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체코 생활은 체코에 아는 사람은 남편 하나, 체코 생활에 대한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체코문화도 잘 모르고 체코어도 모르니 남편에게 상당부분을 의존한 상태에서 체코 생활을 시작했죠.
체코 생활이 길어질수록 분명히 체코가 한국보다 더 좋은 점이 있고, 한국이 체코보다 더 좋은 것이 있습니다.
제가 볼 때는 한국사람들이 체코를 보고
아휴~~ 체코. 한국보다 못 사는 나라잖아
하고 무시할 정도로 체코가 한국보다 모든 면에서 못미치는 수준은 아닙니다.
현재 제 가치관과 삶의 기준에서는 체코가 좋은점이 52% 한국이 좋은점이 48% 정도 되는데, 아무래도 육아환경이 체코가 더 좋아서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해도 체코 생활의 만족도와 한국 생활의 만족도가 큰 차이가 없다 보니, 제 마음 속에서 혼돈이 자주 일어납니다.
요즘처럼 체코 날씨도 좋아지고 하는 일이 잘 되면
이제 내가 드디어 체코생활 정착 했나~~ 체코에 사는 것도 괜찮네
하다가도 계속 우울한 겨울 날씨가 계속되고,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눈마주쳤을 때 저를 보고 인상을 찡그리면
정말 체코라는 나라는 나랑은 안 맞나봐. 기회되면 떠나든가 해야지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제 마음을 남편한테 얘기 할 때마다 남편은 묻습니다.
그래서! 도대체 체코에 살고 싶다는 거야?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거야?
제 대답은요
ㅋㅋㅋ 몰라. 나도 정말 내 마음을 모르겠어
현재는 체코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으니, 체코가 더 좋은 상황입니다. 육아를 도와 줄 친정식구가 가까이 있지 않다는 단점도 있지만, 어디 다 만족하는 삶이 있던가요
이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면도 좋은 면도 발견한 체코생활에서, 도저히 내려놓기가 힘든 것이 바로 미.용.실. 입니다.
남편에 친구 중에서 티비에도 나올정도로 연예인 전문 헤어드레서가 있어서, 체코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번 머리를 자른 적이 있는데요. 길이만 조금 다듬는거라서 크게 불만은 없었지만, 썩 마음에 드는 머리도 아니었어요. 유명헤어드레서다보니 지인 할인을 받았는데도, 800코루나 한국 돈으로 4만원을 냈습니다.
이후에 한국 미용실을 갔더니
혹시 머리 집에서 자르셨나요?
아뇨, 해외 미용실에서 잘랐는데
아~~ 그렇구나. 머리카락 좌우 길이가 안 맞아서요. 미용의 기본기술인데...
남편친구 헤어드레서는 인기도 많아 예약 잡기 어려워서, 이후로는 한 번도 안 갔습니다. 다행히 한국에 8~10개월에 한 번은 가서 머리를 하니 굳이 체코 미용실을 가지 않아도 됐었는데, 아기가 생기고 나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어렵다 보니 머리가 쑥 자라 미용실을 가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도저히 다음 한국행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동네 미용실을 탐색했죠.
구글 리뷰를 보니 한군데 영어가 통하는 곳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시도해보기로 합니다.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했는데 안 받습니다.
하.. 다른 곳을 찾아야 하나
금방 포기하고 점심 준비를 하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옵니다. 미용실이더라고요~ 저는 주말이 좋지만 이 미용실은 주말은 안 열고요, 평일 저녁에 시간이 있어서 예약을 했습니다.
퇴근 길에 남편한테 아기를 맡기고, 지하철에서 내려 걸어가다보니 아파트 1층에 제가 찾는 미용실로 추정되는 곳이 보입니다.
한 10분정도 먼저 도착해서 미용실 안에 들어갔는데, 미용사가 아직 휴식중이라면서 소파에서 기다리라고 합니다.
외투를 벗어놓고 기다리는데 더 안쪽으로 피부관리실도 있고 머리 감겨주는 곳도 따로 있어 상당히 넓은 미용실인 편입니다. 은근히 괜찮은 미용실인가 기대도 되고요 ㅎㅎ
사진을 찍으며 기다리는데 예약했던 6시가 되었고, 아까 들어올 때 미용실 앞에서 흡연을 하는 여성을 2명 봤는데
에이… 설마.. 담배 피던 사람이, 미용사는 아니겠지…
했건만, 그 분 중에 한 분이 들어옵니다.
동네 미용실이라 머리 먼저 감겨주는 것은 감사하지만, 머리를 만지는 손에서 가득히 퍼지는 담배냄새 ㅠㅠ 정말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미용서비스지요.
미용실 규모를 보고 잠깐 설레었던 마음은 빨리 접고!!!
큰 기대없이 머리만 가볍게 하자는 의도로 온 것임으로 좌석에 앉았습니다.
기대를 안했다해도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제 머리 스타일은 아래 사진 같았습니다. 당연히 이 분은 정성스럽게 드라이 한 머리이겠죠~
축축히 젖은 제 머리 속을 들춰보시더니
Oh, strong hair 우와~ 두꺼운 모발(이네요)
Ah, yeah 아, 네
You study? (체코에서) 공부하세요?
No, I work here 아뇨, 일해요
미용사의 영어는 2단어를 넘기지 않는 간단한 영어였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겠더라고요. 그리고는 가위를 가로방향으로 들고 제 머리를 뚝ㅡ 자릅니다.
하아......................첫 가위질이 들어 올 때 알았습니다.
가발같은 머리가 나오겠구나 ㅠ.ㅠ
체코여자들의 머리칼은 얇아서 가로로 잘라도 괜찮지만, 저처럼 두꺼운 아시아 모발은 가위자국이 그대로 남거든요. 아래 사진의 머리카락 끝처럼 말이죠.
이미지 출처 http://www.mediapen.com/news/view/99164
그래서 보통 한국에서는 가위를 엇비슷하게 세로로 세워서 자르지 않나 싶어요. 제가 상상했던 머리 스타일은 가볍게 포기하기로 ^.^
한국에서 위쪽은 스트레이트 펌을 하고 아래쪽은 웨이브인 C 컬 파마를 했는데, 머리카락 기장을 줄이면서 아래쪽 파마는 날아가고 위쪽 스트레이트만 남았습니다. 새로운 제 머리가 자라나면서 반곱슬의 제 머리와 스트레이트의 경계가 확연히 보이는 상태인거죠.
그냥 제 머리카락이 이상해서 어떻게 해도 수습이 안되는 상황인걸로 받아들여야죠.
동네 미용실이라서 커트 후 드라이까지 비용에 포함되어 있었더라고요. 참으로 정성스럽게 드라이를 해주시기는 했는데, 새로 자란머리와 스트레이트 경계 부분을 드라이를 해 주셔서 머리 윗부분이 동그랗게 뽕넣은 레고머리처럼 됐습니다.
어허허허허. 내가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원래 미용실에서 새로 머리하고 나면 어색한데, 이번에는 정말정말 어색합니다. 히잉 ㅠ한국에 갈 때까지 부지런히 머리 길어서 한국미용실에서 머리할 때까지 그냥 묶고 다녀야겠어요.
집에 도착하니
오호~~ 학생같은 예쁜 아줌마. 머리 짧아지니 시크하니 좋네
콩깍지 여전히 잘 씌어 있는 남편한테는 괜찮다하니 그나마 다행이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머리카락아!!! 쑥쑥~~~ 열심히 자라주려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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