바쁘게 달려주신 택시 기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2 : 27 분 플로렌스 도착 하니 남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보~ 뛰어 !!


하고 제 손을 잡고 미친듯이 승강장으로 뛰었어요. 


그 시각 2 : 28 분. 


이미 버스는 탑승을 마친 상태에서 스튜던트 에이전시 승무원 언니까지 착석한 상태로 출발준비가 끝난거죠.  

앞문을 열어주시더니 남편이 


부인이 여권을 안가져와서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뒷문으로 바로 탑승했네요. 



남편~ 여권 안가져온 얘기는 안해도 되잖어 .. 


(-- );;  어떻게 여권을 안챙길 수 있어? 어? 어? 어? 


헉헉... 미안해애애애애~~~ 이러려고 어제 밤에 불안했나봐. 우선 나 숨 좀 돌리고. 


지금 화가 나야하는 상황인데 어이가 없어. (헛웃음) 허허허허. 


아~~~~ 미안해. 그냥 5시간 버스타고 가니까 그냥 괜찮다고 생각했나봐.  


그래.. (헛웃음) 허허허허. 


그럼 남편은 여권 가져왔어?  


난 EU citizen이잖아~~ :-P  


- 어, 그래. 좋겠네. 

메트로에서 못타게 될 경우를 상상하니까 여러가지로 손해가 너무 많은거야. 

버스티켓 + 숙소 + 시간 ㅡ

그래서 차라리 택시비를 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지. 


잘했어!! 혹시나 못올 경우를 대비 해서 다음 버스랑 기차 편 알아봤는데 - 

다 매진이더라고.


그렇지. 내일 휴일인데..... 


아이고 ~~~~~!!!!  어떻게 다른 국가를 가면서 여권을 안챙겨. 


헉헉. 그러게..... 그래도 어쨌든 지금 버스타고 가고 있잖어. 

안탔으면 막 화내도 괜찮지만 ~~

우선 버스 타고 정상적으로 출발하는거니까~~~

 에헤헤헤헤  완전 혼자서 007 영화찍는 기분이었어. 진짜진짜 다행이야 - 정말 운이 좋았어.


아이고 ~~~~~ 



이렇게 좌충우돌 프라하에서 비엔나로 가는 버스를 잡아 탔습니다.  

 

세상에나 - 잊어버릴게 따로 있지,,,,,,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여권 챙기기를 잊어버리다니뇨..

뭔가 다른 데 정신이 팔려있었나봐요. 버스 안에서 숨을 고르면서 제 행동에 스스로 어이가 없더라고요. 



아무래도 남편은 이번 일에 대해서 한동안 저를 놀려먹는 기회로 삼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놀림을 당해도 싸죠. 암만요~~ 


그럼 조만간 비엔나 여행기도 올릴게요~~~~ 

Posted by 프라하밀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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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 2013.07.15 13: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아아...!!! 정말 1분 1초를 다투는 시간이었네요...!! 읽는 저도 긴장했어요!!
    전 항상 여권을 같은 장소에 놓는데, 여행 하루 전 열어봤을 때 없으면, 갑자기 서늘한 기분... ㅠ.ㅠ 집 전체를 찾은 적이 있었어요 ^^:
    그래도 무사히 타셔서 정말정말 다행이에요!!!
    스크랩북두 넘 이뻐요 : ) 좋은 하루 되세요~~~!

    • 프라하밀루유 2013.07.15 15: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푸른님. 정말 버스타기 전까지 어찌나 초조하던지요.
      심장이 터질정도로 뛰고 또 뛰고..
      여권이 없을 때 그 서늘한 기분,,, 저도 남편 문자 받았을 때 느꼈어요 -
      친절하고 빠른 택시 기사님을 만나서 다행히 버스탈 수 있었지 뭐에요 ^^

      스크랩북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2. 김도형 2013.07.16 15: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다리 떨리기 전에 가고가 맞는 문장일겁니다. 가이드 분들이 자주쓰는 문장이죠

  3. 나똑똑 2013.07.16 23: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출발 부터 스릴이 있으셨습니다.(토닥토닥)

    중국도 어디를 가든 여권을 가져 가야 하기에 저 역시 집나갈때는 오로지 여권,,여권,,
    남편분이 자꾸 이일 가지고 울궈먹으면 그러세요.
    "다음에는 당신 놓고 간다고..."
    ㅋㅋㅋㅋ

    • 프라하밀루유 2013.07.17 02: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그 심장이 싸~~해지는 그 기분 ,,,, 토닥토닥 감사합니당 :)
      버스 잡아타던 날이 체코에서 살기 시작한 뒤로 최고로 열심히 뛴 것 같아요.

      저는 체코사람과 혼인했으니 체코내 거주증 가지고 다니거든요.
      혹시 여권까지 가지고 다니다 분실 우려가 있으니,
      체코에 있을 때는 거주증만 가지고 다니다가 버스타고 5시간만 간다니, 국경넘는다는 걸 깜빡했지뭐에요 ㅎㅎ 잊을게 따로 있지.
      아마 다음부터 여행갈 때 남편의 첫 질문은
      "여권 챙겼어?" 가 될 거 같아요.

      버스 타서는 남편하고 얘기하다가 만약에 남편이 신분증에 문제 있어서 버스 못타게 되면, 전 남편 놔두고 혼자 여행 갈 부인이라고 말해줬어요 . 나쁜 부인이죠 ㅎㅎ

  4. 상상하는꼴찌 2013.07.18 13: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심장 떨릴 때 가라니, 멋진 말이네요!! 급박하고 가슴졸이는 상황도 나중에는 전부 추억이 되는것 같아요. 잘 보고 갑니다^^ 저도 어서 여행가고 싶네요

    • 프라하밀루유 2013.07.19 19: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어요. 막 급하고 가슴이 졸이는 상황들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 많이 남는 여행 에피소드가 되어버리는 거 같아요.

      조만간 원하시는 곳으로 여행가실 수 있으시길 바랄게요 ~

  5. 시원이누나 2016.02.15 23: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릴넘치는 사건이었네요~ 그래도 nice catch!! ㅋㅋㅋ
    그 택시기사님 넘 귀여우신대요! 복 받으실거에요!!>ㅅ<)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