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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낯설은 프라하 일상으로 회귀

프라하 밀루유 라이브 방송을 시작합니다. 

한국에서 꿀같은 휴가를 마치고 체코로 돌아 왔습니다.

분명히 휴가를 떠나기 전까지 매일을 살았던 곳인데, 다시 돌아오니 낯설음으로 다가옵니다.

한국에서 돌아와 안그래도 마음이 서늘한데, 휘~~~잉 칼바람까지 부네요;;

예전에도 얘기 한적이 있는 것 같은데 한국에서 체코로 돌아오면

11시간 전만해도, 내가 한국에 있었는데ㅡ 지금은 프라하에 있네...

이런 생각이 들면서, 몸은 돌아왔는데 정신은 아직 한국에 놓고 온 것처럼 멍~~한 상태가 한동안 지속됩니다.

제 마음 속의 혼란과 별개로, 여전히 프라하는 매력적인 모습입니다.

프라하라는 도시가 구석구석 예뻐서 그런지, 건널목 지나가면서 막 찍어도 참 예쁘네요.

허나, 이 아름다움 뒤에 함정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프라하 날씨입니다.

이번주 수요일 비올 확률이 100% 입니다. 월요일 빼고 주구장창 비가 오겠네요.

벌써 5월 중순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아침 기온이 2도까지 내려갑니다. 어후우우우~~ 손 시린 날씨에요.

5월 22일 기준 날씨입니다.
여전히 아침에는 쌀쌀해요~~

프라하 일일 최고 기온이 거의 서울의 최저 기온정도 됩니다.

프라하가 이렇게 추우면 유럽 내륙쪽은 전반적으로 추울 가능성 높으니까요,

혹시나 곧 유럽여행을 오실분들은 초겨울에 입을만한 외투 한벌정도는 챙겨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워낙 일교차가 큰 유럽 날씨다보니, 이렇게 꽁꽁 얼듯 춥다가도 금세 해가 쨍! 하며 포근해지기도 합니다.

엊그제는 오전에 햇빛 나오다가 > 점심때쯤 소나기 30분 정도 내리다가 > 살짝 눈으로 바뀌었다가 > 멈추고 다시 햇빛 나는 날씨가 되기도 했습니다.

프라하생활이 길어지면서 느끼는 건데, 프라하 날씨는 변화무쌍 unpredictable 날씨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5월이면 체코 사람들도 봄이 오려나,,,하고 있을텐데 봄이 더디게 오다보니 사람들의 외부활동이 적어져 덕분에 어딜가든 한적하기는 합니다.

동네에 디저트 가게가 있는데, 평소 주말아침이면 북적거리는데 저희 가족만 나들이를 나왔네요.

오늘 왠일로 사람이 없대~
그러게
날이 안 좋아서 다 집에 있나?
요런 날씨에 누가 돌아다니고 싶겠어?
음.... 우리 가족? ㅎㅎ

한동안 한국에 있었다고, 남편이 데이트를 하러 가자고 나온거였습니다. 주말이라 좀 더 여유 부리고 싶었는데, 아직 시차 적응을 못한 딸때문에 허겁지겁 커피를 마시고 일어났습니다.

한국으로 휴가를 간거였지만, 계속 아이와 함께 하는 일정이라 고된 면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한국에서 체코 오는 비행기 타기 전날부터 갑자기 딸이 열이 나기 시작했거든요.

비행기에서 내내 물수건으로 열을 내리느라 바빴고, 지쳐 잠이 살짝 들려고 하면 아이가 뒤척거려서 거의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다니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한국까지 10시간~11시간 비행시간은 진~~~짜 길긴 합니다.

다시 한번 참으로 멀리도 떠나왔음을 느낍니다.

근데 남편은 한국 가서 사는 거에 대해.. 생각해본적 있어?
아휴.. 또 그러는거야?
뭘 또? 내가 뭘 또 그랬다고
아니~ 늘 한국 다녀오면 이러잖아. 가기 전에는 한국에 돌아가서 살기 어렵겠다고 여러가지 이유를 얘기해 놓고,
지금은 한국 가는 계획에 대해 생각해본적 있냐 물어보고. 한국 가기 전까지도 프라하 좋다고 했다가...

체코남편의 얘기를 들어보니, 다 사실입니다.

분명히 한국 가기 전까지는 프라하생활에 많이 적응했다고 생각했고, 다양한 이유로 한국에 돌아가서 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는데ㅡ

막상 프라하생활로 돌아와보니 다시 처음부터 해외생활이 시작되는 것처럼 차갑습니다.

꽁꽁 언 얼음이 살갗에 닿는 듯한 차가움.
추위에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얼어버린 꽃.

부인이 한국에 '휴가'로 다녀온거니까 좋은거야

당연히 휴가였으니까 좋았던 것도 부인할수 없죠.
정말 휴가라서 좋았던 그 단순한 이유일까요, 아니면 한국에서 체코로 올 때 고민했던 것처럼 진지한 고민과 결정을 내려야할 때가 이제는 온 걸까요.

하지만 매번 한국을 떠날때마다
가족들의 슬픈 얼굴을 보는 것도,
짧은 일정탓에 친구들과 제대로 얘기도 못나누는 것도,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 없어?"라는 질문을 듣는 것도,
시차를 이겨내며 허둥지둥 물건 쇼핑을 하는것도,
체코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의 착찹함도,
이정도면 이제 됐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프라하생활이 저한테 정말 좋은 것인지, 프라하에서 어느정도 자리도 잡았고, 살아야하니까 좋은 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버텨내고 있는 것인지...

제 마음 제가 가장 잘 알겠지만, 갈팡질팡 갈대같은 한국 부인의 마음 덕에 체코남편도 어렵겠습니다.

이또한 국제결혼 커플과 해외생활자의 인생 숙제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