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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24 김밥을 어떻게 여기에 찍어 먹을수가 (14)
  2. 2013.07.17 남편이 사라졌어요. 괜찮을 줄 알았는데.. (8)

지난 포스팅에서 체코사람이 보고 놀란 김밥재료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소곤소곤 일기] - 체코사람이 보고 놀란 김밥재료는 무엇일까요

드디어 대망의 김밥 만들기 회식 날이 다가왔고~

 

기본재료들은 집에서 파티를 제공해주는 직원분이 장을 보셨고요.

나머지 한국음식재료들은 저, 남편, 체코 보스 이렇게 셋이서 당일 퇴근하고 

한국식품점에서 사기로 했어요. 

 

이상하게도 이렇게 약속 있는 날은 일이 더 많더라고요.

 

남편~~ 미안한데,,, 나 오늘 일찍 안 끝날 것 같아.

보스랑 둘이서 한국 식품점 가야할 것 같으네. 미안 ㅠㅠ  

 

그래~ 어쩔 수 없지. 그럼 있다가 동료네 집으로 바로 와. 

 

응. 알겠어.  

 

 

그리고는 제시간에 도착하기 위해서 숨도 안쉬고 일했습니다.

다행히 일을 마무리하고 파티가 열리는 집으로 가고 있는데, 갑자기 불안이 엄습해 옵니다.

 

'흠.... 그러고보니 남편 혼자 김밥 재료를 산 적이 없는데.... 잘 샀으려나...

에이~~~ 그래도 김밥 여러번 먹어봤으니까,,, 알겠지'

 

트램역에 내려서 기다리는데 바로 다음트램으로 남편과 보스가 내리더라고요.

보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약속했던 체스키크룸로프 포스팅을 했다고 말씀드렸어요. :) 굉장히 고마워하시더라고요.

 

동화 속 마을 체스키크룸로프 포스팅들

 

[체코 CZECH] - 체코인 보스에게 한국이란?

[체코 CZECH] - 체스키크룸로프-Cesky Krumlov 골목

[체코 CZECH] - 체스키 크룸로프 Cesky Krumlov

[체코 CZECH] - 체코맥주- 마시는 빵

[체코 CZECH] - 체스키 크룸로프 래프팅 해보기

 

이런저런 일상 얘기를 하면서 동료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동료집의 부엌은 거실 한쪽면에 1자로 되어 있어서 공간도 넓고 따뜻한 느낌이 들어 좋더라고요

 

밥을 스시쌀이라고 사오기는 했는데 한국의 밥처럼 쫀득하고 윤기흐르는 쌀이 아니네요. 흐미..

밥솥도 일반 체코 가정에서 쓰는 밥솥이고요.

주식이 쌀도 아닌 일반 가정집에서 한국스타일의 밥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제가 판단착오였죠.  

저희 집에 있는 압력 밥솥을 가져올 수도 없고 ㅎㅎ   

우선 기본 재료인 밥이 잘 안되어 아쉽더라고요.

 

밥이 되는 동안 김밥속재료를 준비하기 위해 재료를 하나둘씩 꺼내고 있는데 -

뜨~~~아 !!!!!!!!!!

남편이 한국식품점에서 사온 김이...... 올리브유에 구은 바삭한 김 입니다 !!!!!!!

 

 

남편.... 진짜 이 김밖에 안 샀어?

 

응 ! 김이잖아. 왜? 

 

하...... 김은 김이지,,,, 근데 이거.....김밥 싸는 김 아니야....

이걸로 김밥 못 만들어.

 

김밥 마는 것 사와가지고 한껏 들떠있는 분들을 보니, 차마 그냥 밥에 김싸서 먹자고 할 수는 없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봉지 열어서 김의 두께를 봤는데, 역시나 이름만큼 바삭하고 얇습니다.

잠시 멍~~ 한 마음에 구은 바삭한 김을 몇조각 뜯어 먹었어요...

 

아이코..이를 어쩌지...  

 

옆에서 동료분의 남편이 제가 뜯어 먹고 있는 김을 맛을 보시면서 같이 뜯어 먹고 계시다가

잠시 후에 그 분이, 아하 !!!!  하시고는 찬장을 마구마구 뒤져서 10장짜리 스시김을 찾아냈습니다 ! ^.^

 

맞아요~ 이렇게 두꺼운 김이에요 ! 스시 김이라고 써져있는 거요.

 

 

 

전에 말씀드렸듯이 체코사람들이 마끼를 즐기는 편이라서,

시중에 체코 식품점에서 스시김이라고 해서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혹시 체코 생활하시다가 김밥이 드시고 싶으시다면, 스시김을 사다가 김밥 만드셔도 됩니다.

(요즘 방사능 유출로 바다에서 나는 먹거리가 안전하지 못하긴하지만요;;)

 

다행히 제가 무슨 김을 말하는 지 알았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다른 동료 분께 사진을 보내고

근처 식료품점 알려주면서 '이런 김을 사오세요!' 했답니다.

다행히 제대로 된 김을 공수해오셨습니다! 이제 기본재료 김과 밥 준비 완료 !!

 

김밥형태를 만드는 것을 배우기 위한 것이라서, 김밥도 만들고 연어 마끼도 같이 만들기로 했어요.   

하지만, 제가 요리사이고 ~ 저는 한국사람이니- 한국의 김밥을 먼저 만들자고 했습니다.

 

남편의 동료들 중에 한국 여행을 가 본 분들도 절반이었고, 한국와 일본의 역사적인 관계를 알고 있기에

김밥을 먼저 만드는 것에 동의를 하셨어요.

 

그래요? 그럼 Korean sushi 먼저 만들죠.

 

이건 스시가 아니라 ,,,, 김밥이에요. 김. 밥.

 

기밤? 긴봅? 긴팝 ? 

 

한국어가 낯설다보니 다양한 발음이 들립니다.

이분들이 익숙한 "김" "밥" 소리가 뭐있을까... 생각하다가

 

김정일할 때 김이랑, 영어 이름 Bob처럼 밥이요. 김밥 !

아~~~~ 김정일, 김정은~~~~ 김. Bob 밥.

 

해외에 있다보면 종종 듣는 질문이 남한 사람이냐 북한사람이냐인데요.

아무래도 뉴스에 자주나오다보니 사람들에게는 북한이 익숙하기도 한것 같습니다.

우스게소리로 유명 한국인은 김일성, 김정일... 그다음에 싸이라는 하기도 합니다.  

 

그 다음 연어스시와 저희 남편이 좋아하는 새우튀김 김밥을 만들기로했는데요,

 

 

스시에는 새콤한 식초가 들어가야해서 동료분께 식초를 준비해달라 부탁드렸더니

동료분이 마트에 갔다가 한국어로 쓰인 것이 있어서 사오셨다는데 바로 ~ 현미식초였습니다.

현미식초를 오랜만에 봐요.

 

 

 

모두 다 함께 말고 또 말고,,, 열심히 말아서 슥슥 썬다음 ,, 짜짠~~ 김밥과 스시가 한자리에~~

  

 

본격적으로 음식의 맛을 보려고 하는데

폴란드 직원분이 방긋 웃으며 가방 안에서 주섬주섬 젓가락을 꺼냅니다.

 

큰 빨래집게처럼 생겨서 젓가락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판매되는 젓가락이요.  

김밥먹는다고 젓가락까지 챙겨오고 ^.^ 얼마나 설레었을지 느껴지더라고요.

 

 

한참 김밥과 스시를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 제 눈에 포착된 충격적인 장면 !!!!

남편의 동료분 한 분이 김밥을 간장에 찍어먹는 것입니다.

 

어.... 김밥은 간장에 찍어먹는 거 아닌데.....

 

아직 체코사람들이 먹을 줄 몰라서 그러니까 이해해줘요.

그냥 미개인이려니~~ 하세요.  ㅋㅋㅋ

 

혹시 김밥에 소금이 덜 들어갔나 맛을 봤는데 제 입에는 간이 맞더라고요. 

그렇다고.... 김밥을 간장에 찍어먹다니 --- OTL  (ㅜㅠ) 

이건 거의 체코맥주에 소주타서 폭탄주 제조하는 것에 해당하는 건데...

 

마끼의 맛에 길들여져 있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체코 내 한식 보급화는 장기프로젝트가 되어야할 것 같네요. ㅎㅎ

 

식사를 마치고 나니 파티 장소의 집주인이자, 여자동료의 남편이

디저트로 직접 만든 치즈케이크를 주시더라고요.

 김밥때문에 배부른 상황에서도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치즈케익과 백포도주


제가 본 동료의 남편 분은 정말 친절하고 센스가 넘치는 분이셨어요.

제가 밥도 없이 구운김을 뜯어 먹는게 신기했을 법한데, 

저와 같이 구운김을 뜯어먹어 주시는 호기심 부터해서

"김밥은 간장 안찍는거라 했지?" 하시며 절~~~대 김밥을 간장에 찍어드시지도 않았고요.  

 

남의 집 부엌이다보니 익숙치 않아서 제가 주방도구를 찾으려고 두리번두리번 거리면

제가 필요한 것을 눈치로 파악하시고 척척 갖다주셨고요.  

와인잔 헷갈리지 않게, 표식 하나씩 붙여주시고

와인이 바닥나기 전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미리 잔도 채워주시고.

이렇게 멋진 파티를 열어주셔서 고마우니 성함이라도 알면 좋으련만...

 

여자동료분이 남편을 "Kachno(까흐노) !! "라고...부르더라고요.

체코어에서 사람을 부를때 끝에 a -> o 변하는데.....

설마.. 성함이 까흐나 Kachna = 오리 (Duck)이신가.... 했죠.

 

부인과 고등학교 친구로 만나서 결혼하다보니 고딩시절 애칭 그대로 

남편을 "오리" 라고 부르더라고요~ㅎㅎ

시종일관 생글생글 웃고 계시면서 부인의 동료를 다~~ 챙겨주신 남편분 정말 친절하셨어요.

 

 

구운김을 사오고 김밥을 간장찍어 먹는 등 다이나믹한 상황이 있었지만

다들 재밌게 놀고 맛있게 먹었다며 즐거워했어요. 사진에서도 웃고 있는 거 보이시나요?

남편의 동료분들이 다음 회식에는 다른 한국음식 소개를 해주면 좋겠다고 하면서요.

 

다음에 체코사람들과 한국음식 만들 일이 있으면 또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글에 많은 성원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Posted by 프라하밀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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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grove 2013.12.24 21: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전 25일간유럽여행을 다녀왔는데 프라하가 마지막코스 였는데 긴여행에 몸도지치고 그날따라 눈내리고 바람불고 날씨도 정말 최악인상태에 서 프라하를 만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일 좋았던 곳을 뽑으라면 프라하인데 그 좋았던 기억 하나로 검색하다 블로그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른 회식분위기 정말 부럽고 흥미롭네요 앞으로 자주 와서 프라하에대해 다시 느끼고 싶어여

    • 프라하밀루유 2013.12.26 00: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와~ 25일간 유럽여행을 하셨군요. 겨울에 하는 유럽 여행이 날씨탓에 조금 힘드셨을텐데,
      여독은 풀리셨는지 모르겠네요.
      프라하에서 좋은 기억을 남기셨다니 다행이에요.
      프라하 여행을 추억하실수 있도록 블로그 활동 열심히 할게요, 종종 놀러오셔요 ^^

  2. 와코루 2013.12.26 1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처음만드는 김밥이라 김도 다르게 가져오고 간장에 찍어먹고ㅎㅎ 자주 같이 먹으면 김밥에 익숙해지겠죠?ㅎㅎㅎ

    • 프라하밀루유 2013.12.26 14: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김밥 수천 줄은 먹었을 남편이 구운김을 사와서 놀라고,
      말아 놓은 김밥을 간장에 찍어먹는 체코 분들 보면서,, 띠용~~~ 했어요.

      아직 먹는 법은 서툴지만, 마끼와 다른 한국의 김밥이 있다는 것은 알았으니까 그걸로 첫 수업은 만족해야할 것 같아요.

  3. 로사 2013.12.26 1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프라하 밀루유님이 진정한 애국자십니다.^^
    앞으로도 맛난 한국 음식 만들어주셔서 체코 사람들이 울나라 음식도
    많이 좋아해줬으면 좋겠네요.
    사진으로만 봐도 김밥이 맛나겠어요.
    저 김밥 킬러거든요.ㅋㅋㅋ

    • 프라하밀루유 2013.12.26 14: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로사님~ 원래 외국살다보면 다 애국자 된다고 하잖아요.
      해외에 있다보면 한국에 대해서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면서 한국의 장점이 많이 보이고,
      내가 자라온 가족과 친구가 있는 곳이니 더욱 그리움이 짙어지다보면
      한국에 대해 자부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한국음식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고 맛도 영양도 좋은 것 같거든요.
      너무 짜거나 맵게 만들지 않으면요.
      앞으로 다른 한식 소개도 해야겠어요. ㅎ
      우리 혹여나 만나게 되면 같이 김밥 말아요~~~

  4. 밀루유떼뗴뗴 2014.01.01 14: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밀루유 가 사랑한다는 뜻인가요? 어디선가 주워들은 기억이 밀루유떼 가 너를 사랑해 ?
    체코 김밥얘기 너무 잼나게 읽었네요. ~
    다음 요리주제는 '잡채','제육볶음' 어떨까요?
    사실 제가 영국 있음서 홈스맘에게 해줬던건데 , 잘 먹드라구요. ㅎㅎ
    당면이 뭘로 만드냐고 투명하고 신기하다고 해서 고구마로 만든거라고 하니
    엄청 신기해하고 먹을때도 신기해하고 호불호가 있겟지만 ..
    근데 만드는거 보고 한국음식 엄청 고생스럽다고 했어요.
    손이 참 많이 가는거죠.

    제육볶음은 고기를 고추장양념에 재워놓는거 보고 오 그렇게 하냐고
    그걸 영어로 뭐라 했는데 뭔말인지 지금도 몰라요 ㅎㅎ
    암튼 다음 요리도 기대 되네요.

    • 프라하밀루유 2014.01.22 08: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맞습니다. 밀루유떼가 "너를 사랑해" 에요.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음식 중에 잡채도 안빠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고기가 들어가는 불고기,닭볶음탕 같은 것도 잘 먹더라고요.
      한국음식은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고 손이 많이 가서
      정성때문에 더 맛있는 것 같아요 :)

  5. 체코코코 2014.01.19 2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살맞이 친구들과의 체코여행을 알아보던도중에 블로그를 알게됫어요~ 진짜 정보도 짱 많고ㅎㅎㅎ 앞으로 자주자주 이용할거예요ㅋㅋ 진짜 정보들이 너무만ㅍ아서 감사합니다~ 아 근데 체코에서의 행운의 상징은 뭐예요?? 우리나라는 편자 이런거자나요 체코의 행운상징은 뭔지 궁금해여ㅎ

    • 프라하밀루유 2014.01.22 08: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20살 맞이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체코 여행이라니 !
      듣기만 해도 마구 설레이네요.
      혹시 준비하시다가 궁금한 것 있으시면 방명록이나 댓글 남겨주세요.

      행운에 관해서는,,네잎클로버가 행운의 상징이래요.
      선물은 작은 보석같은 것이 행운을 빈다는 의미로 좋을 것 같다는
      남편의 의견이에요.

  6. 2014.01.21 09: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프라하밀루유 2014.01.22 08: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남편과 저는 영어로 주로 소통하고요.
      남편이 한국어를 조금 하다보니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씁니다.
      일명 남편 English라고 하죠. 흐흐.

      알고 계시는 것처럼 체코어가 발음도 어렵고 문법도 난이도가 있어 쉽게 배울수 있는 언어는 아닙니다.
      하지만 꾸준히 공부하며 열심히 연습하면 되겠죠? 라는 희망을 안고 체코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7. 소리 2017.08.10 2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밥먹는다고 젓가락을 가져와서 얼마나 설레였을지 느낄 수 있단말에 빵터졌어요.. 😂👍

저의 체코인 남편의 취미는 태권도입니다. 어느 날 남편이 물어보더라고요 


당신은 태권도 왜 안 배웠어?


여전히 그런지 모르겠지만, 제가 학교다닐 때는 태권도나 합기도 같은 무술은 남자 아이들이 배우는 거라 그랬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때 좀 씩씩한 여자친구가 태권도를 배웠는데, "태권소녀"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었죠. 

근데 남편이 다니는 도장을 보면 성인 여성들도 많이 다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한 번 배워볼까? 했지만, 체코 사람들 사이에 어색함은,,,, 회사로 충분해서 한 번 가고 패쑤~~


태권도 한 번 간 이야기

[소곤소곤 신혼일기] - 태권도와 헬스클럽 사이_프라하에서 운동하기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 업무 특성상 출장이 더 많아서 남편 혼자 집에 있었던 경우는 많았지만 

제가 집에 혼자 있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제가 걱정이 되었던 건지.. 

훈련냘짜 대략 잡히고 거의 2주 동안 물어본 거 같아요. 


여보. 나 7월에 태권도 여름 훈련 1주일 가도 괜찮아? 


작년에 복잡한 일이 생기면서, 훈련 신청도 해 놓고~~ 휴가도 미리 내놓고 - 

결국에는 못 가게 되었거든요. 



- 응. 그래~ 다녀와. 작년에 못 갔으니까. 


진짜?  나 없어도 1주일 잘 있을 수 있어? 

- 아~~~괜찮아~~ 내가 애도 아니고. 1주일 정도는 괜찮다고. 

그리고 요새 잘 먹어서 배도 나오고 있잖아


- (-_- ;;) 어, 그래. 


그렇게 남편은 훈련을 떠나고 아파트 1층까지 내려가서 배웅하고 집에 다시 들어오는데 

엄청난 적막감이 흐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무도 없이 혼자 이렇게 1주일 있어 본 게 몇 년 만인지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19살까지는 가족들과 다함께 살았고, 20대 초반에는 언니와 동생과 살다가 

20대 중반부터는 개 2마리도 함께 살았거든요. 


집안의 적막감이 어색해서 제대로 보지도 않으면서 하루종일 한국 TV를 틀어 놓았습니다.


그러다가 금방이라도 문 열고 남편이 올 것처럼 멍~~~~ 하니 문도 바라보고.. 

한국에 있는 개 2마리도 저를 이런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가 모르겠어요,, 

(아래 개 사진 공개요 ~~ 제 올해의 목표는 두 마리 모두 체코로 데려오는 것입니다. ^^ )



현관문을 바라보다가, 당연히 그럴리 없지만.....

남편이 문 뒤에서 숨어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올 것 같은 상상도 해보고요.


혼자 있으면 못했던 포스팅도 열심히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여유롭게 즐길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묘~~~~한 기분에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더라고요.  


혼자 있는게 어색해 잠도 잘 안 오고, 잠을 잘 못 자니 다음 날 기운도 없고요. 

뭔가 넋이 나간 기분이에요. 

남편과 한참 장거리 연애할 때의 허전한 기분이 새록새록 살아납니다. 크억 ------ 


퇴근하고 저녁 시간 쯤 남편이랑 전화를 했습니다


여보~ 오늘 하루 어땠어? 


- 아. 몰라~~ 회사에서 이메일 엉뚱한 사람한테 보내고 난리도 아니었어. 

집이 텅빈 느낌이야. 정신도 없고....남편이 없어서 그래 !!


으헤헤헤헤헤 


-뭐가 좋아?

 

아니~ 나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고 있는 것 같아서. 

그리고 내가 부인 없을 때 얼마나 허전해 하는지 알 거 아니야. 


-흠.. 그게 내가 출장가는 건 괜찮은데... 일상에서 남편이 빠져버리니까 상실감이 커. 

그러니까 앞으로 나만 간혹 출장 갈게~~ 남편은 어디 멀리 가지마~


아~~~~ 나쁜 여자 !!!! 


- 왜에~~~ 그래도 사랑하잖아. :) 


에잇!!!!


- ㅋㅋㅋ  



다음 날 아침 출근하려고 보니 동생에게 카톡이 왔더라고요. 

카톡확인하고 샤워하고 나서 보니 욕실에..... 100원짜리 동전 크기의 거미가 보입니다.

동생하고 카톡을 했어요. 

 

핫. 욕실에 거미 나타났다 !!!! 남편도 없는데 -

ㅋㅋㅋㅋㅋㅋ 

거미잡이용 남편 



거미는 집에 있는 벌레를 잡아먹고 깨끗하다고 해서 죽이기가 찜찜합니다. 

안 죽이려면 종이 같은 데 거미를 태운 다음 밖으로 던져줘야 하는데 

오늘따라 거미를 보고 있노라니 거미가 종이 위로 올라오다가 제 손 위로 ~~~~

제 팔 위로 막 스물스물 기어오를 것 같은 요상한 상상이 -_-;; 


한참 고민 끝에 그냥 놔두기로 했습니다. 퇴근 해 보니 자취를 감췄습니다... 

집안 구석 어딘가로 숨었겠죠.ㅎㅎ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출근을 하면 사람들의 시선이 좀 부담스럽습니다. 

주말에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외국 느낌이 많이 안나거든요. 


남편은 가끔 제가 그 시선을 즐긴다고 하지만... 그것도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간혹 쳐다보는 시선이 뜨거워 제가 휙~~ 사람들을 쳐다봐서 눈이라도 마주치면- 

흠칫 ! 하며 당황스러워합니다.

사람들이 쳐다볼때마다 신경쓰면 체코에서 살기가 힘들어지니,,,


' 그래.. 생김새가 다른 동양인이니까 쳐다볼 수도 있지...'


라고 그러려니~~도 해보고 다음에는 눈 마주치면 먼저 살짝 미소를 지어야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막상 쳐다보고 있으면 신경쓰이니,, 제 표정은  ( 0 _ 0 ) 


퇴근하고 집을 돌아오는데 트램에 타고 있는 낯선 외국인들을 바라보면서 

예전에 남편이 물어봤던 질문이 생각났어요. 


나랑 헤어지고도 체코에 있을 것 같아? 


- 그럼 !!!! 얼마나 어렵게 외국 나와서 정착한 건데... 한국 돌아가기는 아깝지. 


그런데 남편이 태권도 훈련하러 떠나고, 퇴근하고 집에서 볼 남편이 없는 이 상황이 닥치고 보니,,, 

혼자는 체코에서 못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편은 아직 미개척 시장인 체코가 제 인생에 있어 많은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말하지만..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하더라도 - 남편이 없으면 허한 마음을 어떻게 달랠지 잘 모르겠어요. 

혼자 체코에 나와서 생활하시는 분들 대단하세요.


그래서 제 결론은 '남편이 없으면 못 버틸 체코 생활이라, 이 곳에 살려면 남편이 더 다정할 수밖에 없겠네!' ^^



여름이라 날씨가 좋고 아름다운 프라하에 있는데도 , 이런 기분이 들게 될 줄은 몰랐네요. 

요즘 프라하 날씨는 화창하지만 하루 사이에 15도와 30도를 왔다 갔다 하는 변덕스러운 날씨에요.  

기온 차가 커서 그런지 머리가 살짝 아프면서 콧물이 훌쩍거리네요.


- 남편,, 나 콧물 난다. 


코가 내가 보고 싶어서 우나 보다.


남편의 향기가 그리운가봐. 



아직도 훈련 중인 남편은 저녁 식사를 하고, 저녁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남편한테 전화가 오는데요~~ 

방금도 전화가 왔어요. 


오늘 하루는 어땠어?


- 응. 오늘은 회사에서 (미주알 고주알) .......


하고 나니 기분이 안정되네요. 


근데, 여보 한국 TV쇼 봤어? 


응 ! 봤지~~~ 남편 없어서 너무 심심해서 런닝맨 봤어


에~~~~ 거짓말. 


아냐. 진짜 봤어. 


봤으면 큰일 나. 


왜?


런닝맨 봤으면 이혼이야, 이혼 ! 



어휴~~ 런닝맨때문에 이혼 얘기까지 나오네요~~~ ㅎㅎㅎ 


남편이 훈련 가기전에 <무한도전>이랑 다른 한국 프로그램은 봐도 괜찮은데 

자기 훈련 가 있는 동안 절~~~~~대 런닝맨은 보지말라고 했거든요. 


꼭꼭 아껴 놓은 런닝맨ㅡ 이번 주말에 남편 끌어안고 런닝맨 2편 연속으로 볼 생각으로  

이번 주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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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라하밀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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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양이두마리 2013.07.17 13: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편이 가출해 버린 스펙타클한 얘긴가보다,
    남의 집 환란에 불구경? 하며 들어 왔더니
    이렇게 재미 있는 얘기였네요~^^

    • 프라하밀루유 2013.07.17 18: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양이두마리님 안녕하세요~
      기대하신 스펙타클 남편 가출이야기가 아니어요.
      외국 사니 남편없이 더 큰 허전함을 느끼는 새댁 이야기였습니다 ^^
      이야기 재밌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 나똑똑 2013.07.17 18: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울 아들 태권도 4단입니다.
    혹 나중에 태권도 학원이라도 하라고 7살때부터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태권도 시켰어요.
    본인도 좋아하고..

    지금요?
    운동하면 살이 좀 붙는데 안하면 전봇대 하나가 걸어가는 형상이니..
    남편분 가신 그 훈련에 울 아덜넘을 보내야 하는데..
    아깝다...

    이번 학기에 아들 학교에 방과후 종목으로 태권도가 있었습니다.
    소심한 울아들 저 태권도 한다는 소리 안하고 가만있었더니, 중국인 1단인 사범이 보조강사 2명 데리고 와 가르치더라고 혼자 얼마나 흉보던지...
    ㅎㅎㅎㅎ

    체코사는 양반도 저리 태권도를 사랑하는구만...
    낮잠자는 아들 두들겨 패서 밥먹으라고 소리지르러 갑니다.~~~~~~

    • 프라하밀루유 2013.07.19 18: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와~~ 4단이요 !!!
      아드님이 그래도 사범이랑 보조강사보고 흉보는거 보면
      은근 태권도에 대한 애정이 있으신 거 같아요.
      남편과 주변 친구들의 태권도 사랑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뭔가 고맙고 뿌듯하고 묘한 기분이에요.

  3. 산들이 2013.07.18 00: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런닝맨이 뭔지는 모르지만 꽤 애착이 가는 듯...ㅎㅎ
    태권도..?! 우와! 대단하십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ㅎㅎ
    그래도 역시 있다 없는 그 존재감은 한국인 하나 없는 외국에서는 정말 큰 비중이지요...

    • 프라하밀루유 2013.07.19 18: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남편이 런닝맨이 처음 보기 시작한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었거든요.
      이제는 멤버들 - 유재석(유혁), 지석진, 송지효(멍지효), 개리, 하하(하로로), 이광수(기린, 배신) 이름이랑 별명도 알아요. ㅎ

      이번을 통해서 남편의 빈 공간을 확실히 느끼게 된 거 같아요.
      산들이님도 해외생활에 있어 남편이 많은 힘이 되죠?
      돌아오면 한동안 깨가 와구와구 쏟아질거 같아요.

  4. 좀좀이 2013.07.18 23: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 보고 무언가 매우 심각한 문제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ㅎㅎ
    체코에서 보는 무한도전과 러닝맨의 재미는 한국에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 않나요?^^

    • 프라하밀루유 2013.07.19 19: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좀좀이님~ 그 재미가 완전 달라요 !!
      아무래도 제2외국어에 쌓여있는 환경에서 퇴근하고 나면
      편하게 한국어 듣고 싶거든요.

      집에 와서 한국 예능 프로 1개 보고 나면, 꼭 한국에 사는 것처럼 편하거든요.
      간혹 프로그램에 냉혹한(?) 평가때문에 프로그램이 없어지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