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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총각이 되어버린 남편

지난번에 체코남편과 감기로 병원 가는 것에 대한 문화 차이에 대해 포스팅 했는데요.


확실히 그냥 살 수 있는 감기약 보다는 처방전을 받은 감기약이 효과가 좋은 것 같습니다.

전날 저녁 약을 먹고 다음날 아침 약까지 먹고 나니, 가슴 깊이 올라오는 기침이 잦아든 것 같습니다. 


6시간마다 약을 복용하라고 해서 점심을 먹고 나서 약을 먹었더니

으하.... 이번에는 의사 선생님이 주의를 주신 것처럼 어지럽습니다. 


어지러움의 정도가 제가 생각한 것보다 심하더라고요. 혹시나 아이를 안고 있다가 휘청할까 걱정됩니다.

그래도 2알 먹고 나니 기침이 가라 앉은 것 같아서 저녁 약은 안 먹고 있었더니 어지럼증이 가십니다.

남편이 퇴근해서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아 있는데 다시 이어지는

​​코오오홀록!

​에휴... 약을 다시 먹어야하나... 라고 생각하던 찰나

​부인, 약 먹었어?

아니, 아직.

그렇게 약 안 먹으려면, 병원에는 왜 간거야?

​좀 어지러워서 안 먹고 있었어, 자기 전에 먹으려고


다음 날 아침 남편은 또 묻습니다. 

​약 먹었어? 

​아이고... 애기 약 챙기느라고 내 약은 잊어버리고 있었네.

아니 이렇게 처방해준 약도 안 먹을거면서 의사선생님한테는 왜 간거야?



이봐아아아아~~~~~ !!!! 병원 간게 뭐 그리 잘못됐어 !!!!!!!!
병원비가 엄청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파서 간 건데-

감기로 병원 간게 뭐그리 잘못됐냐고오오오!!!!!!!!!!!


라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 굴뚝같습니다만,,, 한마디만 합니다. 

​​남편, 아 쫌 !!!! 잔소리 그만. 

두 달간 떨어져 지내면서, 제가 너무 한국식이 되어 체코에 적응이 어려운 것인지...

남편은 그간 혼자 있으면서 완전히 체코사람으로 동화되어 외국인으로써 저를 이해하기가 어려운건지...

아리송~ 모르겠습니다. 


저와 아기가 한국에 있고 남편이 혼자 체코에 있는 동안, 남편의 과거 습관이 많이 돌아왔다고 느낄만한 일이 있었습니다.


아기가 시간이 갈수록 활동적이 되어 가면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서, 

남편이 퇴근한 다음에야 집안일을 시작할 수 있는데요. 

빨래를 세탁기 돌리고 아기를 재우고 있다가 같이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잠결에 생각해보니 세탁기에 빨래를 꺼내 널어야합니다. 

몸을 일으키기 힘들 정도로 감기기운에 정신이 없어서 남편한테 부탁을 했죠. 

​남편, 미안한데 세탁기에 아기 옷 빨래 좀 널어줘.

어? 흐음.... 알았어ㅡ 


하는데 엄~~~~~청 하기 싫은 말투입니다. 자기도 회사에서 일하고 집에 오면 쉬고 싶겠죠. 하지만 둘이 함께 보살필 아기가 있는 걸 어떡해요ㅡ

다음 날 남편이 출근을 하고 혹시 빨래가 말랐나 건조대에 가보니, 뜨악 !!!!!


어쩜 남편은 세탁기에 빨래를 꺼내서 그대로 주렁주렁 걸어놨습니다.
아놔 ~~~~~!!!

우리 남편이 원래 이렇게 빨래 너는 사람이 아닌데....
그냥 이렇게까지 하기 싫었음 얘기하지는...
이렇게 놔두면 빨래가 말라도 쾌쾌한 냄새 날 수 있는데ㅡ
제가 무슨 부탁을 하면 No를 하지 못하는 남편의 성격이 빨래에서도 드러납니다.
Yes하고 널긴 널었죠 ;;;;


아흐,,,, 도대체 이렇게 왜 널었을까ㅡ 

이걸 정말 빨래를 널었다고 해야하는건지 -_- ;;; 그냥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납니다. 


남편은 제가 한국에 있는 사이, 집안일이 귀찮은 노총각처럼 바뀌어 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에휴... 어쩌겠어요. 다시 신혼처럼 한발씩 양보하고 이해하며, 

제가 가지고 있는 한국+여자의 습관과 남편이 가진 체코+남자 문화의 중간 타협점에서 

만나려고 노력해야겠죠. 


앞으로는 서로 너무 떨어지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