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부스스 일어나서 화장실을 다녀와서 

욕실에서 손을 씻으려고 수도꼭지를 틀었는데, 물이 안나옵니다. 


부엌으로 튀어가서 다시 수도꼭지를 틀어보니,  


역시나,  OTL물. 이. 안. 나. 옵. 니. 다. 


아무런 예고도 없었던지라, 이럴 때면 참 답답 합니다. 


우리집만 단수가 된 것인지, 주변 어디까지가 단수인지

왜 단수가 된 것인지 언제쯤 수리가 되는지 알고 싶어요. 


궁금해요! 궁금하다고요 !!!! 궁금하면 500원 ~ 

(철 지난 개그라 죄송 ;;; 체코 살다보면 써 먹을 일이 없으니까, 블로그를 통해 개그 욕심 푸는거라 이해해주세요~)


체코에서는 제가 스스로 정보를 잘 찾아 보지를 못하니... 자고 있는 남편을 깨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남편, 남편 ! 물이 안 나와.


남편이 졸린 눈 비비며 검색을 해보더니


날이 갑자기 추워져서, 상수도관이 터진 거 같아.


영하로 뚝 떨어진 날씨 때문이라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갑자기 집에 단수가 된 경우, 아래 웹사이트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

 

http://www.pvk.cz/aktuality/havarie-vody/aktualni-havarie/#


Acktualni Havarie 라고 하면,  "사고 현황" 정도 해석됩니다.


물이 안 나온다고 생각하니 - 

아침에 일어나서 아무 생각없이 변기통의 물도 시원~~하게 내려버렸는데.

예비로 받아 놓은 물도 하나 없는데...머릿 속이 하얘지며 멍~ 해집니다. 



남편이 웹사이트를 보더니, 집 아래 골목에 식수 공급차가 올 거라고 합니다. 


엥? 식수차?  생각중  


마시는 물을 주는 차량이 온다는 말인가? 

 

식수차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 하며 

신혼 살림이라 제대로 된 양동이 같은 것이 없어서, 

주방에서 제일 큰 냄비 2개 들고 남편이랑 뚤래뚤래 거리로 나갔습니다.

 

상수도 동파가 일상 있는 것처럼 

삼삼오오 동네 아주머니들이 양손에 물동이 2개씩 들고 나오셨더라고요.

(양동이가 부러웠어요. 아주머니들의 살림 지혜는 어느 나라를 가든 빛나요!)


조금 걸어가니 물탱크가 달린 트럭같은 게 보입니다. 


Pitna Voda 라고 해서 Pit = 마시다, Voda = 물

남편이 말했던 식수 차량이 왔습니다. 



내부를 보면 밸브에 긴 수도꼭지가 달려있고요. 

밸브를 열면 수도꼭지를 타고 마실 수 있는 물이 콸콸콸 공급됩니다.



그리 크지 않은 냄비였는데도, 꽉 채워서 집까지 들고오니 상당히 무겁더라고요.  


문득, 제가 살면서 이렇게 물을 받으러 간 적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기억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한국에 있을 때는 주로 아파트에서 살아서 

단수가 잠깐 되어도 아파트의 물탱크를 통해서 물을 공급 받았던 것 같아요.


남편이 웹사이트를 확인하더니 상수도관이 오늘 저녁까지 수리가 마무리 된다고 하네요. 

체코 업무 속도를 알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 

저녁 7시쯤 되니, 수도관들이 꿀럭꿀럭 거리는 소리를 내며 물이 졸졸졸 흐릅니다. 


아휴... 살았구나. 


돌이켜보니 전에 살던 집 근처에도 도시 하수관 일부가 고장나서 물이 안 나온 적이 있었는데, 

당일 수리를 다했습니다. 


체코에서 2번 수도관 관련 사고가 있었는데요, 2번 다 대응이 참 빨랐네요.  

도대체, 알다가도 모를 체코 사람들의 일하는 속도입니다. 


물이 나오니 평점심이 찾아지며, 저녁을 해먹고 쇼파에서 늘 그렇듯 <런닝맨>을 봤죠. 

프로그램이 끝나서 샤워를 할까~~ 하고 욕실에 가려고 하는데. 


반짝~ 컴컴. 


크헉.... 이번에는 정.전. 입니다. 

아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헛웃음밖에 안나옵니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재난 상황도 아니고 단수와 정전이 같은 날 일어나니, 살짝 멘탈 붕괴 지경이 올 것 같습니다. 

바깥을 보니 저희 집만 정전은 아닌 것 같아 보였어요. 


크리스마스때 쓰고 테이블에 놔 뒀던 성냥이랑 초가 있는 게 생각났습니다. 

휴대폰 플래시를 켜서 초에 불을 붙일 때도 실성한 사람 마냥 

어허허허허허. 어허허허허허허. 하하

 


다행히 5분 정도 있다가 전기가 다시 들어왔습니다. 


멀쩡하게 사용하고 있을 때는 잘 못느끼지만 

오늘을 통해 물과 전기의 소중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물과 전기를 아껴 써야겠다는 바른생활 어린이 같은 마음으로 잠시 돌아간 하루였습니다. 



Posted by 프라하밀루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