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몸이 안좋았던 2월말이 지나고, 3월이 되면서 서서히 프라하에도 봄기운이 느껴집니다.
지난 포스팅에 유자차가 체코프라하 커피 체인점에 메뉴로 들어왔다고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때 안시켜 먹어서 감기가 걸렸나 싶기도 하고요 ;;
아무래도 여러가지 고민으로 밤잠 설치는 날이 많아져서 면역력이 약해진 탓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제가 잠을 설치며 딸도 잠을 설쳤고, 봄이 오느라고 프라하 날씨가 변덕을 부리며 하루는 추웠다 다음날은 더웠다 오락가락 했거든요.
감기에 걸리기 좋게 기온차가 크기는 하지만, 프라하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왜냐구요? 비가 내리다가도 갑자기 해가 나는 변화무쌍한 날씨덕에, 프라하에서 1년에 2~3번정도는 무지개를 만날 수 있거든요.
이번에 상당히 아파서, 의사선생님도 만나러 가고 약도 타오고... 딸마저 아픈바람에 휴가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집에서 쉬게 될 줄 본능적으로 알았던건지,
점심은 뭐 먹을까....
생각해보니 어제 퇴근길에 생닭 한 마리를 사가지고 온 것이 냉장고에 있습니다.
오예~~
딸도 저도 함께 몸보신을 하려고 삼계탕을 끓였습니다.
냉장고에 있던 양파랑 대파를 썰어 넣고 다진 마늘을 넣고 나니, 엄마가 직접 따서 말린 마른 대추가 남은 것이 생각나서 함께 넣었습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닭과 육수를 머금고 통통해지는 대추를 바라보면서 엄마 생각이 간절합니다.
엄마.... 아프면 유독 더 생각나는 우리 엄마.
제가 엄마되고 나서 어릴적 제 기억 속에 있는 엄마의 모습들이 떠올라서 엄마에 관한 글을 한 번 쓰려고 하는데요,
잠깐 글을 쓰다가도 금방 눈물이 고여버려서 언제쯤 쓰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엄마에 대한 기억은 생각날때마다 조금씩 글조각을 모으고 있으니, 아예 펑펑 울것을 각오하고 쓰는 날이 오겠죠.
삼계탕을 주니 다행히 딸랑구가 잘 먹습니다.
엄마 요리 잘해요
아휴~ 어느덧 이만큼 커서 엄마밥에 대해 칭찬도 하네요.
잘먹고 씩씩하게 이겨내야할텐데요.
낮잠을 자려고 나란히 누웠는데, 갑자기 딸의 볼이 발그레 해지면서 숨이 가빠집니다. 얼른 체온계를 가지고 와서 열을 재어보니 37.8도.
자주 열이 나는 편이 아니라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남편은 저랑 한국에서 데이트할때부터 UFC 팬이었고, 다른 국가에 사는 친구들이 UFC 실제로 보고 와서 자랑을 여러번 했던지라 부럽다고 몇번 얘기했거든요.
프라하에서 열리는 UFC 경기를 놓치고 싶지 않은건 당연하죠.
남편은 실제로 보면 뭐가 제일 재밌을 거 같아?
사실 옥타곤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TV로 보는 크기랑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 실제로 보면 더 좋을거야. 다녀와
주말 점심을 먹고 나서 딸이랑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구~~수한 냄새가 집안 가득합니다.
아픈 딸과 부인을 두고 나가는게 미안했던지, 남편이 소고기 국을 잔잔한 불에 푹~ 끓이고 있습니다.
부인, 일어어났어?
응, 무슨 맛있는 냄새야~~? 이야, 소고기국 끓였네
응, 오래 끓였는데 맛있을지 모르겠네
정성이 들어가서 맛있을거야. 고마워 남편
근데 자세히 보면 감자 껍질은 안 까져 있고, 당근 껍질도 군데군데 덜까져 있습니다. 양은 솥단지 한~~가득이고요.
체코남편이 소위 말하는 '남자 스타일' 요리입니다.
아픈 가족을 위해 몸보신하라고 소고기 국 끓여 주니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저걸 언제 다먹나 싶어 압도적인 양에 겁나기도 합니다. ^^
그래도 정성스레 은근한 불에 오래 끓여서인지, 소고기가 야들야들 잘 넘어갑니다.
엄마가 챙겨준 대추 덕분에, 체코에서 만난 언니가 준 타요 패드 덕분에, 남편의 소고기국 덕분에 저도 딸도 몸이 회복이 되어 갑니다. 다시금 주변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 날이었습니다.
UFC 결투가 끝나고 애프터 파티가 있어서 늦게올 것 같던 남편은 생각보다 일찍 들어왔습니다.
다음 포스팅은 아직도 이해하기 어려운 체코남편의 취미생활~ UFC에 관한 포스팅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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