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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체코와 한국의 마음의 거리

이번 주 10월 26일 일요일을 기점으로, 유럽 써머타임이 끝이났습니다. 

내년 3월 마지막 일요일까지 체코와 한국 시간차는 8시간이 나게 되네요. 


체코시간은 써머 타임 일때 시차가 7시간, 아닌 경우 8시간 한국보다 느린데요. 

생각보다 평일에 전화 연락을 하기가 마땅치 않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통화 시간대라면 체코 점심시간, 한국 저녁시간 정도 될 것 같은데요. 

평일에 정신없다보면 전화하기 늦은 시간으로 훌쩍 넘어가버립니다. 


보통 주말에 연락을 하는데, 주말에도 토요일에 늦잠을 자고 밖에서 점심 외식을 하거나 

개를 데리고 해가 따뜻한 오후에 산책을 다녀와 버리면 

이미 한국에 연락하기 늦은 시간이 되기 일쑤입니다. 


체코에 온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는 매주말마다 스카이프 온라인 영상통화를 했었는데요. 

아침에 너무 이른 시간은 저와 남편이 비몽사몽이라 어려워, 

체코 점심때를 맞추니 부모님이 저녁 약속이나 여행을 가시는 경우가 생겨 

시간맞추기 어려워지더라고요. 


대신 요즘은 카톡 전화로 대신하곤 합니다. 


제 성격상 꼬박꼬박 전화연락하고 잘 챙기지 못해서 주말에 전화를 안 받으시면, 

얼마있다 다시해봐야지... 하고는 시간을 종종 놓쳐서 전화를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1주일만 걸러도 보름만에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게 되는 거죠.  


연락이 안되면 카카오톡 메세지를 보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부모님은 카톡 메세지 사용이 친숙하진 않으신 것 같아요. 

대화가 바로 된다기보다, 한참 뒤에 확인하시는 경우도 있고 

아예 확인을 안하시고 1주일이 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에 체코 돌아와서 아프기도 했고, 다시금 체코 생활에 적응하고- 

엉망진창이 된 집정리도 하다보니 지난 주말 집에 전화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 


그리고는 언니한테 카카오톡 메세지 연락을 했더니 

 

멀리 있는데 너 걱정할까봐, 말 안하려고 했는데...

언니 병원이야. 


심장이 쿵 ! 하고 내려 앉는 기분이었어요. 

갑자기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맹장염이라고 해서 

수술 하고 입원을 해 있다는 겁니다. 

다행히 엄마가 같이 병원에 계신다 하더라고요. 


언니를 걱정할까봐 말 안했다고 하는데, 제 기분이 착찹합니다. 

제가 가족들로부터 참으로 멀리와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면서요. 


사실 체코로 오기전에 가족때문에 걱정을 많이했습니다. 


체코항공,대한항공 직항을 이용할 때 체코에서 한국까지 비행기로 11시간이나 되는 거리. 

1년에 한 번씩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했을 때, 

예순이 넘으신 부모님을 ... 앞으로 20번을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거니까요. 


그리고 가족들의 소소한 일상을 함께 공유하지 못하고 살아가야하는 현실. 


언니가 병원에 있다고 하는데,,,

 가보지도 못하는 제 처지가 처량하게 느껴졌습니다.


언니일 때문이었는지, 예민한 성격 탓에 날씨 변화로 잠을 설쳐서인지 

저녁정도 되면 너무 피곤해, 사소한 일에는 집중을 잃더라고요. 


찬바람이 싸늘하게 불며 회색빛 하늘이 시작되는 프라하 초겨울이 성큼 다가오니

울적한 기분도 저를 감싸려고 하고요.  


이렇게 우울한 날씨 때문에 번번히 힘들면, 체코에서 어떻게 버티나.. 


해서 머리를 비우기 위해 운동을 갔습니다. 

 

몸 아픈 뒤로는 건강에 신경쓰려고 짧은 시간이라도 운동을 자주 가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 중이기도 해서요.  


운동이 끝나고 머리를 말리려고 짐을 테이블에 올려 놓을 자리를 확보하려고 

사용하지 않은 머리 고데기를 구석으로 들어 옮겨놓았는데요. 


아뿔싸.... 고데기가 계속 ON 이었던 거죠. 


엄지손가락이 후끈후끈합니다. 메롱


하... 바보같이.. 천천히 손잡이를 들고 옮겼으면 다치지 않았을걸. 

괜히 가운데를 들어서...


급한 마음으로 손가락을 다치게한 제 마음이 원망스럽습니다. 

다행히 엄지만 다치고 다른 손가락으로는 잡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사람들끼리 자주 건네는 인사말로 "건강하세요. 건강이 제일 중요해요"라고 하지만

사실 아프기 전까지 다치기 전까지 얼마나 건강이 소중한지 깨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돌아오는 길에 쓰라린 엄지손가락을 붙들고 문득 


나는 하루하루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히 재밌는 일이 없어서 사는데 무미건조한 무료한 일상이 아니라, 

큰 사고 없이 무사한 하루라 매사에 행복한 마음을 갖게 되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길 건너편쪽에서 폭탄같은 소리가 들립니다. 

공원에서 무슨 행사가 있는지 불꽃놀이를 하더라고요. 


시커먼 밤하늘에 퍼엉~ 퍼엉~ 밝게 터지는 불꽃놀이를 보니 

아픈 손가락 잘 달래고, 힘내라고 불꽃이 응원해주는 것 같습니다. 


프라하 불꽃놀이프라하 불꽃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