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03.09 부부에게 서로의 꿈을 이루어 간다는 것은 (6)
  2. 2014.10.22 부부의 은밀한(?) 손버릇 (6)

오늘은 작년 10월에 있었던 이야기 포스팅입니다. 

저와 남편이 데이트를 시작한 때가 할로윈 파티여서, 10월 말일이면 보통 저희 부부는 기념일 맞이 식사를 합니다. 

이벤트나 선물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편이라서, 처음에 남편이 우리 데이트 기념일을 특별하게 보내자고 할 때는 조금 낯 간지러웠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도너츠맛집으로 도너터를 포스팅 한 적이 있는데요.

아기가 어려서 저녁외식은 어려운 상황이라, 2016년 데이트 기념일 식사로 도너츠를 왕창시켜 먹었더랬죠. 


도너츠를 냠냠 먹으며 남편이 말을 건냅니다. 

부인, 내가.... 사실은..... 데이트 기념일에 맞춰서 선물을 샀는데,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해외배송을 시켰는데, 아직도 안 도착했어

남편 뭐야~~~ 난 아무것도 준비 못했는데

아냐아냐, 괜찮아

그래도 미안하잖아

아니야, 부인은 아기 돌보느라 정신없으니까. 큰~~ 건 아니고 그냥 작은거야 작은거

물건 배달은 남편이 기대했던 것보다 2주 정도 늦게 도착했습니다. 

부인!! 드디어 오늘 소포 배달 올 것 같아

아, 그래?

근데, 하나 약속해줄 것이 있어 

뭔데?

상자 배달 오면, 꼭 받기만 해야돼. 내가 집에 도착 하기 전에는 열어보면 안돼. 절~~~~~대 안돼

아이고~~ 알겠어요

흐릿한 날씨 탓에 아기와 긴 낮잠에 들었다가 4시 정도 일어나서, 정신이 잘 안차려지는데 갑자기 벨이 크게 울립니다. 

띠리리리리~~~ 

누구세요

UPS 입니다. 


남편한테 소포 도착했다고 인증샷을 보냈습니다. 

남편, 선물 도착했어

잘됐네, 절~~~~~~대 먼저 열어보기 없이

아, 알겠어! 진짜로 안 볼게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남편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6시정도 남편이 퇴근하고 왔습니다. 

남편 왔다!!!!  나 소포 안 열어봤어

잘했어~

상자가 상당히 무겁던데~ 

진짜 별거 아니야

그럼, 이제 열어봐도 돼?

응, 그래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상자를 여는데 이~~~야 !!!!!!! 심슨 DVD 가 들어 있습니다.

요새 부인이 육아도 힘들고, 나 회사 옮기고 나서 뒷바라지도 힘들고. 최근에 멍멍이까지 감기 걸려서 고생했잖아

전에 우리가 꿈 얘기를 하다가, 당신이 살면서 심슨 DVD를 다 모으는 것이 꿈이라고 해서. 내가 당신의 모든 꿈을 이루어 줄 수는 없지만, 이 꿈은 현실적으로 이루어줄 수 있어서 샀어.

으허어엉 ㅠㅠ 남편..... (하트 뿅뿅)

저는 정말 스쳐 지나가듯 한 말이었는데, 그것을 남편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흘려한 말을 기억해주고, 그것에 신경을 써주다니....

심슨이라서 기분이 날아갈 것 같으면서도 정성스런 이벤트에 눈물이 또르르 흐르는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제가 이런 경험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심슨은 제가 호주 어학연수를 가서 열심히 본 프로그램인데요,
이유는 호주에 갔다고해서 바로 귀가 트이고, 영어가 솰라솰라 나오지는 않더라고요.

영어 수업을 듣고 와서 숙제를 하고 오후에 남는 시간은 TV를 보는데, 당최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죠. 그러던 어느날 익숙한 심슨가족이 방영되는 것입니다.

잘 못 알아듣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우선 완전 낯설지 않았고 회차마다 다른 내용이라 그냥 저냥 볼만하더라고요. 그 이후로 심슨이 TV에서 하는 날이면 TV 앞에 앉았습니다. 하~~도 보다보니 같은 에피소드를 몇번씩 반복해 보다가 몇마디씩 알아듣게 되고, 상황을 이해하게 되면서 더 재밌어져서 영어 공부를 심슨으로 하게 되었답니다.

만화를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서 생각하실 수 있지만, 사실 심슨은 미국 사회, 문화 풍자가 많이 녹아있는 성인대상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슨만의 특유의 유머 코드가 있어서 아직까지도 에피소드를 보는데, 심슨 시리즈가 20년이 넘다보니 성우나 스태프가 세상을 등지는 경우도 생겨납니다. ㅠㅠ 

조금은 슬프지만 심슨과 함께 나이들어가는 기분이에요.


심슨 DVD를 선물받은 기쁨도 잠시 

남편, 근데 나 시즌 1-6은 있는데

참나~ 남편을 뭘로 보고, 이미 다 확인하고 7부터 샀지

오올~~~~~ 엄지척! 근데 있잖아... 내 새로운 노트북에는 CD 플레이어가 없어 ㅋㅋㅋ

아, 그럼 다음 선물은 CD 플레이어? 

키키키키. 그래 그래 


우리 저녁 뭐 먹을까?

반찬 있으니까 밥 할게. 남은 밥은 내가 먹을테니 부인은 따뜻한 밥 먹어

아휴,, 요요 체코 남편,, 아예 오늘 감동의 쓰나미를 일으키기로 작정한 모양입니다. 


다음 날 남편이 출근을 해서 문자를 보냈습니다.

부인, 심슨 DVD 다 뜯어 봤어?

아니아니. 너무 귀하고 아까워서 손도 못 대겠어. 패키지 자체로 어제 기분을 되살리며 감상 중이야

그래도 열어봐야지. 

응, 차근차근 아끼고 아껴서 열어볼게


남편도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랴, 날로 달라지는 아빠 역할을 해내느라, 집에서 육아하며 투정부리는 아내 달래는 따뜻한 남편의 모습까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을 것입니다.   

와중에 부인의 꿈을 챙겨줄 정도로 섬세한 남편인데, 체코에서 하는 육아가 힘들다고 투정부리며 제 입장을 더 이해해달라고 하지는 않았는지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날입니다.


+ 저희 동생은 심슨 가족에서 아빠인 호머랑 저희 남편이랑 닮았다는데요, 

제가 심슨을 많이 좋아하다보니 호머같은 외모에 익숙해져서 호머같은 남자한테 무의식적인 이끌림을 받은건지, 아니면 원래 남편을 만날 운명이라 심슨가족을 좋아하게 된 건지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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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라하밀루유

제가 체코에 살며 느끼는 점이라면 

부부 사이에서 가사 분담이나 육아에 있어서 남편과 아내의 역할 구분 크지 않은 것 같아요.

아이를 유치원이나 학교에 데려다 주는 것도, 아빠 엄마가 구분이 없고요.


처음에 체코에 와서 놀란 점 중에 하나는, 아빠와 아이가 굉장히 친밀한 관계라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엄격한 아버지와 집안을 돌보는 어머니 모습을 보고 자란 세대인 저에게 

아빠랑만 놀이터나 공원에 놀러온 아이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최근에는 식당을 갔는데 남자 분이 4살 정도 되는 딸 아이를 데리고, 

친구를 만나 맥주 한 잔 하고 계시더라고요. 


Roman : Petr~ 오늘 뭐해?

Petr     : 응, 나 우리 딸 Misa랑 보고 있는데.

Roman : 그럼, 있다가 1시쯤 밥 먹을 수 있어? 딸 데리고 같이 식당으로 나와~

Petr     : 어. 알겠어. 



두 남성분들,,, 아마 위와 비슷한 대화를 나누고 만나지 않았을까요?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딸과 아빠가 함께 어린이 색칠 공부 같은 것을 했어요. 


요즘 한국도 남자의 육아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수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프로를 통해서 남자 육아 장려도 하고요 ~~ 

아이의 사회성에 아빠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아빠의 육아 참여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오는 것 같아요.  


한국남성의 육아 참여가 커지고 시대이긴 하지만,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경우는 흔해도 

체코 남자분들 같이 딸을 데리고 맥주 한 잔 하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죠? ^^; 


현재까지 제 개인적 느낌에는 평균적으로 체코 남성분들이 육아에 더 깊은 참여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한국은 남성성을 강조하고 가정일에 있어서 남녀 역할을 구분하는 

역사,문화적인 배경 탓이 있겠죠. 

 

한국과 체코의 중간인, 저희 집의 가사 분담의 상황은요? 

일이 일찍 끝나고 저녁에 들어 오는 사람이 장을 보고, 집안 일을 하는 편이에요.   

평소에는 남편은 요리와 설거지, 빨래를 담당하고, 저는 개 산책과 집안 청소를 담당하는 편입니다. 


하루는 저녁을 먹고 남편이 설거지하다가 갑자기ㅡ 남편이 묻습니다. 

부인 근데,, 이거 누구 숟가락이야


티스푼을 하나 보여줍니다. 



응? 그게 뭔데? 


이 티스푼 우리 거 아닌데? 


엉?? 



얼른 싱크대로 가서 봤더니 

제가 사무실에 있는 숟가락으로 요거트를 먹고 나서, 도시락 통에 넣었다가 

잊어버리고 도시락을 통째로 들고 와버린 거죠.  


사실 제 눈에는 다 똑같은 티스푼이었어요. 자세히 보니 손잡이 부분이 다르더라고요.  

이런 눈썰미 좋은 섬세한 남자 같으니라고 ㅋㅋㅋ 제 눈에는 다 똑같은 숟가락인데 


마트에서 판매되는 쌀죽 형태의 음식.



몇 주가 지나고 남편이 설거지를 하고 있었어요. 



부인. 근데 이거 병따개는 어디서 온거야

? 그건 나도 처음보는건데.. 

크큭. 도대체 어디서 가져온거야~~ ?


난 진짜 몰라. 숟가락은 내가 가져온게 확실한데ㅡ

병따개는 나도 몰라

나 고둑(?) 아니야~~~

부인~ 이러다가 하나씩 하나씩 

회사 물건 훔쳐오는거 아니야? ㅋㅋ 

 


결국에는 그 병따개가 어디서 온 것인지 알아 내지 못했습니다. 

제가 고둑이 되었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소곤소곤 일기] - [체코남편]우리 부인은 고둑!



손버릇를 하다보니 예전에 중학교 때 반 친구가, 노래방에서 탬버린을 가지고 나오고 싶어서

소리 안나게 하려고 탬버린을 테이프로 칭칭 감아서 가지고 나왔다는 얘기를 남편한테 해줬어요.


남편이 예전에 자기가 한국에 있었던 일이라며, 이 못지 않은 손버릇(?)에 대한

고백을 했습니다. 


옛날에 한국에 있을 때, 술 많이~~~이 먹고 기숙사에서 자고 있는데

아침에 가방을 보니까 테이블에 딩동~~ 벨 누르는 거 있더라고. 

기숙사에서 눌러도 아르바이트 하는 분이 오려나? 궁금했어 ㅋㅋㅋ  


~~ 그래? 

그렇게 술을 많이 먹었어??? 

대체 누구랑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셨어?? 

 

아,, 부인 -_- ;; 이야기 포인트가 그게 아니잖아. 

맨날 술먹은 얘기만 하면 다른 여자 블라블라


아~~ ! 어떤 여자랑 마셨길래 그렇게 많이 마셨던 거야 ?


거기 여자 없었어!



몰래 가져온 물건에 관한 손버릇 얘기하다, 어떤 여자랑 술마신거야? 로 끝나는 ㅎㅎ 

이렇게 말꼬투리 잡는 게 여자들의 싸움 특성이긴 하죠. 하지만 고칠 수 없을 뿐이고 꺅


저 만나기 전의 일이니,,, 진짜 남자랑만 술 마셨는지는 확인 불가한 부분이기에

가정의 평화를 위해 패스 ~~ 


여튼 부부간에 몰랐던 서로의 손버릇을 알아가게 된 대화였습니다. 



Posted by 프라하밀루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