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마냥 깜박깜박 잊어버리다가, 드디어 벌금을 냈습니다. 하... 이 상쾌한 기분~~~

 

(혹시,, 무슨 벌금인지 궁금하시다면 

2013/01/16 - [프라하 새댁의 소곤소곤 신혼일기] - 아침 나사 풀린 다이나믹 하루)


오후에는 우편물을 찾으러 우체국을 가야되는데, 좀 귀찮습니다 ^^  

이번 주까지 찾으러 가야되서 회사 끝나고 갔는데 가는 길에 돌 길이 엄청 많더니,

집에 와서 보니 구두 굽 한쪽이 나갔네요. 흐미~~~곧 구두수선하러가야겠어요. 

분명히 근무시간이 길지 않은데  늘 자질구레한 일로 바쁜 오후입니다.  


우체국에 갔더니 직장 문제 때문에 브르노에 있는 대학에 보냈던 제 대학졸업증명 인증 서류가 왔네요. 

5개월 전에 보냈는데 말이죠~~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 바람에 지금은 쓸데 없어진 서류거든요....

  

-"남편 ! 오늘 우체국 다녀왔어."


"여보는 공식적으로 찰스대학에서도 인증서류를 받았으니까, 체코 대학을 2개나 졸업한거야."


-"하.... 2개나 있으면 뭐해. 이제 필요도 없는데... 근데 진짜 오래 걸린다."


"그러게. 이 서류만 기다리고 있었으면, 나 불안증으로 쓰러질뻔했네. 

 그래도 잘 가지고 있어야지. 혹시 알아? 체코에서 공부 더 하게 될지도~~"


암요~~ 사람 일 어찌 될지 모르기에, 서류철에 꼭꼭 챙겼습니다.  ^^  


Ri라는 일본친구가 프라하를 놀러와서 저녁 먹으러 나가려고 하는데,

남편이 (졸업한지 3년이 지났는데) 학교 로고가 박혀진 티셔츠를 입고 있습니다. 



-"여보, 그 셔츠 입고 나갈거야?" 


"응. 왜?"


-"아니...그냥..... 그게..... 학교 로고가 박혀져 있어서. "


"어차피 여기 사람들은 이 로고가 뭔지 몰라. 그리고 서울에서 다른 학생들도 입고 다녔어.

미국친구도 호주 친구도"


-"봐... 다 서양친구들이짆아...한국사람들은 잘 안 입고 다녀. 

학교 다닐때나 입지 졸업하고는 집에서 입지,, 밖에 나갈 때는 잘 안 입거든."


" 한국 남자들도 이상한 스키니진 입잖아~~~!"


-"그거야 패션 트렌드니까"


"그리고 여자 애들 다 왕잠자리 같은 안경도 많이 쓰고 다니잖아 ! "


-"그것도 한국사람 패션 문화"


"그래서 이 옷 입은게 싫다는거야 ?  (눈을 흘깁니다.)"


남편이 눈을 흘길때마다 저는 , 


-"못~~~생겼어!"


" (아랫 입술을 쭉~ 빼고 삐죽삐죽 거립니다.)"

 "그래! 나 못생겼어. 근데- 여보는 이제 못생긴 나랑 결혼해서 아무데도 못가.

그러니까 내가 이겼음 !  "


그리고는 남편의 Facebook을 보여주더니,,, 이렇게 써져있습니다.  "I am very very good at marrying"  

그걸 보고 나서는 어찌나 남편이 귀엽던지,


- " 오호............. 우리 남편 너~~~~~무 잘 생겼다." 


"에휴.... 아니 3초 전에는 못생겼다고 하더니, 이제는 잘 생겼다고?!?! " 


-"그럼그럼. 우리 남편 완~~전 잘생겼지."


"아니. 도대체 언제는 못 생겼다, 또 금방 잘생겼다. 너무 헷갈려.(@..@) "


-"그게 포인트야!

먼저 못생겼다고 하면, 자신감이 없어지잖아. 그때 잘 생겼다고 하면 기분이 살짝 좋아지지? 

  너무 남편의 자신감을 꺾지는 않으면서 남편이 너무 자신만만하지도 않게 하는거지..

그래야 나랑 오래오래 같이 있을거 아냐..  몰랐어? 4년을 이렇게 길들여왔는데  "


""


- "이제 어쩔 수 없어. 나랑 결혼했으니까~~ ^^ " 



이렇게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고 일본인 친구 Ri를 만나러 호텔 앞으로 갔습니다. 


-"여보 친구 Ri랑 밥 먹으러가자~"


"아니지. Ri는 부인친구지. Ri가 이얘기 들으면 울겠네."


-"아니야. 프라하 올 때까지 당신이랑 페이스북으로 연락했잖아. 나는 페이스북도 없어~"


"아냐. 나도 Ri 잘 몰라. 한 2번 봤나? 자기는 같이 밥도 먹었다면서!"


-"아...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우연히 만나서, 저녁 먹을 시간이라 같이 밥먹은거지."


"봐!! 그럼 부인 친구 맞네~!"


-"흠.... 누구 친구든지간에, 프라하에 손님이니까 대접 잘하자~~ 오키 ? "


" 응 (끄덕끄덕) " 


남편의 친구라 하기도, 제 친구라하기도 모호한 Ri를 처음 만난 건 작년 말 남편이 한국에 왔을 때 입니다. 

 

남편은 절친이자 저의 친구이기도 한 SC의 집에 신세를 졌고요.

남편이 그 집에 있는 SC의 대학 동창 Ri가 2박 3일로 한국에 놀러를 왔습니다.  

그래서 SC, Ri, 저, 남편 이렇게 넷이서 SC집에서 주말에 같이 놀았죠. 


다음날 저는 출근했고 그날 저녁에 필요한 책을 둘러볼겸 광화문에 있는데, 한 구석에 남들보다 머리가 하나 더 큰 외국인이 있습니다. 


-"헤이~~~ SC ! 여기서 뭐해?"


"이야~~ 넌 여기서 뭐하는데?"


-"나 책 좀 보고 있었지. 너는?"


"나 Ri 기다리고 있거든. 저녁먹으러 갈건데, 같이 갈래?" 


배도 고파지고 저녁때도 되고 해서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Ri라는 친구가 남편과 저에 대해 궁금한게 많았는지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어떻게 만났는지, 얼마나 만났는지, 체코남자는 한국남자는 어떻게 다른지,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결혼은 언제할 건지 등등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앞으로의 계획은 크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혼계획도 잘 모르겠다고 했죠. 

그리고는 프라하에 있으면 한 번 놀러오라는 기약없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녀가 프라하에 온거죠. 프라하 거리 이곳 저곳을 걸으며 밀렸던 얘기를 시작 했습니다. 


"오랜만이야~~~ 어떻게 지냈어? 프라하는 살만해?"


-"응. 편해. 오자마자 너무 바빴어."


"왜?"


-"아... 프라하 생활 지루할 틈도 없이 일을 시작해서. 


"히야~~~ 축하해."


-"그리고 우리 결혼했어."


" 정말? 그 때 만났을 때는 잘 모르겠다고 했잖아?"


-"그게, 그렇게 됐어."


정말 제가 올 해 프라하에서 겪은 일련의 행복한 사건들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이

"그렇게 됐어."이지 않나 싶습니다. 

일을 계획하고 뜻대로 행했다기보다는 그보다 더 큰 운명의 틀에서 움직임을 느끼고

흘러가는 물길에 따라 떠내려온 느낌.  다행히, 좋은 물 길이었습니다. 


어색할 줄 알았던 우리의 대화는 3개월 째 유럽여행을 하고 있다는 Ri의 여행 얘기와 

체코,일본,호주(Ri가 호주에서 대학을 나왔습니다), 한국 생활과 문화 비교 토론으로 흥미진진 즐거웠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부부의 잠자리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제가 처음 결혼하고 남편한테 서운했던 것 중에 하나가 이불을 각각 하나씩 덥고 자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죠. 


-"한국에서 부부란, 한 이불 덥고 자는 사이라는 뜻이거든. 

근데 우리는 각자 이불 덥고 자니까 기분이 좀 그래."


"근데 그거 알어? 우리 한 이불 덥고 자면 어떻게 되는지."


-"아니."


"큰 스프링롤 여보랑, 꽁꽁 얼어버린 나" 

 



 

이런 느낌인거죠.

(그림 실력은 이해해주셔요~~느낌만은 충만한 새댁입니다. ㅎㅎ Zima는 체코어로 "춥다"는 뜻입니다. )

제 잠버릇을 제가 알 수 없으니,,, 이불 따로 덮는 것에 대해서는 그냥 패스~~~ 


그리고는 일본 침실에 대해서 어느 분 블로그에 읽은 게 생각나서 Ri 한테 물어봤어요. 


-"혹시 일본 부부는 한 침대에서 잘 안자고, 침대가 각자 따로 있다는데.... 사실이야?"


"응.  각방을 쓰는 부부도 있어"

-    


이거야 말로 문화충격입니다. 남편도 적잖이 놀란표정이고요. 그리고는 계속 Ri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 부모님도 한 방에 침대가 2개야."


-"근데 그게 아무렇지도 않아?"


"응. 다들 그렇게 사니까. 근데 난 별로야."


사실 부부 생활이라는 게 두 사람 사이에서 합의가 되면 전혀 문제될 것 없습니다.

남이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도 아니고요. 

 

편리한 삶과 질 높은 수면을 위해 각자 침대에서 잔다고 하더라고요. 부부 둘이 좋으면 그만이죠.

남한테 피해주는 일도 아니니까요.  


그래도 서양에 볼 때는 다 같은 아시아이고, 바로 이웃나라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인데도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부란 한 이불을 덥고 사는 사이다"라는 한국식 정의와는 거리가 머니까요.

삶의 방식이 참 다양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한 침대에서 자는 게 솔직히 불편하고 배우자가 뒤척거리는 날에는 잠을 푹 못잡니다.  

그래도 저는 그래서 부부라고 생각하거든요. 불편해도 힘들어도 항상 같이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요. 


잠들기 전에 팔베개하면서 도란도란 옆에서 얘기하고 

아침 잠에서 깨어나서 서로 퉁퉁 부은 얼굴 마주보고, 꼭~~~ 끌어 안아주는 걸 너무 좋아하는 저로서는

일본방식의 부부침실은 힘들 것 같습니다. 

가끔 남편이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등돌리고 자고 있으면, 그것도 섭섭한 새댁인걸요 ㅎㅎㅎ 


제가 들은바로는 한국 부부들 중에서도 각방을 쓰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서로 합의가 되면 문제가 없지만, 혹시나 한 분이 저와 같은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

서로 조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말 개개인의 성격만큼이나 부부의 삶도 다양한 것 같습니다. 



+ 포스팅이 길죠? ㅎ 아직 일본 친구와 얘기가 안끝났습니다.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포스팅에서 계속됩니다.. 

Posted by 프라하밀루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