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생활을 하면서 향수병을 가장 심하게 겪는 시기는, 한국에서 돌아 온 직후다.
바로 지금.
한국에 있었던 모든 시간들이 다 꿈같이 느껴지고, 프라하의 풍경들이 가짜 같아보이고, 내 몸은 어딘가 둥둥 떠다니는 느낌.
예전 포스팅에서 몸은 체코로 돌아왔는데, 아직 영혼은 한국에서 돌아 오는 중이라고 얘기한적이 있다.
체코살이가 길어지며 1년 중 체코에 사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은데도, 체코 도착함과 동시에 다시 낯선 나라가 된다.이젠 10년차 되어가니 적응할만도 한데 매번 다시 체코로 돌아올 때마다 참으로 어렵다.
세계지도를 보면 체코 위도가 50도, 한국 위도(남한기준) 37도 이하다. 북한과 비교해도 체코의 위도가 더 높다.
하지만 겨울철 기온으로만 따지면, 서울이 훨씬 춥다. 특히 2021년 1월 겨울은 서울 영하 10도로 내려가는 날이 훨~~씬 길었고, 눈도 엄청나게 내렸다.
프라하는 최저 기온 영하 5~8도에 머물렀는데, 대체 무엇때문에 나한테는 더 춥게 느껴질까?
무엇보다 해뜨지 않는 을씨년한 뼛속을 파고드는 추위라 그렇지 않을까 싶다.
(2020년 2021년 겨울에는 프라하에도, 눈사람을 만들정도로 눈이 상당히 내렸다)
찬 공기탓인지, 겨울에 비행기를 타고 체코로 돌아오면 마른 기침 감기에 잘 걸린다.
새벽녘과 해질녘이 되면
콜록, 콜록, 콜록 (숨 한번 쉬고, 다시) 콜록, 콜록, 콜록, 콜록.
한번 시작되면 깊은 기침이 연속된다.
기침을 한껏하며 엄마 말이 생각 났다.
우리 딸~~ 아프면 안된다. 그 멀리 사니 가보지도 못하고..
내가 바로 프라하 돌아와서, 아프면 부모님 속상하시니 왠만해서는 아픈티 안내려한다.
다행히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할 때는 점심무렵이라, 내 기침을 숨길 수 있다.
부모님이 양봉을 하시는데, 기침을 가라 앉히려 한국에서 가져온 꿀로 꿀차를 타서 마셨다.
이 꿀은 그냥 꿀이 아니라, 부모님의 사랑이니까.
따뜻한 꿀차를 한 모금 들이키니, 울컥해진다.
눈물이 핑 고인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별 볼일없는 '나'라는 존재를, 목숨만큼이나 아껴주는 부모님 곁에 있다, 다시 체코로 오니
마냥 부모 잃고 갈 길을 잃은 어린 들짐승이 된 것만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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