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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아침 나사 풀린 다이나믹 하루

아침에 비몽사몽으로 시작해 

런닝맨의 즐거운 어깨춤으로 잠을 깼지만,,, 


오픈카드를 운동 가방에 놓고 잊어버리는 바람에 

메트로에서 벌금 티켓까지 받고,,,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2013/01/15 - [프라하 새댁의 소곤소곤 신혼일기] - 런닝맨_체코남자 런닝맨 유행어 속으로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걸 알지만 

벌금티켓을 계속 가지고 있으려니 계속 불안합니다. 


 

'하,, 이걸 어쩌지.얼른 없애버리고 싶은데...'


그래서 되도록 오늘 가려고 근무시간을 봤더니, 


Středa (St -수요일)은 


8.00 - 15.00 Hod.(hodin 시간) 오후3시면 문을 닫습니다.


참...빨리도 닫네요.

 


 

티켓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불안해 사장님께 한 번 조심히 물어봤습니다.

 

-"사장님,사실은 제가 카드를 안가져와서 오늘 이렇게 티켓을 끊었는데.. 

오늘 벌금 내러가면 안될까요?

근데 3시에 문들 닫아서 집에 들렀다 오픈카드 가지고 와야되서,

1시30분 정도 퇴근해야할 것 같은데요."

 

"그래~ 자꾸 나이드니까 하나둘씩 잘 잊어버리지? 

나도 나이들고, 너도 나이들고...오픈카드도 같이 늙어가고~ 냐하하하하하 "

 


이런 썰렁한 농담을 ㅎㅎ 그리고는 일찍 퇴근하라고 합니다.

1시 30분에 사무실 나와서 초스피드로 집에 들러서 Praha2,Na Bojišti 를 검색해서 

찾아봤더니 벌금 내는 곳이 I. P. Pavlova 역 근처에 있습니다.

 

주변에서 두리번 거리다가, 검고 칙칙한 건물이 있는데 Dopravy(교통) 이라고 보이는 건물을 찾았습니다.




대중교통관련 청사 그 주변이 건널목도 없고, 고속도로로 연결되는 지점이라 그런지 차들이 멈춰주질 않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2시 45분 건물에 도착했는데, 온통 체코어로 되어 있느 간판 ㅠㅠ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이던 찰나.



벌금 티켓에 나와있는 주소 옆에 č. 10 a 11 이 보입니다. 보통 č.는 číslo(치슬로)를 뜻하고 "번호"라는 뜻이거든요~  


그리고 상형문자 확인하듯  종이에 Doplakove Pokladny (복수) 철자를 하나하나와 

안내판에 Doplatkova pokladna (단수)와 비교한 뒤  안도하는 마음으로 파란 부스 앞에 줄을 섰습니다.


 


제 차례가 되어서 마음의 짐을 한껏 내려놓는 기분으로, 신분증과 오픈카드, 벌금 티켓을 창구로 내밀었죠.

 

직원이 티켓을 가만히 보더니, "뭐라뭐라뭐라 ~~~~~zítra."  하고 다시 돌려줍니다.


 잠깐, 지금..... 뭐라고 하셨나요.... 지이뜨라라고요?????????? 내일 오라고요????!!!! 

잘못들었나해서 다시 물어봤습니다.

 

-"zítra(내일요)?"

 

" Ano(네)."


 

흐아........................................ 이 상황을 어찌 설명해야할지....제가 바보입니다.

 

괜한 부지런 떨며, 얼른 티켓을 없애버려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전자시스템 이런 것과 거리가 아주 먼~~~~

 

검표하시는 분이 수기로 벌금 종이에 써서 건내 준 티켓인데 당일 취합될리가 있나요 ㅡㅜ


그것도 느림보 체코에서 오전에 걸린 벌금을 그 날 오후에 처리할리 만무하죠. 암요. 암요. 제 불찰입니다.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남편한테 전화를 했죠.


-"여보! 내일 다시 오래. 오늘 걸린 건 내일부터 벌금 낼 수 있대."

 

"하....... 맞다! 하루 지나야 낼 수 있다는 걸 깜빡했네-"

 

 

남편아..... 오늘 간다고 말했을 때 진작 좀 얘기해주지-_-;;

 

기분이 완전 'ㅁ니ㅏㅇㄹ머노얃겨ㅏㅓ노라ㅣㄴ먀'  이지만,,,,  

나오는 길에 문에 귀여운 게 붙어 있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체코 사람들의 강아지 사랑은 정말 알아줘야할 것 같습니다~ 강아지 포인트인 코, 귀, 꼬리를 그려주는 섬세함도...

처음에 봤을 때는 강아지가 모자쓰고 있는 줄 알았어요. 



얼른 마음을 추스리고 집에 돌아가서 나머지 일을 해야하는데, 차들 마저 너무 쌩쌩달려 길 건널 틈을 안 줍니다.

길 건널 틈을 기다리며 터벅터벅 걸어가다가, 바닥에 맨홀 뚜껑에 새겨진 마크가 인상적이라 사진 한 컷.



여전히 정신은 혼미한 상태에서 계속 걷다보니 트렘 역으로 가는 골목을 지나쳐 버려서 그냥 집까지 걸어왔습니다.  

자책감과 한심함이 온 몸을 휘감아~~~ 여전히 정신이 헤롱헤롱 ~~~


정신을 가다듬고 지하도를 찾아 두리번 거리다가 쌩쌩지나가는 차들 옆으로 하얀 버섯이 보입니다. 

누가 버린 건가 해서 손으로 건드려봤는데, 땅에 박혀있습니다.


체코는 주변에 숲이 많아서 숲에 가서 야생 버섯을 따다 먹는다고 얘기는 들었지만, 길 한복판 작은 공원에 버섯이 떡~~하니 자라고 있습니다.

 

한참 만지작거리닥  '어? 근데 독버섯이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이 엄습해옵니다. (다행히 탈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집 앞 공원에서 마주친 다람쥐~ 여기저기 열심히 뛰어다니는게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쳐다 봤습니다.

퇴근 길에 집 앞 공원에서 가끔 다람쥐를 보는데요, 이 녀석이 그녀석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 

다람쥐를 볼때마다 한 미국 드라마에서 본 문구가 하나 생각나는데요,

 

사람들이 다람쥐를 보면 "하~~ 귀엽다" 하잖아요.

그걸 보고 시니컬한 친구 한 명이 , " Squirrel is just a sexy rat ! " 

 

이라고 말하는 문구요. 분명히 쥐는 쥐인데 보고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걸 보면 좀 다른 쥐인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 날 하루종일 정신없이 뻘짓만 하다가 ~

남편과 맥주 한잔에 바보같았던 하루 일을 얘기하며 마무리 되었습니다.

 

-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