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이 병과 싸움을 하고 있는 이때,
하필이면 제가 휴대폰을 분실해버리는 바람에..
남편은 아픈 눈으로 저를 데리고 체코 심카드를 받으러 T-mobile 에 갔습니다.
전화로 분실 신고하고 바로 다음날 받을 수 유심카드를 받을 수 있더라고요
참,, 체코는 심카드는 또 빨리 주는구나~~
또다시 체코 생활의 새로운 면을 느낍니다.
9월 초 프라하 날씨가 한여름처럼 더웠습니다.
8월 프라하가 너무 추웠기에 때늦은 여름 날씨가 저한테는 좋습니다만~~
정말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는 변덕스러운 유럽날씨입니다.
평소에 긴바지를 입다가 반바지를 입자, 숨어 있던 멍들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원래 조금 덤벙거리기도 하는데 ~
아기가 태어나고 난 후로는, 아기가 배고프다고 칭얼대거나 울때면
저도 모르게 더 허둥지둥거리며 침대 모서리며 테이블 모서리며 쿵! 쿵! 찍어댑니다.
보통은 아기들 다칠까봐 가구 모서리 감싸는데,
저는 정신없는 엄마인 제 자신을 위해서 책상 모서리를 감싸야하나봐요ㅡ
다리의 멍을 이리저리 살피던 남편이 묻습니다.
부인, 집에서 뭐해?
응? 애기보지
근데 왜 이렇게 다리에 멍이 많이 들었어
아, 갑자기 움직이려다보니라, 몸이 마음을 못따라가는거지 뭐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남편한테 맞고 사는 줄 알겠어~
아휴~~ 내 성격에 잘도 맞고 살겠어!
남편이 이직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첫번째로 지원한 직장에서 서류합격 했다고 인터뷰를 보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부인 부인! 거기 새로운 직장은 ~~ 사무실 위치가 블타바 강변 옆이라 전경도 좋고,
매해 아시아에 출장도 갈 수 있어.
그럼 부인도 나 출장 갈 때 같이 아시아 여행하고~~ 진짜 좋겠지!
근데 있잖아 남편~ 이제 서류 합격 했는데, 너무 김칫국 마시는 거 아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간만에 외출이라 출산전에 입던 티셔츠와 바지를 입었더니 둔해진 몸때문에 불편합니다.
남편, 나 출산하고 살 많이 쪘지
아냐, 괜찮아
아휴, 어깨 뒤도 불편하고 허리랑 등쪽 살 어쩔거야~
그럼 운동 열심히 하면 되겠네.
아니ㅡ 남편. 누가 해결책을 몰라? 육아하면서 운동하기 어렵잖아.
꼭 그렇게 영혼없이 틀에 박힌 답변해야 돼?
참나~~ 아까 부인은 어땠는데?? 내가 꿈의 직장에 대해 얘기할 때
벌써부터 김칫국마신다고 뭐라뭐라 대충 대답한 사람은 누군데?
어허허허- 그거야 남편이 나중에 크게 실망할까 그랬지. 뭐야~ 기분 많이 상했던거야?
아, 몰라~~~
에헤헤. 미안미안.
됐어. 이미 늦었어ㅡ
진짜 몰랐어. 남편한테 운동하라고 얘기 들으니, 어떤 기분인지 확! 알겠네
남편이 제가 성의없이 대답한다고 생각했었나봐요.
제가 급할 때 하는 남편한테 행동인 팔짱을 끼고
아~~ 남편. 이러지 말고,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남편의 기분을 달래주려고 외식을 하자고 했습니다, 메뉴는 제가 좋아하는 멕시칸으로 ㅋㅋ
다행히 마가리타를 먹으며 기분을 달랬습니다.
다음 날 남편과 함께 브런치 먹고 남편 옷을 보러 가기로 했어요.
파스타까페-까를로보나메스티
랩만 먹으면 아쉬워서 티라미수도 하나 시켜서 둘이서 게눈 감추듯 휘리릭 먹고
Van graf 건물 2층에는 드레스 코너가 있거든요.
제가 2년전에 한국에서 스몰웨딩을 준비하면서 이 곳에서 드레스를 샀습니다.
(말이 스몰웨딩이지, 예식장이 아닌 곳에서 결혼식을 하려다보니
정말 다양하게 준비할 게 많더라고요.
웨딩 플래너 없이 친언니 도움으로 무사히 마쳤는데요,
2년전 한국 결혼식이야기도ㅡ언젠가 포스팅 해야할텐데 말이죠 ;;;)
남편은 쇼핑을 갈 때면 제가 어느 곳에서 시선이 멈추는지 눈치가 빠른 편입니다.
드레스를 꼭 살 마음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여자다보니 화려한 드레스에 눈이 가더라고요
그 중에서 짧은 흰색 드레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남편은 제 시선이 멈춘 걸 얼른 눈치 채고
부인, 드레스 사고 싶어?
아니아니. 입을 일도 없는데
우리 결혼식 드레스 여기서 샀잖아.
응.
근데 그 드레스 언제 또 입었어?
아니. 아무래도 그런 드레스 입을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아.
그러면 부인, 결혼식 다시하고 싶어?
글쎄...그 때 준비하면서 스트레스 받고, 병원에 실려가고 그랬잖아.
맞어.
근데 있잖아~~~~ 난 다시 결혼하면 또 다시 부인이랑 할거야.
최근 한국을 다녀오고, 총각 같아진 남편때문에 속상한 기분 들기도 했는데
다시 저와 결혼을 한다는 남편의 한마디에 심쿵합니다.
우리 체코 남편, 아직 낭만 쏼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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