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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8월, 가족의 위기

체코에서 해외생활하지만, 한국사람이다보니 한국 온라인 기사들을 자주 보게됩니다.
최근 엄청난 무더위였다가 한풀 꺾인 것 같더라고요.
그에 비하면 프라하 8월 여름날씨는 전체적으로 서늘합니다.
비까지 추적추적내리는 날이면 체감기온 12도까지 내려가기도 하고요.

이상하게 8월 말이 되어서 다시 33도를 넘나드는 더운 한여름 날씨가 되었다가, 다음 날 저녁에 비오고 서늘해지는.
변화무쌍 유럽날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유럽이나 동유럽 여행 준비를 하시는 분들은
긴팔 하나정도는 꼭 챙겨오셔요.

아무래도 저와 아기도 후덥지근한 한국에서 체코로 돌아오면서
갑작스런 기온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하고 여름 감기가 걸린 것도 같습니다.

다행이라면 드디어 감기가 나았습니다. 만세!!!!
여름감기 독하다고 하더니 감기 낫는데 한달 정도 걸린 것 같네요.

다행히 아가도 감기가 거의 나았는데,
갑자기 눈이 좀 이상해 보입니다.

​​남편, 아기 눈 좀 봐봐. 이상하지 않아?

어디? 난 안 보이는데.

​왼쪽 눈 안쪽 봐봐. 빨간 것 같지 않아 ?

글쎄. 괜찮은데.

​그래? 내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눈병같은데ㅡ

내일 모레 소아과 정기검진 있으니까 물어보지 뭐

응, 알겠어.


(과카몰리 소스와 치킨 랩)

남편이 출근을 하고 나서 이리보고 저리봐도 눈이 빨 간것 같습니다.

아기는 한참 주변에 보이는 것은 만지고, 움직이며 손에 집히는 것은 입으로 가져가는 단계입니다.
되도록 물건을 만진 뒤 손으로 눈을 안 만지게끔 하려고 했으나
이유식을 먹다가도 졸리면 손 닦을틈도 없이 지저분한 손으로 눈을 쓱 비빕니다.

다음날 아기 눈을 봤는데 좀 빨개보입니다.

​​남편, 아기 눈 안쪽 좀 봐봐. 빨갛잖아.

음, 조금 빨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내일 진료 받으러 가보면 알겠지.
좀 조심해야겠어.


아기 소아과 진료를 가던 날,
남편은 이제서야 아기 눈이 충혈된 게 보이는지

​어! 눈 진짜 빨갛다ㅡ

​봐~~~ 내가 뭐라고 했어. 이상하다 했잖아.

어제까지만 해도 잘 안 보였는걸...
오늘 소아과 가서 의사 선생님께 잘 얘기해야겠다.

​응응.

그리고는 의사 선생님이 보시더니, 전염성 눈병이라며 안약을 처방해주십니다.


4시간마다 꼬박꼬박 넣어야하는데 아기눈은 작고 팔 다리 힘이 세지니, 혼자서 아기의 눈에 안약을 넣기 쉽지 않습니다.
얼른 손으로 눈을 벌려서 넣어보려다가 제 손톱때문에 아기 눈에 살짝 상처가 ㅠㅠ
(미안하다, 아가. 엄마가 아직도 완전 초보 엄마라..)

장난감으로 시선을 돌려 눈을 떴을 때 넣어보려고 시도도 했지만,
혼자서 하기에는 조금 역부족이고요.

대충 점심 안약을 넣고 저녁 안약을 넣을 때쯤 남편이 퇴근을 했습니다.

​아기 안약 넣었어?

어, 근데 혼자 넣기 쉽지 않아서 약이 잘 들어갔는지 모르겠어.

그렇지, 어렵지. 알어알어. 그래서 내가 인터넷에 아기 안약 넣는 방법을 검색해 봤어.

오, 진짜? 어떻게?

안약을 넣으려고 하면 아기가 눈을 감잖아.

응응

그때 콧등가까이에 눈 부근에 안약을 떨어뜨려서 안약 웅덩이를 만들어.

​그 다음엔?

아기가 언젠가는 눈을 뜨게 되어 있거든.

그렇지~

아기가 눈을 떠서 안약이 눈 안으로 흘러 들어갈 때까지 머리를 잘 잡고 있으면 돼.

오호~~ 괜찮을것 같은데~~저녁 안약 넣을 때 해보자!!

다행히 이 방법이 가장 아기의 저항이 적었어요.
아기 안약을 어떻게 넣어야할지 막막하신 분들눈에 안약 웅덩이 방법을 시도 해보셔요 ^^

한 이틀정도 안약을 계속 넣고 나니, 아가의 맑은 눈이 되돌아 오는 것 같습니다.

​아휴~~ 다행이다

할 무렵, 허걱!!!!

이제 남편의 눈이 점점 빨갛게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에이~~~설마, 남편은 아니겠지~~

했것만..

남편의 충혈된 눈이 앞으로 저희 부부 사이 어떤 일을 가져올지 예상하지 못한채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뒷 이야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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