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옛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같이 느껴지는
신혼초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소곤소곤 체코생활] - 남편이 늦게 집에 오는 날, 더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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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깬 갑자기 남편이 저를 꽉 끌어 안습니다.
가지마. 여보 가지마. 아무데도 가지마
응?
나쁜 꿈이 있었어
어떤 꿈이었는데?
여보네 회사에서 좋은 프로젝트가 생겼다고.
월급 많이 주니까 베트남 갈거라고. 근데 나는 못 간다고 했거든.
그래서 여보가 쿨하게 "그래. 남편! 스카이프 많이하자. 카카오톡 많이 하자ㅡ"
이러고 가버렸어
나 혼자만?
그래 !!!!
나답네 ㅋㅋㅋ
나쁜 여보
아흐~~~가지마!
안 가~~ 안 간다고
갔잖아!!! 꿈에서
하... 내가 꿈에서 일어난 일가지고 혼나야 돼?
여보. 배신자ㅡ
아무래도 책을 써야 겠어. 제목은 내 여보는 배신자
밑도 끝도 없는 꿈 탓에 황당한 대화를 나누고 나서,
좀 더 현실적인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아참, 다음 주에 결혼하는 친구 있잖아
어
그 친구가 우리 회사 동료랑도 친구더라고
아~ 그래? 진짜 세상 좁다
그렇지. 동료가 그러는데 목요일 쯤에 파티가 있을 거라고 하더라고
-_- ;;; 결혼 전에 하는거니... 총각파티겠구만
아무래도 그렇겠지
여자도 불러서 놀겠네?
그건 잘 모르겠어. 근데 여자 나오면 나는 안 갈게
알겠어
체코 술집에서 예비 신랑의 친구들 모두 신나게 술을 마시고
한창 무르익을 때 쯤
자~~ 2차 가죠~
그러면서 스트리퍼를 불렀는데, 모든 서비스 포함으로 계약해서 금액이 비싸기때문에 십시일반 돈을 걷었답니다.
남편은 저랑 약속한 것이 있었고,
고등학교 친구 두명 다 기혼자에 애도 있는데다가ㅡ
유부남들 하나같이 부인들한테 "스트리퍼같은 거 없는 총각파티"라고 약속했다네요.
그래서 체코 남편 + 고등 친구 2명 은 1차 장소에서 더 얘기를 나누다가, 2차 장소로 가기로 했답니다.
시간이 흘러 스트립쇼가 끝났겠지 싶어 2차 장소로 갔더니,
스트리퍼로 추정되는 여자 분이
입구 계단에 옷도 대충 입은채 쪼그려 앉아있더래요.
고개를 푹 숙이고 손으로 머리를 잡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것처럼 말이죠.
도대체 이 여자분께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자초지종인즉슨
예비 신랑의 친한 동료가 프라하에서 인기 많은 스트리퍼를 섭외를 해 놓고,
깜짝 선물처럼 신랑은 등을 돌려 앉아 있었답니다.
스트리퍼가 장소로 들어오는데
얼굴도 진~~~~짜 예쁘고
남자들이 좋아하는 날씬하지만 볼륨있는 스타일이었대요.
스트리퍼가 섹시한 춤을 추며 등장하는 순간 그 자리에 있던 남자들 모두
그녀의 아름다움에 입이 쩍 벌어졌고..
파티의 주인공인 예비 신랑이 등을 돌려 여자분과 눈을 마주쳤는데ㅡ
두둥.
이런....세상에......
그 여자분과 예비신랑이, 친! 척! 이었던거죠.
모라비아 지역에 사는 먼 친척인데 두어번 정도 만난적이 있고,
여성분이 현재 프라하에서 공부하면서 아르바이트로 스트리퍼를 하는거였죠.
프라하는 두 다리 건너면 다 가족이라는 농담이 있는데 그게 사실로 확인되는 상황이었답니다.
조금 먼 친척이라고는 해도, 얼굴을 알아볼 정도니 여자분은 불편했겠죠.
바닥에 떨어져 있던 옷을 대충 집어 입고,
자기한테 연락을 주었던 파티 주최자를 밖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정말 미안한데... 우리 먼 친척이에요.
제가 돈은 안 받아도 되니 그냥 취소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런 정황을 모르는 실내에 있던 20명 넘는 남성분들은
스트리퍼가 올라가서 쇼를 할 수 있게 테이블을 마련해 놓고
Boobs, boobs, boobs !!! (가슴 ! 가슴! 가슴! )
하며 연호하고 있었던거죠.
결국에는 도망치듯 그 여자분은 자리를 떠났다고 합니다.
그렇게 스트리퍼가 떠나고....
바깥 잔디에서 계속 술을 마시다가 요즘 뭐하고 지내는지 얘기를 나누던 중.
예비신랑이 자기 몸 관리도 할겸 권투를 배운다고 했대요.
옆에서 그 얘기를 들은 직장 동료가
막 취취. 취취. 소리를 내면서 깐족거리며 예비 신랑을 툭툭 쳤나봐요.
권투 배운다고? 취취~~ 에이~~ 한 대 쳐봐
응?
함 쳐보라고
예비 신랑은 그 동료를 오른손으로 치는 척하다 왼 주먹으로 퍽!
옆에 서 있던 남편은 뿌직! 소리를 들었고
얼굴을 맞은 친구는 코피 퐝!
야외 잔디 위로 코피가 철철철.
남편은 걱정되어서
괜찮으세요 ?
라고 물었더니
아~~ 이 정도는 괜찮아요. 안 아파요
라고 했대요.
남편 말로는 아무래도 동료의 코뼈가 조금 부러졌을거라고 하더라고요.
당시에는 술이 취했으니 잘 모를수 있지만, 술깨고 나면 고통스럽겠죠.
주먹을 날린 예비신랑은 코피를 흘리는 동료를 보고는
아이고, 미안하다
하고 사라져버렸대요.
조금 있다 오겠지...하고 전화를 해 봤더니
나 집에 간다ㅡ
술에 취하면 귀소본능이 생기는 것인지 ^^
예비신랑이 허무하게 떠나고 총각 파티는 싱겁게 끝이 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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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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