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하고 산후조리를 남편이 해주면서, 남편은 한국 반찬을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올해의 목표 중 하나라면, 임신 및 출산 관련 노트를 포스팅으로 옮기는 것인데

나중에 남편의 반찬 실력이 늘어난 이야기도 함께 쓰도록 하겠습니다.


사실상 산후조리가 끝났지만, 모유수유는 아직 하고 있기 때문에 

남편은 1주일에 한 두번 정도 '반찬 DAY'를 잡고 밑반찬을 4가지 정도 만들어 놓습니다. 


모유수유를 하는지라 크게 자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주로 만드는데요, 

멸치볶음, 시금치 나물, 장조림, 버섯볶음, 두부부침 같은 것을 만듭니다. 

왼쪽 위에 콩잎으르 제외하고 다 남편이 만든 음식이에요. 


그 중에 남편은 장조림을 제일 잘 만들기도 하고, 본인도 먹는 걸 좋아하는데요. 


여기까지는 정말 120점짜리 남편인데, 

남편도 사람이니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남편의 반찬만들기의 문제는 ~~~ 바로 뒷정리 !!!!!!! 

아무래도 요리를 하다보면 설거지할 그릇이 많이 나와서 한 번에 다 할 수 없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음식물 찌꺼기를 그대로 싱크대에 놔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장조림에 넣은 계란 껍질을 까서 싱크대에 놔뒀더라고요.  

육아하느라고 밥 제대로 못 챙겨먹을까봐 남편이 반찬을 만들어주는 것은 정말 정말 고맙지만

설거지 하려고 하는데 싱크대에 물도 잘 안빠지고, 

그냥 놔두다가는 날도 따뜻해져 냄새 날것 같아 치웠습니다.


계란 껍질을 치우다가, 갑자기 열이 빡 !!!!!!!!!!!!!!!!!!!!! 

그리고 여기저기 물 때같은 것도 눈에 들어오니,, 2차로 빡 !!!!!!!!!!!!!!!!!!!!!!!!!!!!

으으으으으으으~~~~  화가 난다.  화가 난다.


제 단점은 멀쩡하게 지내다가도 '깔끔신'이 가끔 강령하면 

마구마구 집안일을 한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짜증은 부록처럼 따라오고요. 

그래서 남편하고 부부싸움 한 적도 있습니다. 


[소곤소곤 일기] - 부부싸움, 이런거 가지고 진짜 싸울거야?

[소곤소곤 일기] - 부부싸움, 후반전 시~~~작 !



그래도 싱크대에 음식물 찌거기는 정말 싫어서 

남편이 집에 들어오면 한소리 하려고 벼르고 있는데, 전화가 옵니다.


부인, 나 기저귀 사려고 쇼핑몰 들어 왔는데, 저녁 UGO 샐러드 사갈까?  

아니, 이 남편이,,, 내가 화가 난 걸 텔레파시로 아는건지,,, 화풀어주려고 뭘 먹을 걸 사온다는 건지...

남편이 이렇게 밖에서 뭐 사갈까? 라고 묻는 건 거의 처음 인것 같았어요,


저는 남편없이 혼자 외출을 하거나, 맛있는 걸 먹으면 종종 남편 먹을 걸 사들고 가거든요.

친정 아버지가 퇴근할 때 음식을 사들고 오시던 모습이 좋아서 그렇게 한 것 같아요.

남편도 저랑 살다보니, 은연중에 그런 모습도 닮아가나봅니다.


아이가 저녁 잠이 든 틈을 타서 강아지 산책 겸 쓰레기를 버리려고 나가는데

남편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앗싸 나이스 타이밍 ~~ 

남편, 애기 방금 잠들었어. 얼른 개 산책 시키고 쓰레기 버리고 올게. 


부인, 내가 갈까? 


아냐아냐, 얼른 다녀올게.

쓰레기 버리기와 빠른 산책이 끝나고, 집에 들어와서는 

남편~ 우리 얘기 좀 하자.  

음... 집안일 이야기? 


같이 사는 날이 늘어날수록 이제 척하면 척이라고, 

깨끗하게 정리 된 집을 보니 '한소리 듣겠구나' 싶었나봅니다.

편도 요새 너무 바쁘니 설거지를 미뤄둘 수는 있어. 다음 날 내가 해도 되고.

근데, 싱크대에 막 음식 껍질 있으면, 설거지 하기도 전부터 열이 확!! 받는단 말이야.


응, 알겠어ㅡ 앞으로 안 그럴게.


뭐,,,, 이렇게 빨리 수긍해버리니, 싸움이 될 수가 없네요 ; 이렇게 싱겁게 부부대화는 끝 . 

 

그리고는 가만히 아내로서 집안일을 대하는 제 태도를 생각해보니 - 

멀쩡히 있다가도 갑자기 깔끔신 오면 돌아버리겠는 아내하고 사는 남편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태도가 심해진 것이, 어쩌면 깔끔함의 적정선의 기준이 다른 체코에서 생활하고 있어서 인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예전에 어떤 분이 제가 체코로 가서 살기로 했을 때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저는 체코에 못 살겠던데... 너무 지저분해서요. 


사실 그때는,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얼마나 깨끗하다고... 

괜시리 남편의 나라를 욕되게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언짢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체코에 살다보니, 그 분의 말씀이 이해가 되고 

제가 결벽증이 있을 정도도 깔끔하지도 않은데도, 

가끔 정말 길거리나 건물 외관에서 느껴지는 지저분함에 

불쾌하고 우중충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프라하에서 집을 사게 되면서, 집들의 상태를 보고 나니 

그 분 말씀을 허투루 들을 게 아니었구나... 후회도 했습니다. 


게다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 있다가 체코로 들어오면 상대적으로 비교도 더 되고요.  

체코에 있는 건물에 벽에 그라피티도 눈에 더 많이 띄고, 덜 말끔해보이기도 합니다. 


한 나라에 오래 살다보면, 그 나라 문화에 젖어들게 되는데, 

혹여나 제가 체코 사람들과 같은 기준을 가지게 될까봐, 

저희 집이라도 지저분해지지 않게 하려고 더 청소에 집착하는 것 같은 생각도 드는 하루입니다.   



+ 체코에 있는 건물들은 오래되다 보니 아무래도 새 건물이 많은 한국보다는 낡고 누추한 느낌이 들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깔끔함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기준이 많이 적용된 것이니까요, 

내용은 개인의 경험이라는 점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Posted by 프라하밀루유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김치앤치즈 2016.04.13 04: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편분 한국요리 솜씨가 상당합니다.
    저는 요리하기 싫어 한국음식 먹을때마다 김치, 조미김, 계란 3종 반찬인데, 가짓수로 보나 요리로 보나 체코 남편분이 한국 아줌마인 저보다 낫네요.ㅎ

    • 프라하밀루유 2016.04.15 17: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한국에서 먹고 산 기간이 있다보니, 제법 흉내를 내는 것 같아요.
      저도 기본 반찬 3종 세트 좋아해요. 입맛 없을 때 따끈한 밥에 김 싸먹으면 어찌나 맛있던지.

      남편이 한국마트 간대서 조미김 좀 사오라 했더니만, 와사비 김을 사온거 있죠.

      그래도 사 온 정성이 있어 먹어나보자 했는데, 왠걸요.
      와사비가 거의 초밥와사비 많이 넣은 것만큼 톡쏴서 한봉지 뜯고 그대로 뒀어요. >..<

  2. 2016.04.13 07: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프라하밀루유 2016.04.15 17: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즘은 한식 요리법이 영어로 된 것도 많다라고요ㅡ
      제가 종종 감정기복 심하고 급깔끔한 성격이라 남편이 불쌍할때도 있어요 ㅋㅋㅋ
      오늘은 집에 오면 무한사랑 좀 줘야겠네요.

      프라하는 아무래도 다양한 사람들이 살기도 하고, 약간 시대에 따라 사람이 늘어나며 도시가 확장된 느낌이 들어서,
      더 지저분한 느낌이 들기도 하나봐요.
      건물이며 교통수단에는 뭐 그리 그라피티가 많은지.
      그림 못그려 한 맺힌 원혼이 붙은건가... 란 생각도 들고ㅡ

      집은 쉬는 곳이라는 시선에서 접근하니, 청소해야지!! 라는 태도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겠어요.
      하지만, 집이 어지럽고 난장판인데 어찌 휴식이 가능하다는 말이에요 ㅋㅋㅋ
      깔끔하게 정리하고 쉬어야 기분도 좋죠

  3. 산들무지개 2016.04.13 20: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대단한 남편분이십니다. 요리를 그렇게 보기 좋게 하시네요. ^^
    아이가 아직 갓난아기일 때는 정말 부모가 정신이 없지요.
    그래도 조율있게 잘 하시는 두 분 이야기 참 좋네요.
    그럴 땐 아빠가 많이 도와줘야 됩니다. 근데 남편분은 그렇게 잘 하시는 것 같아요. ^^

    • 프라하밀루유 2016.04.15 16: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기가 어려서 둘 다 정신이 없어요. 안하던 어이없는 실수도 하면서, 서로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중이에요 ^^
      남편은 많이 도와주려고 하는데, 아기가 아직 젖먹이다보니 결국 엄마가 더 큰 역할을 맡게 될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어른들 말씀이 아기들 금방 커버린다고 하니, 이순간도 즐길려고요 ^*^

  4. Lady Expat : 어쩌다 영국 2016.04.14 08: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못하는 이런 반찬을 만드실 줄 아시는 걸 보니 한국에서 잠시라도 생활을 해보신 듯... 부럽네요. ㅎ 제 남편이 이렇게 반찬 해주면 제가 아마도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이런 복을 받았나 하고 생각할텐데... ㅋㅋ 제 남편은 차라리 청소랑 세탁하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다고 하니, 전 요리까지 해달라고는 못합니다... ㅎ

    • 프라하밀루유 2016.04.15 16: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남편은 한국에서 3년을 산 경험이 있어서, 한식 좀 먹어봤죠.
      그래서 요리책 보고 반찬을 만들수 있는 것 같아요.
      lady expat 님 답글을 보고 나니,
      제가 요즘 남편의 한국식 생활방식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한 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 저녁에 궁디팡팡해줘야겠네요 ^^

  5. 힐데s 2016.04.14 10: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귀찮아서 안 만드는 밑반찬을.. 정말 대단해요^^
    저희 부부는 반대로 남편이 저한테 잔소리하면서 싸우느라 같이 요리 못하는데..ㅎㅎ

  6. 이한씨앤씨 2016.04.14 14: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죠~ㅎㅎㅎ

  7. 2016.04.15 15: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8. hermoney 2016.04.20 20: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체코에서도 한식으로 드시는군요^^

    (치우는이야기부분에서 흠칫 하고 갑니다 덜덜덜)

    • 프라하밀루유 2016.04.21 00: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hermoney님 반가워요 ^^
      현지식은 고기와 빵 위주라서, 그렇게 먹다가는 몸도 많이 불어나고
      체질상 건강에도 안 좋은 것 같아서요~

      고국에 가지 못하는 마음, 한식으로나마 채우며 살아가고 있어요~

      치우는 건,,,
      같이 살다보면 어쩔 수없이 서로 불편한 습관 하나 둘씩은 생기기 마련인것 같아요 ㅋ

  9. 자운영 2016.04.26 14: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미 아실지 모르겠지만 유튜브에 망치란분 채널에 한국음식 만드는거 올려주시는데 계량이 정확하고 진짜 맛있는 한국 음식을 만드시는분이라 저도 구독하고 있어요. 영어로 방송하시니 한번보세요.

  10. 민들레_ 2016.05.02 09: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반찬의 종류에 놀라고 이게 남편 분이 만드셨다는 것에 감동받고 갑니다.
    제가 한달에 한번 만들까말까 한 반찬들인데 이걸 매주 2회씩 하시다니..!!!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다른 포스트에서 남편 분께서 미역국을 계속 끓여주셨다는 것에서도 놀라웠는데 이건 더더욱 대단하시네요. (물론 남편 분이 그렇게 요리하게끔 해주신 밀루유님이 더 대단하신거 아시죠 ㅋㅋ)

    그리고!! 새로운 가족을 맞이 하신 것 뒤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 프라하밀루유 2016.05.03 06: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무래도 친정 식구 없는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다보니,
      남편이 같이 육아를 한다고 해도 힘에 부치는 날들이 있는 것 같아요.

      모유수유를 하는 동안은 밥을 혼자 해먹기가 어려워서
      반찬을 만들어 준 거에요 ^^;
      수유 끝나면 같이 끝날 호사니, 해줄때 즐겨야겠죠?

  11. 황홍실 2016.06.29 13: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현재 오스트라바에 살고있어요. (일주일됐어요) 님의 글 애독자구요,^^ 두부 시금치도 체코마트에 파나요? 우리 아이들이 무척좋아하는 반찬인데. ..두부 시금치 정보 알려주시면 감사해요 . 한국에서 즐거운 추억 만들고 오셔요

    • 프라하밀루유 2016.07.01 11: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황홍실님 반갑습니다~ 오스트라바에 오셨군요.
      시차 적응은 잘 하셨나요?

      체코 마트에 시금치는 spinat이라고 샐러드나 채소 파는 냉장코너에 있고요
      두부는 마트마다 진열해 놓은 곳에 조금 차이가 있어서
      요거트 파는 주변이나 햄,소시지 파는 곳을 둘러보세요.

      아래 이미지 TOFU를 주로 팔고요, 가격은 30kc정도 합니다.
      우리가 먹는 두부랑 비슷하고요.
      https://www.bing.com/images/search?q=tofu+in+czech&view=detailv2&&id=D564018D1A16F98C01631F9F1137396E360510CA&selectedIndex=6&ccid=bXZS9Loo&simid=607992603653835429&thid=OIP.M6d7652f4ba28541f2b794ae26ff7fa3fo0&ajaxhist=0

      이미지 안보이면 댓글 남겨 주시면
      프라하 돌아가서 두부 관련 포스팅 해드릴게요~

  12. 2016.10.02 06: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