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온가족이 모여 성탄절을 함께 보냅니다. 가족들이 한 곳에 모이니 오랜만에 대청소도 하고 집에 크리스 마스 장식도 하고,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니.... 크리스마스가 시작되기 1~2주 전부터 분주해집니다.
체코는 12월 24일, 25일, 26일이 크리스마스 공휴일인데, 대부분 체코회사들이 12월 24일부터 새해가 되는 1월1일(체코 공휴일)까지 연이어 휴가를 쓰라고 권장하는 편입니다.
저희 남편 회사도 마찬가지라, 남편은 23일부터 가족과 함께 연휴를 즐기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1주일 전인 16일 토요일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서 침실에서 남편이 나옵니다.
▼ 2012년 프라하올드타운 크리스마스
잘 잤어?
어. 아후~ 오래 잤네
응, 주말인데 좀 자야지~ 근데 남편! 어제 꿈에 갑자기 내가 중국어를 솰라솰라하는거야
우리 혹시 다음에 갈 나라가... 중국이 되는 건가?
글쎄~ 모르지 뭐 근데 남편 우리 크리스마스 장식 결국 못 찾았어?
어, 없는거 같아
분명히 버렸을리는 없는데....
창고를 다 뒤졌는데 없더라고
혹시 남편이 다른 곳에 잘 놔둔거 아냐?
아흐. 몰라ㅠㅠ 기억이 안나. 바보 남편
아냐. 내가 작년에 정리할 때 잘 챙겼어야 하는데... 우리 둘다 정신없었잖아. 내가 다시 한 번 찾아보지 뭐
작년 크리스마스. 딸이 돌이 될 무렵에, 남편도 저도 육아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을 때라, 다른 것에 제대로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 같아요. 장식을 챙겨 놓았을 만한 창고며 서랍장이며 온통 뒤졌는데, 찾을 수가 없습니다.
흠... 진짜 이상하다. 없어
없지? 근데 부인 커피 마실래?
어, 연하게 한 잔만
우히히히, 부인도 커피 여자가 되어가고 있어
쉬는 날 아침이면 남편은 프렌치프레스에 커피를 내립니다.
매번 커피 마실거냐 묻는데, 제가 OK를 하면 같이 커피를 마신다는 사실에 신이 나나봅니다. 커피를 내리고 제 컵에 커피를 부으며 남편이 묻습니다.
부인, 오늘 크리스마스 쿠키 가지러 갈 건데. 가족이 다 같이 갈까?
그래 그래. 비도 안오고, 많이 춥지 않은 거 같은데. 밖에 몇도야?
영하 1도
나갈만 하네
우와~~~한국은 지금 영하 10도야. 엄청 춥겠다
그러게. 우리 전에 12월에 갔을 때도 정말 추웠지
응응, 그게 벌써 몇 년전이야
체코생활이 길어지면서 한국날씨와 비교해보면, 전체적으로는 한국과 날씨가 비슷비슷한데 8월부터 11월은 프라하 날씨가 서울 날씨보다는 서늘하고 추운 것 같아요. 그러다 12월, 1월 강추위 오면 서울이 더 추운 것 같고요.
부인 먹고 싶은 거 있어?
글쎄...
말해봐봐
늘 한국음식이지 뭐
그럼 우리 한식당 갈까?
좋아!
한동안 먹고 싶었던 떡볶이를 먹고 나와, 남편이 쿠키 만드는 분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Dobrý den…
rozumím.
…. V pondělí. Ano, děkuju
흠… 우리 쿠키 못 찾으러 가는거지?
응, 아직 포장을 다 못했다고, 월요일에 오래
출발 1시간 전에만 전화하면 찾으러 갈 수 있다며~
나오기 전에 전화했는데, 안 받더라고
아.. 그랬구나
부인이 쿠키 먹고 싶지?
아~ 당연하지! 근데 여기 크리스마스 쿠키 만드는데가 가기 먼데ㅡ 꼭 여기서 주문해야하나?
난 상관없는데, 우리 부모님이..
아… 아는 분이시구나
어
….그럼 어쩔수 없지
매해 크리스마스 쿠키를 주문하다가 갑자기 멈춰버리면, 지인이 섭섭한 느낌을 받지 않으실까 싶더라고요. 게다가 가족의 전통을 중요시 하는 체코문화에서, 이 분에게 크리스마스 쿠키를 주문한지 꽤 되었는데 말이죠.
그럼 쿠키 찾기는 패스하고, 바로 쇼핑몰로 고고?
그래
가서 조명 사자
좋아좋아
크리스마스 장식을 파는 곳에 가니 디자인은 예쁜데 건전지로 된 것밖에 없습니다. 예뻐서 이것저것 만지게 되는데도, 딱히 사려고 손에 잡히는 것은 없더라고요.
체코 사이즈에 맞게 대형 양말을(수면 양말인데 제가 신으면 무릎까지 덮힐듯ㅋㅋ) 집었다 놓았다 하자 남편이 묻습니다.
(제 볼을 만지작 거리며) 우쭈쭈쭈~~우리 이쁜 마누라, 우리 귀여운 붸이비- 이 양말 사고 싶어?
아ㅡ 남편~~ 뭐하는거야. 그리 갖고 싶은 건 아니고, 그냥
그럼 다른 거 뭐 갖꼬 싶오용? 오빠가 다~~ 사줄껭
아냐, 됐어욧. 우리 크리스마스장식 전구나 사러 가요. 어디를 가봐야하나...
아하!! Datart (체코 전자제품 상점) !! 거기 가면 있을 것 같아
오홀~~~ 남편~~ 좋은 생각~~ 가보자!
▼2013년 나메스티 레푸블리끼, 팔라디움 쇼핑몰 크리스마스 풍경
+ 다른 쇼핑몰 크리스마스 장식
조명 장식을 사러 걸어가면서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남편은 크리스마스 선물 필요한 거 없어?
없어~ 나는 다 가졌어. 부인은? 부츠? 핸드백
내가 한동안 생각해 봤는데... 피부 마사지 패키지 선물이 좋을 거 같애
그거 말고. 목걸이나 반지 같은 거 해주고 싶단 말이야
있는 결혼 반지도 잘 안하고, 귀걸이도 안 해서 귀도 막힌거 같은데…
그럼 마사지 하는 곳 알아봐봐
응, 오케이!
근데, 부인 요즘 다이어트도 하고. 이제 피부관리까지 받아서… 내년 크리스마스는 딴 남자랑 보내려는 거 아냐?
키키키ㅡ
(가까이 다가가 남편 허리에 손을 두르며) 왜애~~ 그럼 어쩌려고~~
어흑 ㅠㅠ 마음이 아파
뭘 마음이 아파~
참나! 됐어!(남편이 유모차는 손으로 잡고 엉덩이로 저를 옆으로 밀어내며)
으악!! 엄마야! (갑자기 미끄덩~ 한쪽 가랑이가 쭉 찢어지며 넘어질뻔)
크크크크큭 ㅋㅋㅋㅋ
누군가 바닥에 초콜렛 아이스크림을 흘린 것을, 정통으로 밟아 미끄러질뻔했습니다.
뭐야, 남편. 지금 웃어?
아니아니 ㅋㅋㅋㅋㅋ
재밌어?
어, 쫌~ㅋㅋㅋㅋㅋ
부인이 넘어져서 다칠뻔했는데??
그러게, 누가 그렇게 나쁜 말 하래~
하참, 신기하긴하다. 그 말을 하자마자 바로 발이 미끄러지네~
다~~ 카르마야 카르마(업보)
잠깐만 기다려봐, 신발 바닥 좀 닦을게. 걸을 때마다 아이스크림 자국 남아
제가 농담이라도 남편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했으니, 벌 받은 것 같았습니다
근데 남편, 도대체 크리스마스 장식 어디로 간거지???
나도 몰라. 근데 나는 촛불 켜면 돌아가는 장식은 사고 싶어
언제 사러 갈까? 다음주 월요일은 나도 남편도 바쁘고, 화, 목은 태권도. 수요일은 내가 또 바쁘면… 바로 크리스마스 오는데?
흠… 진짜 그렇네
그럼 오늘 나온 김에, 시내 크리스마스 장보러 가자
그래그래
점심을 먹고 크리스마스 쿠키를 가지러 가면 끝날 줄 알았던 일정이, 프라하 올드타운까지 가서 크리스마스 장식 사는 것으로 길어졌습니다. 체코에서는 크리스마스가 큰 명절같은 행사라 준비로 분주하고 정신없고 그러네요 ^^
다음 포스팅에 2017년 프라하 올드타운 크리스마스 풍경 올려드릴게요~
맛배기로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 한 장만 올려요~
▼ 2017년 프라하 올드타운 크리스마스 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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