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온가족이 아팠다는 예전 포스팅에 이어

[소곤소곤 체코이야기] - 8월, 가족의 위기


남편의 눈은 다음 날 빨갛게 되어, 충혈된 귀신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심각한 것 같아서, 

남편, 오늘 병원 가보지 그래.

아냐~ 괜찮아. 그리고 일이 엄청 많다.

8월 중순은 남편이 책임지고 연간 준비했던 행사가 있는 시기라서 정말 바쁘거든요.

체코에 와서 놀란 문화 충격 중 하나라면, 한국 회식처럼 '팀빌딩' 행사가 있습니다.


팀빌딩에 반드시 참여해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회사 직원들끼리 친목을 도모하는 행사이니 빠지게 되면 회사 내에서 얘기할거리가 부족해질수도 있고,

체코사람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회사 돈으로 팀빌딩이 이루어지다보니,
회사 복지로 생각하여 입사나 이직할 때 큰 의미를 두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한국 회사의 회식과 비슷한 체코 회사 팀빌딩 ! 무엇을 하나요?? 


1.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와 술을 하거나

2. 볼링이나 당구를 같이 치거나 

3. 오페라, 연극 공연을 보는 등 


모든 직원들이 즐길 수 있도록 상의해서 결정됩니다. 


체코회사 팀빌딩과는 조금 다르지만 남편의 행사에는 참석자와 초청 인사들이 있다보니, 

사람들도 챙겨야하고 식사후 술자리도 가야해서

마무리를 하고 집에 오면 거의 새벽 1,2 시 입니다.

그래서 행사 기간에 출근할 때 하는 말은 

부인~ 저녁에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기다리지말고 먼저 자.

입니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하시는 분들의 퇴근 패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평소에 6시면 집에 오다가 갑자기 늦게 오면 적응이 안되더라고요.

작년에 행사가 있을 때는 제가 한국에 있었고,  
올해는 조금 일찍 한국을 다녀오는 바람에 아이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야했죠.

남편은 자기 눈이 저렇게 시뻘건데도, 제 걱정부터 합니다.

부인, 프로젝트 기간 동안 잘 버틸 수 있겠어?

아휴~~ 내 걱정일랑 말고, 당신 눈이나 신경쓰셔요.
근데 정말 안과 안갈거야?

안가도 돼. 일이 정말 많다

감기로 병원에 대한 의견 차이를 보인적이 있어서, 병원가라는 말은 한 번만 했어요.

자기가 아파도 병원에 안가려는 걸 보니, 

체코사람이 아니라 그냥 저희 남편이 병원가는 걸 싫어하는 사람 같기도 해요.

[소곤소곤 체코이야기] - 유럽남자와 감기에 대한 문화차이



뻘건 눈을 한 상태로 일때문에 출근하는 남편을 보니 괜시리 짠해집니다.
한국인 아내랑 살면서 습관적으로 외치는 '화이팅!'때문에...
힘든 상황에서도 투정 안부리고 견디고만 있는 것 같아서요.

제가 아는 체코사람들은 조금만 아파도 병원가고(의사에게 서명을 받으면 2-3시간 근무로 인정), 

아니면 집에서 일하는 홈오피스도 잘만하더만. 

직장에서 체코사람처럼 느긋하게 일하지 못하는 남편이 안타깝습니다.



남편이 퇴근을 하고 ~~
아이랑 놀아주며 딸과 아빠 시간을 보내는 동안
맛있는 걸 해줘야겠다 싶어서 깻잎전을 만들기로 합니다.

결혼하고 알게된 남편의 뜬금없는 능력이라면, 식물을 참 잘 키웁니다.
올해는 특히 깻잎이 완전 풍년이에요~~

해외에서 깻잎 키우기

남편은 깻잎만 찍으면 깻잎 얼마나 큰지 잘 알기 어려우니 

미니푸들 개와 비교 사진이 필요하다면서, 친히 개를 옆에 데려와 사진을 다시 찍었습니다. 

(흠 ;;; 생각해보니 이 사진찍을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 괜찮았네요~ )


상당히 크게 자란 깻잎을 한바구니 수확한 다음,
깻잎전의 속을 만들려고 참치와 계란을 섞고~~ 

씹히는 맛을 위해 양파를 써는데

어후~~ 정말 매워서 눈물이 줄줄납니다.

눈을 잠깐 꾹 감고 있는데, 제 눈도 상당히 매워서 막 부채질 했죠. 
갑자기 남편이 

아흐아흐. 눈눈~~ 아아악 !!!!  

하더니 침실로 가서 막 데굴데굴 구릅니다.

많이 아파? 그렇게 아프면 잠깐 밖에가서 찬바람이라도 쐬고 오지 그래?

아니, 됐어- 부인, 내 눈 나을 때까지 다시는!!! 양파 들어간 거 먹지 말자.

참나~~~ 아픈 건 이해하지만,,,
힘들고 지친 남편 먹이겠다고 그 매운 양파 양파를 직접 썬 사람도 있는데.. 

마지막으로 파프리카만 썰어서 부치면 되는거였는데 ㅠㅠ

파프리카 까지 썰었다가는 정말 큰 싸움날것 같아서 

요리를 하다 빈정 상해서 더 하기도 싫어, 그냥 반죽채로 냉장고에 넣어버렸습니다. 


여전히 제 눈도 매워서 계속 부채질 해댔습니다. 

와중에 남편은 잔뜩 성질이 나있는 상태였고요. 

말은 안하지만 화가 나서 머리 위로 불꽃이 활활 타는게 보이는 것 같았어요


남편, 눈 많이 아프면 얼음찜질이라도 해.

아냐, 괜찮아. 

아니면, 내일 안과라도 가보든가. 

괜찮다~~ 그리고 일 많다. 

흠...... 

.........

근데 우리 저녁은 뭐 먹을까? 

그냥 반찬 먹자. 


그렇게 만들고 싶었던 깻잎전은 반죽 채 냉장고 구석에 넣고, 

밑반찬 있는 것과 김에 대충 저녁을 먹으며, 부부 사이에 대화없는 살벌한 식사를 마쳤습니다.  


아휴.... 양파때문에 이렇게 화가 난 남편. 

벌겋게 충혈 된 아픈 눈으로 무사히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을까요?


이어지는 글

[소곤소곤 체코이야기] - 남편의 삶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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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라하밀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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