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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남편이 떠난 일상과 딸이 기억하는 아빠

​남편이 출장을 가고 체코에 있는 동안, 외롭기도 하고 쓸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으나... 눈에 띄게 집안일도 줄어 밤이면 저만의 시간이 나서 좋았습니다. 그간 밀렸던 포스팅도 왕창하고요. 

하지만 즐거운 꽃놀이도 잠시.

 

남편의 부재가 일주일이 넘어가니 허전하고 집이 휑한 것이 느껴지고... 결론적으로 남편이 보.고. 싶.어.지기 시작합니다

 

매일같이 사는 부부이다보니, 저희도 부부싸움을 하는데요, 싸우고 나서 그 찜찜한 분위기가 불편해 최대한 다툼을 피하려고 합니다. 


누군가 그러던라고요,,, 아무리 잔소리해도 배우자의 습관은 잘 안 바뀌니,,, 같이 살다보니 자주 보이기는 하고.... 그렇다고 계속 짜증내고 싸우기는 싫어서,,, 결혼생활이 길어질수록 궁시렁~~ 궁시렁~~ 혼잣말만 는다고요. ^^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남편에게 육아를 좀 더 참여해줬으면 하는 기대와 -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데 남편의 입장 차이로... 서로에 대한 서운함이 쌓이면서 불편한 상황들이 있었는데요, 남편 출장을 계기로 떨어지게 되면서 서로 애틋한 감정이 다시 살아 난 같습니다 ^^

 


남편이 없는 사이 밤에 아이를 재워 놓고 나서 드라마힘센 여자도봉순을 봤는데요


<힘쏀여자 도봉숨> 사랑스러운 박보영

 

<힘쏀여자 도봉순>드라마가 B급 드라마라는 비평도 있긴 하지만, 꼭 깊은 내용이 있어야 좋은 드라마인가요... 요즘 현실이 세상살이가 어렵고 악의 무리들이 판을 치다보니, 이 정도 가벼운 내용의 드라마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드라마 중간중간 유치한 장면들도 있지만, 머리 아프게 생각하지 않고 볼 수 있는 내용의 드라마이고, 여자 주인공인 박보영이 옷빨도 좋고 귀여운 매력 만점이고 박형식 키가 183cm라서 비현실적 기럭지와 훈남 얼굴을 보고 있으면~ 긍정에너지가 느껴져 좋습니다. 저도 이제 아줌마인가 봅니다


<힘쏀여자 도봉순>의 남녀 주인공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는데, 높은 도봉순 드라마 시청률은 연기자 김원해 씨도 한 몫 한 것 같아요. 김원해씨가 건달과 도봉순의 직장상사 1인 2역으로 나오는데 너무 깊은 얘기는 스포일러 될 수 있으니 건너 뛸게요. 



아빠가 없는 동안 딸은 아빠를 '엄마랑 같이 사는 아저씨' 정도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 매일 같은 반찬에 밥 먹기가 지겨워 점심에 식당을 갔는데,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집 주변에 아직 안 가본 체코 음식점을 갔습니다. 식당에 관해서 체코남편과 제 성향이 다른데요, 남편은 한 번 가본 데를 계속 가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고, 저는 새로운 곳이 있으면 한 번은 가보고 싶어 합니다. 뭐든 새로운 것 해보려는 성향탓에 제가 해외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체코 전통음식인 Knedlíky 끄네들리끼와 함께 닭고기 요리가 나오는 점심메뉴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ㅜ.ㅜ 닭고기가 살코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뼈째로 나와서 놀랐습니다. 닭고기 체코 음식이 이렇게 뼈가 통째로 나오는 경우가 많진 않거든요. 

 


제 입맛에는 그냥저냥이었지만 다행히 고기를 잘 안 먹는 딸이 잘 먹더라고요. 고기를 어느정도 먹고 배가 부른지 딸이 몸부림을 쳐서 서 있게 했더니, 옆 테이블 젊은 남자가 앉아 있는 곳으로 총총 걸어 갑니다. 그리고는 남자분을 가리키며


압바! 압바! 아밥바!


그러네요. 딸한테 젊은 남자들은 다 아빠처럼 보이는지.... 그렇게 젊은 남자분들 보면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합니다. 체코 사람들이 한국어를 알아들으니 천만 다행이에요. 


아무래도 이 체코 식당은 다시는 안 갈것 같지만, 주변 동네는 단독주택이 있고 경치도 좋아보여서 사진 한 장 찰칵! 완전 비싼 집들이겠죠,,, 체코 프라하의 집값은 정말 $.$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딸은 물건을 끄집어 내는데 즐거움을 느끼는 발달단계가 되었습니다. 부엌 찬장이며, 서랍장이며 죄다 물건을 끄집어 내는데요, 제 가방과 지갑을 뒤지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집에 돌아와서 지갑에서 1000코루나를 꺼내더니... 또 다시..

 

압바! 압바!

체코 돈 1000코루나 = 약 5만원

합니다. 사실 저희 남편이 인상쓰면 1000코루나의 인물과 좀 닮은 것 같기도 하고요 ^^ (남편 미안) ​

아니면 둘 다 이마가 넓어서 그런건지..... 저희 체코남편을 포함해서 제가 봐 온 체코 남자는 대부분 이마가 좀 넓은 편인 것 같거든요. 체코 돈 1000코루나에 인물도 이마가 넓은 편이죠? 

체코 돈 정보 하나! 

체코 돈 1000 코루나의 인물은?  프란티셱 팔라츠키 František Palacký

체코 민족 부흥 운동의 가장 중요한 인물

후스주의 (체코 종교개혁가 얀후스를 따르는) 민족주의 정신에 이끌린 체코 민족의 위대한 역사가 

1836년부터 쓰기 시작한 그의 다섯 권으로 된 《보헤미아와 모라비아에서의 체코 민족의 역사("The History of the Czech Nation in Bohemia and Moravia")》는 정치적 자유를 위한 체코 민족의 투쟁의 역사에 초점

근대 교육의 선구자이자 체코 형제교단의 마지막 주교이며, 체코 민족의 가장 위대한 애국자 중의 한 사람인 코메니우스의 계승자


출처: 위키피디아

남편이 집을 비운동안 지인과 함께 한식 상차림도 해 먹고요~ 남편이 출장 전에 만들어 주고 간멸치와 김치도 귀퉁이에 자리 잡았고요.  사진 속 고등어는 해동을 너무 급하게 시켜서 몸이 세 동강 나기는 했지만 맛은 좋았어요. (체코어로 고등어는 Makrela) 

한식 상차림을 준비한 대신, 디저트를 선물로 가져오셔서 밥 다~~ 먹고 디저트 또 먹었습니다~~ 아시죠? 디저트 배는 따로 있습니다 ^^ 2개는 다음 날 먹었어요. 진짜 맛나더라고요.  

​남편이 출장을 간 틈을 이용해 주변 지인들에게 신경을 좀 썼습니다. 지인의 회사 근처에 가서 점심도 한끼 먹었고요. 

체코 음식을 파는 HUSA는 저렴한 점심메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딱히 먹을만한 게 없어서 닭고기 요리를 시켰는데 (위에도 닭고기 시켰고, 이번에도 닭고기를 시켰네요) 너무나 정직하게 체코 음식이 나왔습니다. 좋게 말하면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잘 살렸고, 나쁘게 말하면 간이 된건지 안된건지 ;;; 여튼 저만의 휴가라서 낮술 한 잔 곁들이니 마냥 좋았어요 ^^; 

​점심을 먹고 나서 아기랑 TIME OUT 키즈까페가 있는 Centrum Chodov 호도브 쇼핑몰에 갔는데, 3세 이상의 아이들 위주로 키즈까페가 꾸며져 있어서 좀 더 큰 아이들에게 좋겠더라고요. 

​호도브CHODOV 쇼핑몰은 프라하 지하철 C선 CHODOV과 연결이 되어 있는데, 처음으로 유모차를 끌고 호도브를 와서 엘레베이터를 탔는데...

헉;;;; 엘레베이터로 가는 길은 지저분하고 엘레베이터 내부는 금방이라도 귀신이 튀어나올 것 같았어요 ㅠㅠ 

체코 병원의 엘레베이터만 그런줄 알았더니.... 지하철 엘레베이터까지 왜 이렇게 낙서 그래피티를 해놓은 것인지 모르겠어요.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딸이 투정을 부려 파프리카를 가지고 놀라고 줬더니, 노란 파프리카를 요모양으로 뜯어 먹어 놨더라고요. 어허허 ;; 

남편이 없는 동안에도 체코어 수업을 했는데, 보통은 딸의 낮잠 시간에 수업을 하는데,, 딸이 잠을 안자고 수업 자료를 뺏어들고 신이 나서 발을 버둥버둥거립니다. 부정확한 발음이지만 체코어 회화 연습을 하면 뭐라뭐라 따라도 하고요.

하루는 주부의 고민인 '뭐 먹을까..?" 하다가 장을 봐 온 연어를 썰어서 김에 말았습니다. 남편이 자기 없을 때 혼자 먹은 걸 알면 서운해 할텐데 ㅎㅎ 

혹시나 나중에라도 이 포스팅을 볼 수 있으니 하트로 만들어서, 변명 거리를 만들었습니다.  

이거 만들면서,, 남편 생각이 나서~~ 하트 모양으로 사진찍었어~~ 

​서로 사랑을 더 차지하기 위해 적대적이던 딸과 개도... 갑자기 개가 간식을 가지고 놀다 냉장고 밑으로 들어가자, 둘이 함께 꺼내보려고 서로 고민도 해보고요. 

밥을 준비하다가 설거지 건조대에서 상상치도 못하게 프렌치 프레스가 떨어져서 깨져버렸습니다. 아흐 ㅠㅠ 괜히 유리가 깨지니 멀리 떠난 남편이 걱정이 되더라고요. 

남편이 체코로 돌아오기 4일 전에는... 세탁기 손잡이가 부러져 버려서 아기 옷을 손빨래를 몇 번 했습니다. 아휴. 

남편이 없는 사이 다사다난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