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곤소곤 체코생활

이해하기 어려운 체코남편의 취미

제가 한창 연애를 글로 배울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유행했었습니다.

시에는 연애 경험도 없었던 10대여서 글을 읽을 때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더러 있었습니다.

지금은요? 결혼하고 가족을 꾸리며 남자랑 살다보니, 이제 설명하지 않아도 남녀간의 차이를 확실히 느끼게되는 거같아요.

워낙 남녀가 다르다보니 결혼생활 관련 TV 나 매거진 같은데 보면, 부부사이를 돈독하게 해주는데 공통된 취미가 있으면 좋다는 얘기를 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동호회에서 만나거나 취미 활동을 하다가 만난 게 아니라면, 서로 인생을 30여년간 살다가 사랑에 빠졌다고 취미를 공유하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연애 초반이나 신혼때는 서로 맞추기 위해 상대방의 취미생활도 시도해보다가도 안되는 건 안되나보다... 하고 끝맺음 되기도 하고요.
저 역시 신혼 초에 남편이 사랑하는 태권도를 배워보려고 했지만 한번 가고 실패(?)한적이 있다고 예전포스팅에 썼습니다. 


어느덧 오래된 이야기이네요. 신혼이라 더 노력했던 제 모습도 보이고요.

당연히 부부의 취미가 같다면 부부사이도 돈독해지고 금상첨화죠.
하지만 같이 즐기는 취미가 없다고해서 부부사이가 별로인가... 꼭 그런건 아니지 않나~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취미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저와 남편이 이틀에 한번 꼴로 하는 것이 있다면, 런닝맨같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 같이 보거나 할리우드 영화, 한국 인기 영화, 애니메이션 등등 같이 봅니다.

둘이 모두 사랑하는 맥주 한잔 같이 마시기도 하고요.

이렇게 툭하면 맥주를 마셔서 시도때도 없이 잔병이 많아졌나... ;;

아니면 맥주를 마셔도 이제 긴장완화가 안되어서 잔병치레 많이 하나.... 

모르겠습니다. 

사설이 길었는데요, 남편의 취미 중에 이해할수 없는 것 하나가 있었으니.
바로바로 UFC !!!

처음에 한국에서 데이트할 때 남편이 UFC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주말에 친구들이랑 UFC를 볼건데, 같이 갈래? 맥주도 같이 한잔 할거거든
아, 그래! 

당시에는 UFC에 대해 잘 몰라서 친구네 집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보는데, 저는 복싱보다 폭력적이어서 놀랐어요. 더 충격적인 것은 한 파이터가 다른 파이터를 짓뭉개며 피가 철철나는데 

그렇지! 와우! 오~~예

하는 체코남편과 친구들의 반응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UFC 모임이 있는 날은 남자들끼리 가는걸로 합의를 봤죠.

심지어 xbox 게임 중에서도 UFC 파이트 게임을 하는 남편. 
당신을 진정한 UFC팬으로 인정합니다~

시간이 흘러 남편이 태권도를 얼마나 열정적으로 사랑하는지 알게되다보니, 파이터로써 UFC에 열광하는 것에 대해 그려러니~ 하고 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2018년 말쯤 UFC경기가 프라하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부인부인, 나 UFC 경기 보러가도 될까?
어, 그럼~
세상에! UFC가 프라하에 오다니.... 옥타곤이 실제로 얼마나 큰지 궁금해
그래, 직접 가서 보고 와
ㅇㅋㅇㅋ

그리고 UFC경기 당일. 

아픈 딸과 부인을 위해 소고기굿 한솥단지 끓여놓고 

남편한테 UFC 포스팅 할거니까 사진찍은 거보내달라고 했더니, 경기장 가는 길에 찍은 걸로 추정되는 O2 Arena 경기장 바깥 사진도 보내주네요.

사진 찍는 거 귀찮아 하는데, 어지간히 신이 났나봅니다. 

남편은 UFC경기가 프라하에 온 이번 기회를 최대한 즐기고자, 경기 후에 약간의 파티도 있고 직접 옥타곤에 올라가볼 수 있는 VIP express 티켓을 끊었답니다.

나중에 티켓 가격을 물어보고 체코물가 대비 €.€ 비싸서 놀랐지만, 

이 정도 사치는 누리고 살아야 더 돈 팍팍 벌어올거 아니에요~~ ㅋㅋ

체코남편은 티켓 가격덕분에 이렇게 가까이 앉아서 경기를 봤답니다.

자기 뒤로 앉은 사람들 사진을 찍었는데, 사람들이 꽤 많죠?

사진 속의 남자는 Leoš Mareš 사람으로 체코에서 되게 인기 많은 연예인이라고 하네요. 이 체코 연예인의 이름 철자를 물어보자 남편이 위키백과 링크를 카톡으로 보내줍니다.

https://en.m.wikipedia.org/wiki/Leoš_Mareš

부인, 이 남자 알아?
아니
TV광고에도 많이 나오는데
아... 잘 모르겠는데

낙 한국연예인들도 많고, 헐리우드 배우도 많은데. 제가 체코 연예인까지는;;

이 사람이 너무 유명해서 UFC경기가 끝나고 경기장을 빠져나가야하는데, 밖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잖아

어어

그래서 주방 출구를 통해 몰래 빠져나가더라고. 같이 온 여성분한테 외투 주면서 지하철 역 앞에서 만나자고 하고 포르쉐 끌고 나가더라고

유명인의 삶도 참 어렵구나

여전히 남편이 UFC를 좋아하는 것이 크게 공감은 안되지만, 남편의 취미로 존중을 해줍니다. 중요한 경기가 있는 날에는 

부인, 나 오늘 UFC 있으니까. 한 1시간 동안은 말 걸지 말아줘 

라고 하기도 하고요. 초초 집중하고 있을 때는 말을 걸지 않는 게 좋은 거 같아요. 

UFC는 이제 그려러니~ 한다고 해도, 결혼생활하다보면 끊임없이 남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곤합니다. 

아직도 신비한(?) 체코 남편의 얘기가 궁금하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