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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체코남자와 함께 한 시간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체코에 대해 잘 몰랐고, 체코 프라하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도 한 편도 안 봤습니다. 

그런 제가 한국에서 체코남자인 남편과 데이트를 하고, 처음 만나보고 처음 가까워진 체코사람이랑 결혼을 해서 체코에 살고 있네요. 

외국어를 공부하고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기회가 있다면 해외생활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는데 - 그 꿈을 향해오다 보니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것 또한 팔자와 운명의 큰 틀 안에서 일어난 것인지... 

갑자기 별별 생각이 드는 이유는요, 

제가 지난 포스팅에 남편의 생일을 잊어버리고 ㅠㅠ 한 달 뒤 쯤 남편과 저의 결혼 5주년 기념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인, 우리 결혼기념일에 뭐할까? 

아~ 그날 고등학교 친구가 프라하 놀러온대. 그리고 다음날 드레스덴을 간다고 하더라고. 친구를 만날 시간이 금요일 저녁밖에 없어

음... 그럼 그 주말에 데이트 할까?

응, 좋아좋아

고등학교 친구가 프라하를 오기 전에, 남편은 2 3 체스키크룸로프로 팀빌딩을 갔습니다. 남편은 간만에 프라하를 벗어나니 신이 났는지 한동안 연락도 없더라고요. 

저녁때 쯤 남편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인, 체스키 크룸로프에 한국사람 진~~짜 많다

그렇지, 유럽배낭여행 성수기니까. 그러니까 내 친구도 프라하 놀러오고

근데 우리 집에 체스키 크룸로프 성 있어?

있는데, 탑 부분이 졌어


(진짜 성이 아니라요 ㅎㅎㅎ 

제가 여행지마다 주요한 건축물들을 작게 만들어 놓은 것을 수집합니다~)



그럼, 사갈까?

좋아. 결혼기념일 선물로~~

안돼~ 기념일 선물은 더 비싼 거 사줘야지




2박3일 일정이 끝나고 남편이 체스키에서 돌아 왔습니다. 아기 아빠가 집에와서 좋은지

 

아빠아아아아~~~  까르르르~~~ 아빠~~~~~

 

소리지르며 뛰어다닙니다.


남편 왔어~~? (양손 내밀며) 내 선물

하아.......

안 샀어? 아, 뭐야~~

그때 다른사람들이랑 같이 있어서, 나중에 사야지 했는데 따로 사러갈 시간이 없었어

히잉 ㅠㅠ

다음에 체스키 크룸로프 가서 사자

그래, 알겠어

 

음날 여독이 풀리지 않았는지, 남편은 평소보다 많이 피곤해 보입니다.

 

남편, 힘들었어?

일이 너무 많다

그렇지. 팀빌딩까지 다녀왔으니, 회사 일이 밀렸을거 아냐

정리하고 퇴근하는데, 직원  명이 나한테  얘기가 있다는거야

뭐라고 했어?

용은 얘기 안 했어. 근데  직원이 내일부터 여 휴가야

참나ㅡ그럴거면 휴가 다녀와서 얘기 꺼내든가 궁금하게만 하고, 왜 그래

이 직원이 최근에 승진거든. 월 인상을  해달라고 하는 걸 수 있는데.... 혹시라도 그 둔다는 얘기... 아 ㅠㅠ

 

남편이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면서 팀장이 된 뒤로, 2명의 직원이만두고 2명의 직원이 육아휴직을났거든요. 팀원의 1/3이 신입직원이나보니 남편 입장에서는존의 5-6 경력직원들이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긴합니다.

 

평소라면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뉴스에서 무슨 얘기가 나오는지... 도란도란 얘기 남편인데 - 많이 피곤한지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서  걸기도 무섭습니다


혼자 있는 좋으니 각자 할 일하며 조용한녁을냈어요.


 

 아침 남편이 출근을는데 휴대 커버 보더니

 

 

합니다.

 

왜 그래, 남편?

커버에 더러  묻었어

아~~ 아까 아기가 테이 아래 집어 내리려 거, 중간으로 밀어 넣다가 묻었나보다

다음부터는 깨끗한 곳에 놓아줘

(헐....) 엉? 라고?

다음에 치 때 깨끗한 곳에다 놓아달라고

....

 

 화났어?

아니~ 남편이 음부터 끗한 곳에 아기  닿지 않는 곳에 놓으면 잖아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다음에는 깨끗한 곳에 놓아달라는  뿐이야

아휴~ 그만하자 아침부터. 얼른 출근하세요


출근하자마자 남편한테 문자가 왔습니다.

 

미안,

아냐, 괜찮아. 근데 남편  예민해져 있는  같아

 ㅠㅠ

쉽지 않겠지만  릭렉스해봐봐, ㅇㅋ? 그리고 주말에 하루 내가 아기 데리고 나갈게

아냐아냐~ 안그래도 돼

남편도 혼자 시간 있어야지

 

결혼기념일을 챙기고 함께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남편에게 혼자만 있을 수 있는 개간이 더 필요해보입니다. 아기가 생기고 난 후에, 남편과 저는 가족도 소중하지만, 개인 시간과 생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금요일이라 남편이 조금 일찍 퇴근을 했습니다. 

분명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는데 남편이 현관에서 들어 오지 않습니다.

 

압바! 아빠!

딸~~~ 이거 엄마 가져다 . 들어

 

아기가 힘겹게 들고 득나는 꽃다발입니다


이 체코남자~~ 데이트 할 때는 한 번도 꽃을 안사주더니, 결혼하고나서는 종종 꽃다발로 제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작은 국화꽃처럼 생긴 들낌나는 꽃이 참 좋더라고요. 


 

혼기념일 축하!!!! 

우와~~ 축하!!! 

여기 가운데 장미꽃이 색깔이 오묘하다~

어, 진짜네. 근데 나는 주변에 녹색꽃이 좋아 ㅎㅎ 


부인, 우리 앞으로 5년도 함께 할거?

......치.....

?

답이 시원찮어서.

 있으면 약속시간이니까. 얼른 아기 먹이고 나가야하니 정신없어서 렇지

 

살짝 삐친 것 같은 남편을 신경쓸 겨를없이, 만남 시간에 늦을까둥지둥 아기 먹일 준비를 했습니다.

 

우리 ~~ 오 하루 어땠어?

재밌었구나~~ 아빠도 보고 싶었고늘은~~ 딸에게도 소중한 날이야엄마아빠가 결혼을  날이거든. 결혼을 했으니까 우리 아가가 태어난거야.

 

참나, 남편! 나한테는  아기한테처럼 상냥하게 얘기  ??

우쭈쭈~~우리 부이이인~~ 친구랑 놀거야야야? 신나게 놀거야? 이렇게??

응, 좋네. 아주 좋구만!

인이 바쁘다고 얘기하기 싫어하는  같아서

내가 언제?

방금~~

아니거든요

 

의도와 다르게 조금 툴툴(?)거리며 집밖을왔습니다


친구가 안델 근처 안델스 호텔에 묵어서 가까운 PROSTOR라는 체코음식점을 갔습니다. 혹시나 해서 식당 예약을 했는데, 체코사람들 휴가 기간이라 식당이 완전 한가하더라고요. 



랜만에 친구랑 프라하 야경을 보고 집에 들어오니분이 정말 좋습니다. 역시 프라하 낭만은 밤에 펼쳐지는 야경인 것 같아요. 


친구가 정말 멋있다고 감탄해주니 프라하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게 되고, 둘 다 건강하게 열심히 잘 살아서 프라하에서 만나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너랑 이렇게 프라하 야경을 보고 있다니 이상하다~ 그치?

어, 근데 우리 둘다 고등학교때랑 변한게 없어 

그러게 말이야. 난 고등학교 때부터 그~~렇게 서울 갈거다, 외국 갈거다.. 했었지?

응, 지방밖에 몰랐던 내가 영향을 받을 정도로 


집에 와보니 남편이 아기 재우느라 많이색입니다.

 

아기 재우느라 힘들었어?

 "엄마~~! 엄마~~!!" 찾았어

고생했네. 친구가 당신 주라고 선물 줬어. 짜잔~~

우와!!! 오징어!!!! 분명히 "내" 선물이라고 했어

아, 알겠어. 많이 먹어



매일 저녁 남편과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그~~렇게 노력을 하는데도 아기를 재우다 제가 같이 잠들어 버립니다. 


그런데 오늘은 바깥공기를 쐬고 와서 밤에도 또롱또롱하더라고요. 간만에 여유부리며 남편 얼굴을 들여다 봤습니다. 


어머, 남편! 얼굴이 많이 탔다~

체스키에서 탔나봐

그러게~~ 오올~~ 이번에는 그냥 뻘겋게 된게 아니라~~ 구릿빛으로 탔네

피부가 흰색이 아니라 갈색이야. 나  남자한테   건데... 남편이 결혼생활 5년만에 변했어-변해

아ㅡ 뭐래

괜찮아~ 남편도 부 깨끗했던 여자 결혼했는데, 지금은 여드 2  여자 살고 있으니까

 

아기는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는 목소리 들었던지,


엄마~~! 엄마~~!!

 

어느덧 체코남자랑 산지도 5년이 되었고, 저와 남편을 골고루 닮은 아이도 태어났네.


아기 울음소리에 침대로 달려 들어가면서, 앞으로 년간은 보내붓한혼기념일녁밤은 어려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결혼기념일 축하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사왔습니다. 

이 체코남편..... 저를 살찌워서 어디를 못가게 할 작정인지 

제 다이어트의 적은 남편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며, 남편이 출장을 가야 다시 본격 다이어트가 시작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