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곤소곤 체코생활

체코남편에게도 아빠는 처음이니까

남편은 아는지 모르지만 남편의 출장 전후 2-3일은 남편이 집에 있어도 큰 역할을 못하는 편입니다. 이런 얘기하면 직접했다가는 큰 부부싸움으로 번질 수 있으니, 블로그에 공개적으로 뒷담화하며 푸는 걸로ㅎㅎ

아직도 출장 얘기가 안 끝난 것이, 남편은 3-5월 3번 아시아 출장을 갔거든요. 

다음달 8월에는 일본, 베트남을 간답니다~~ 

허허;;; 새로 이직한 회사가 상당히 출장이 많이 직업이더라고요.

2017년 상반기 출장을 마치고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왔습니다.

부인~~남편 집에 왔다
응, 집이 제일 좋지?
그럼~~근데 우리 팀원 중 한명이 갑자기 교통 사고가 나서 내가 대신 한국이랑 일본 갈뻔했어
아, 진짜? 언제?
체코 돌아 온 바로 다음 날. 그러니까 내일 모레
헉, 정말로??
근데 벌써 3번이나 출장 간데다가 2주 일정이라 부인이 힘들 것 같다고 다른 사람이 보냈어
아..그랬구나


체코남편은 자기 없이 제가 체코에 있는 것이 아직도 많이 걱정되나봅니다. 근데 바로 출장을 또 갔다면 총 한 달을 집을 비운 거니, 제가 힘들긴 했을 것 같아요. 체코생활에 많이 적응 됐다지만, 그래도 아직 남편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거든요. 

부인, 이제 상반기 출장은 마무리인데 내년에도 괜찮겠어?
내년에 복직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은,, 걱정했던 것보다는 상당히 잘 지낸 것 같아

남편이 출장을 떠나 있는동안 홀가분해진 집안일 덕에, 블로그도 열심히 하며 저만의 시간도 보냈으니까요.


늘 그렇듯 남편은 여행에서 있었던 일들과 느낀바를 얘기해 줍니다.

우리 호텔에 사복입은 군인들이 있었거든. 일열로 줄지어서 칼걸음으로 행진을 하는데 사복은 왜 입었는지 모르겠더라고
그러게,, 딱 봐도 군인 같았어?
어어 짧은 머리에 군기가 바짝 들어서 한 눈에 봐도 군인이야
사복 입으면 좀 더 친근해 보이나?
완전 인상 쓰고 있던데~~

근데 부인, 혹시나 바(bar)를 열 생각이면 공항에 열어야겠어
왜?
공항에 판매되는 물건들은 비싼 게 많다 보니, 시내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맥주한잔은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져서, 그냥 사먹게 되니까
그렇지, 일리가 있네
게다가 비행기 출발시간에 맞춰 타야하니까 취하도록 마실 수도 없잖아
그러게~ 근데 공항 내에 렌트가 어마어마할걸. 그리고 입점 경쟁도 쉽지 않을거야
아, 그럴수 있겠다

저번에는 중국여행 선물로 보이차와 월병을 사달라했는데 

이번에는 중국여행 선물로 과자를 부탁했습니다. 중국여행 선물로 유명한 대만 파인애플 과자 펑리수와 먹어보고 싶었던 녹차과자를 사다달라고 카톡으로 사진을 보냈습니다. 

대만 파인애플 과자 펑리수

​낱개 포장이 되어 있어서 야금야금 간식으로 먹기 좋더라고요. 

​펑리수도 녹차과자도 상자 속의 사진과 비교해서 작은 편이라서, 생각보다 금방 먹어버렸답니다. 

녹차 쿠키를 두 박스나 샀네?
응, 그렇게 안 비싸더라고. 그리고 부인이 사진 보내 준거랑 확실히 같은거라서. 이거 찾는데 좀 고생했어
아휴~~ 고마워
시내 구경하다가 아기 판다 옷이그려진 게 있었는데 안 샀어
왜 안샀어~~ 귀여웠겠구만
어ㅡ 완존 귀여웠는데~ 아기 점퍼가 30만원이더라고
우와! 비싸기는 하다
그리고 내가 출장다니면서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사지 말자고 결심했거든. 이것저것 사다보면 출장으로 벌게 되는 돈을 선물로 다 써버릴까봐

미혼이었다면 외국 출장 다니며 더 좋은 것 신기한 것 사볼텐데, 가장으로서 남편의 책임감이 느껴져 좀 짠했습니다.


잠들기 전에 마실 물이 떨어져, 다음날 식혀 먹을 수 있또록 뜨거운 물을 끓이는데

뜨거운 물 필요하면 중간에 멈춰도 돼
어??
분유 탈거면 물 끓이다 중간에 멈춰도 된다고
마실 물 끓여 놓는거야

아니ㅡ 이 남자가 지금 ! 아기 밤중수유 끊은지가 언젠데 갑자기 이런 소리를 하나 싶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기가 변을 봐서 기저귀를 갈아 줘야 하는데, 기저귀를 빼고 애를 서 있게 하고는

이거 씼어야하는 레벨인데

라고 저에게 보고(?)만 하고 있습니다.

그럼, 남편이 씻겨주세요~~

남편이 아이 엉덩이 씻기는 걸 보는데, 어후 ㅜㅜ 세상 어설플 수가 없습니다. 결국 제가 다시 씻겼습니다. 갑자기 총각처럼 행동했던 남편의 모습이 다시금 생각났어요. 

이번 출장은 이전 2주짜리 출장보다 짧았는데, 그새 남편은 집에 있는 아기의 존재감을 잊어버린건지.....  거실에 있는 낮은 테이블 위에 휴대폰, 지갑, 열쇠 등 소지품을 놓습니다. 

아아아아아아ㅡ 딸, 그건 안돼
여기는 호텔 아니야, 남편~~

시차로 힘들어 하던 남편은 power nap 을 하겠다며 침대로 갑니다.침대에서 아기가 자꾸 아빠한테 작은 베개를 주며 잠드는 걸 방해합니다.

아빠, 아빠
아빠는 이거 필요 없어
아냐, 난 둘 다 필요해
어? 뭐라고?
나는 부인도 정말 필요하고, 아기도 너무 필요하고. 둘 다 너무 필요해


누워 있는 남편이 이렇게 동문서답하는 것보니 어지간히 출장이 피곤했나봅니다. 

저도 엄마가 처음이라 쉽지 않겠지만, 남편도 처음 되어 본 아빠. 쉽지 않은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