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금요일이면 일찍 출근을 해서 일찍 퇴근을 하는 편입니다. 대부분 체코회사의 좋은점이라면 사무실에 있어야 하는 Core hour를 정해놓고 그 외의 시간은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부인님, 남편 간다~

일찍 출근하네?

응, 금요일이니까. 일찍 올게

응. 잘 다녀와

이른 시간이라 저는 아직 잠에서 덜 깬 상태였습니다. 남편은 이불밖으로 삐져나온 제 발바닥을 간지럽히면서 출근인사를 하고 갔습니다. 남편이 현관문을 닫고 나가자 아기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습니다.

아빠, 아빠. 빠빠~~(bye라는 뜻) 

어떡하지 아가씨. 아빠 벌써 회사 갔는데

아빠....히잉

오늘 아빠 일찍 온다고 했어 

음!

다른 육아하는 엄마들과 비슷할지 모르지만, 저는 남편 출근 후 시작되는 육아일과가 

아침 먹고> 치우고 > 기저귀 갈아 주고> 씻기고> 쌌으니 배고파 아침 간식 먹이고> 점심 준비해서 아기 먹이고 저도 점심 먹고> 점심 먹은 것 치우고> 아기 낮잠을 재우고> 일어나면 오후 간식을 먹이고, 치우고 >  저녁먹을 준비를 하고 > 저녁 먹고 치우고> 아기 씻기고> 밤잠을 재우고 >저도 같이 잠들고 

다음 날 아침 일어나.... 

아침 먹고> 치우고 > .... >저도 같이 잠들고 

이러한 패턴으로 무한반복입니다. 

▼ 규모는 작지만 프라하 전통시장 - 하벨 시장

조금이라도 체코어 공부나 포스팅 할 시간을 갖고 싶어서 낮잠을 안자려고 하는데, 아이를 재우다보면 잠을 이기지 못하고 같이 잠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금요일이라 남편이 일찍 퇴근하고 와서, 문 여는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출퇴근할 때 모두 잠든 부인 모습만 보니, 남편은 '우리 부인은 집에서 아이랑 잠만 자나... '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부인 아직 날씨 좋은데 나갈까? (참고: 체코날씨는 맑았다, 흐렸다, 비왔다, 다시 맑았다 수시로 변하는 편입니다)

응, 그래

커피 마시러 갈까, 아니면 공원 아래쪽에 정원있는 식당갈까?

저녁 먹으러 가자. 거기 어린이 놀이 공간도 있지?

응 있을 거야

개들 산책을 먼저 시키고 아기와 함께 공원을 가로질러 식당을 걸어갔습니다. 딸은 신이나서 길가에 핀 풀과 민들레꽃도 만져보고요. 새소리가 날때마다 날아가는 새를 가리키며 "째째짹" 거립니다. 

공원에 새가 정말 많다. 무슨 새야?

참새

참새라고?

응. 여름이니까

참새가 어디서 와?

남아프리카 쪽에서

아ㅡ 그렇구나

예전에 써 놓았던 글을 올리고 있는데.... 2017년 여름에 쓴 글인가봐요 ㅎ

집에만 있다가 저녁 외식하니 기분도 상쾌하고 좋았는데, 다시 집에 돌아오니 쌓인 집안일에 한숨이 나옵니다. ㅠㅠ 그래도 저녁을 밖에서 먹었으니, 남은 에너지를 이용해 후다닥 집안 일을 하고 아기를 씻겼죠. 

쇼파에서 아기를 안아주는데, 갑자기 개 두마리도 제 품을 파고 듭니다.

아이고,,, 남편 우리 멍멍이들 좀 봐

흠… 이제 내 자리가 없어

아휴ㅡ 무슨소리야

맞잖아. 부인이 내 생일도 잊어버리고

그건 진짜진짜 미안해

아냐, 괜찮아. 그냥 부인이 개랑 애랑 사랑하느라 나한테 신경 못써서 그런거야

아니야. 남편 덕분에 개들이랑 애기랑 보실피며 잘 사는데 무슨소리야

어쨌든 남편에 대한 사랑이 있을 자리가 없어

지금은 아기가 어리니까 정신없어서 그렇지. 내 안의 남편에 대한 사랑은 늘어날테니 조금만 기다려줘, 응?

힝, 몰라. 얼마나 기다려야 돼

아기가 생기면 남편들이 두 부류로 나뉜다는 우스게 소리를 들은 적 있습니다. 

하나는, 아이가 너무 예뻐 가족을 더 늘리고 싶은 남편

다른 하나는, 아이도 예쁘지만 부인의 사랑을 빼앗겨 버린 기분 드는 남편

아마, 저희 체코남편은 후자인 것 같아요. 

제가 사실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 남편한테 신경을 잘 쓰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남편은 애한테 질투아닌 질투를 하며 저한테 투정부리기도 하고요. 이래서 남편을 아들같다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2017년 언제인가 유명한 의사의 재혼 소식을 온라인에서 읽었는데요, 이혼 전에 그 의사선생님이 유난히 막내딸을 아끼는 모습이 방송에 나왔나보더라고요. 그렇게 가정적인 모습과 책을 통해 비췄던 모습들과 다르게, 재혼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분들이 실망하신 듯 싶더라고요. 

2018년 1월 6일 밤 8시 50분... TV출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문득, 체코남자 한국여자 국제커플로 국제결혼에 대한 얘기를 풀어나가는 제 블로그에서의 모습과, 달달한 부부로 그려지는 <사랑은 아무나하나>의 모습.... 

사람 일은 어찌될지 모르는데... 

지금은 알콩달콩 결혼생활하지만, 저와 남편의 사랑도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고. 둘 중 하나가 먼저 떠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다른 사랑이 찾아올수도 있고... 아니면 둘이 함께 사는 것이 고되어서 헤어지고 싶을 수도 있고요. 

혹여라도 나중에 저희 부부의 상황이 달라지면 어떤 분들께는 실망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블로그에서 감정이 오락가락 하며 체코남편이랑 사는 것도 제 모습이고, 카메라 앞이기는 했지만 오늘 <사랑은 아무나 하나>에서 보여지게 될 생활도 저희 생활의 일부입니다. (당연히 일상은 위에 적었던 육아의 반복이 많지만요)

체코남편과 결혼생활이 영원이 보장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따뜻한이 순간을 기록에 남기고 싶어서 출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써 놓고 보니, 면접에서 무슨 입사 동기 얘기하는 기분이 드네요 ^^)

어쩌면 <사랑은 아무나 하나> 방송 전과 후로 제 프라하생활이 바뀔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국제커플보다 재미없어서, 있는듯 없는듯 가족 소장용 비디오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시청률도 좋고 재미와 인기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요소라... 가족 소장용 비디오만이라도 저는 좋습니다~

▲ 프라하에서 기차로 1시간 떨어진 <쿠트나 호라 Kutna Hora>

어제 한동안 연락이 끊어졌던 친구도, 우연히 <사랑은 아무나 하나 - 체코 프라하> 보고 연락이 오기도 했고, 주변 사람들한테 방송 나온다고 연락을 하면서- 제가 프라하에서 어떻게 사는지 소식을 전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 설레이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50-60대 어르신들이 이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하시더라고요~)

짧은 일정에 잠도 설치고, 코빨개지는 추위를 견디며 야외에서 열심히 찍은 거니까요.

프라하 여행 오시고 싶으신 분들, 프라하 여행을 추억하고 싶으신 분들, 체코나 해외 이민 생각이 있으신 분들, 국제커플로 연애/결혼하신 분들... 

모두모두 한 번씩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 <사랑은 아무나 하나 - 체코 프라하> 예고편이 Youtube에 올라갔는데, 하필이면 제 얼굴이 대표이미지로 멈춰있어서 ㅠㅠ 부끄럽네요.  

Posted by 프라하밀루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