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되면서 시간 여유가 생기니
프라하의 아름다운 가을 하늘과 풍경이 눈에 들어 옵니다. ​

프라하의 여름도 찬란하지만,
저는 코끝에 조금은 찬바람 느껴지는 프라하의 가을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예쁜 프라하의 모습이 눈에 들어 옵니다. 

한국의 가을하늘도 참 아름답지만, 프라하의 가을하늘에 솜털같은 구름을 보고 있으면
한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난 김에, 개 두마리 데리고 동물 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크게 이상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다보니 이빨도 약해지고
미니푸들의 가장 큰 단점인 관절과 연골 걱정도 되고요.

최근에는 갑자기 어미 개의 가슴쪽에 콩알만한 게 잡혀지기 시작하더라고요.

걱정이 되긴했지만
아파하는 기색도 없고 커지지도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병원을 간 김에
검사를 받기로 했습니다.

개 두마리를 병원에 어떻게 데리고 갈까하다가 지하철 역까지는 같이 산책 가고
갈아탈때 조금 들면 되겠지 했더니.

이 녀석들 병원에 가는 걸 아는것인지..
왠걸 어미개가 걸어오다가 갑자기 멈추더니 집 방향으로 몸을 틀어 걸어갑니다.

잡으려고 가면 더 멀리 달아나고...
다다다다 ~~~~ 뛰어가서 겨우 붙잡아다 가방 안에 넣었습니다.

지하철까지 여유롭게 산책하며 가려던 제 계획은 산산히 무너지고,
3kg +3.2kg = 6.2kg​에 육박하는 가방을 들고
지하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했습니다.

지하철 역으로 마중 나온 남편이 헥헥 거리는 저를 보며 괜찮냐고ㅡ
개들이 말을 안 들어서 다음부터는 택시 타야겠다고 했죠.

이리저리 살펴보시더니, 어미개 가슴에 있는 것이 유선종양이라고 합니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노견에게 흔히 있는 증상이라고..


한 때 중성화 수술에 대해서 고려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되도록 안하는 방향으로 생각해왔었는데.....

종양을 부분 제거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으면 결국에 재발해서 또 제거 수술을 해야한다고 하네요. 

에휴-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수술비가 7000 czk 든다고 하네요.
아무리 개를 좋아하는 체코라도 개보험 안되기는 마찬가지라 생각보다 비싸더라고요.

잠시 제 반응을 살피더니 조금 있다가 의사선생님이 물어봅니다. 

수술을 진행할 것인지ㅡ

사실 한국사람인 제 기준으로 볼 때도 적지 않은 금액인데,
아무래도 체코의 소득 기준으로 7000czk는 한번에 지불하기 큰 돈이니... 

수술을 포기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술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인 마취와 심장의 건강도를 체크하기 위해서 다음 주에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종양 부분 제거를 할지 중성화 수술을 할지 결정하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다음 방문을 예약하고 병원을 나오는데
심장이 철렁 내려 앉는 기분입니다.

동네에서 만난 11살짜리 푸들이랑 비교했을 때 워낙 털도 복슬복슬했고,
먹성도 좋고 뛰는 것도 잘하고 발랄하니까,
앞으로 5년 정도는 거뜬할거라고 생각했는데ㅡ
갑자기 수술이라니ㅡ

​​혹여라도 수술한 다음에 못 깨어나거나
힘들어서 회복을 못하게 된다면, 어쩌지ㅡ


라는 두려움이 엄습해 옵니다.

어릴적 개를 키우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못키우다, 언니랑 같이 살면서 키우게 된 어미개.

그리고 그 개가 낳아 준 딸래미.
얌전한 어미개와는 다르게 똥꼬발랄 애교쟁이 딸.


손바닥만한 강아지 새끼가 너무 예뻐서
학교만 끝나면 집에 달려와
개들 보는 재미로 살았던 나의 20대.
그 시간을 함께 했던 우리집 개들.

방랑벽 강한 내가 어딘가 떠나려고 여행가방만 내리면
어느새 가방 안에 들어가 있던 어미개.
집에 돌아와서도 삐쳐서 한동안 눈도 안마주치고..
그런 시간들과 작별을 준비해야하나,,,

아직 평균 수명 1/3정도 밖에 안 살았는데,
왜 이렇게 잃을 게 많은지.
영원한 것 없다고 하지만 앞으로 새로운 만남보다 작별할 일 더 많이 남아 있는건지..


이런 생각들을 하니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부인. 왜 눈이 빨개? 아파?


하는데 눈물이 또르르 흐릅니다.

하아.... 부인....
나 센시티브 남편이야ㅡ
마음 아파. 울지마 부인.

의사선생님 말로는 노령견에게 있는 흔한 증상이고
너무 위험하면 아예 수술하자고도 안했을거야.
종양만 제거하면 재발 확률이 높다니까, 중성화 수술 고려해보는거고.

다음주에 피검사랑 심장 검사해보고, 어느선까지 마취가 가능한지 보고.
어미 개 잘 먹고, 자고, 싸고 건강하잖아~~


응. 그래그래

어미 개


의사 선생님이 해충약을 하나 주시면서 반반씩 나눠 먹이라고.
그리고 치즈 같은 거에 섞어서 먹이라고 했다네요.

그래서 개들을 어떻게 속여서 먹일까?
이리저리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딸 개가 약이 든 가방 주변을 킁킁거리며, 자기 먹을건지 막 찾습니다.

그래서 이때다 싶어서 가방에서 간식을 꺼내는 거 마냥 부스럭거려주면서,
안 줄 것처럼 어미 개랑 질투도 유발시키며 장난 좀 쳤더니 

둘 다 게눈 감추듯이 아그작아그작 먹어버립니다. 

그리고는 좀 더 없냐는 듯 두리번두리번 가방 주변을 킁킁거리고.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현재 진행형인 이 모든 순간들이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버릴거만 같아,
마음이 아려 오는 밤입니다.

제발 어미 개가 심장이 튼튼하고 건강한 상태이기를 바라며...
언젠가 어미 개와의 이별의 시간이 오겠지만, 아직은 아니니까ㅡ


+ 남편도 저만큼 마음이 먹먹했던걸까요.
Albert 마트에서 생전 사본적 없는 꽃을 사자고 합니다. 

마땅한 화병이 없어 맥주 컵에 담겨 있는 꽃이지만, 비록 꺾여버린 꽃이지만
활짝 펴 있는 모습에서 생명에 대한 갈망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Posted by 프라하밀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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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ni 2015.11.25 14: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을 읽다보니 2년 전에 이별한 저의 강아지가 생각이 나서 마음이 저립니다.
    강아지를 보내고 나서 읽은 책중에
    우리가 늘 "아직은 이별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우리가 이제 다 준비가 되었다고 말할때가 과연 올까? 하는 문구를 읽고 절절히 공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함께 하는 하루를 그저 감사하게 보내는 수 밖에 없는 거 같아요.

    • 프라하밀루유 2015.11.28 03: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많이 마음 아프셨겠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이별의 준비는 계속 되지 않을 것 같아요.

      주변의 사람들도 영원히 함께 있을 것 같아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잖아요.

      모든 시간과 순간이 영원하지 못하다는 것을 몸소 느끼면
      매찰나가 새로운 시간이고 감사함을 느껴야하지 않나 싶어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하루하루 개들이랑 신나는 추억 많이 만들도록
      노력하면서 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