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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체코 생활에 다시 적응하기

너무 간만에 포스팅을 하는 것 같습니다. ​10월 초에 남편이 한국에 온 뒤로는 친척들도 만나고 친구들도 만나면서 2주정도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체코로 돌아왔습니다. 

체코로 여행을 오시는 한국분들은, 한국에 돌아가시면 체코여행이 꿈같은 시간처럼 느껴지시겠지만, 저는 한국에서 있었던 시간들이 꿈처럼 느껴진답니다. 한국에서의 시간을 정리하면서 쓸쓸해 하기도 하고 힘도 얻고 그랬네요. 

한국에서 체코로 돌아오면 한동안 시차때문에 몽롱한데요,  

나... 평소에 체코에서 뭐하고 살았더라... 

가물가물해 지기도 합니다.

멍~ 하고 있다가도 집을 오랫동안 비웠더니 쌓여있는 묵은 먼지도 청소해야하고, 시차 적응과 체코생활을 적응하다보니 벌써 11월이 다가와 있네요.  

한국에 있었던 시간은 불과 한달 남짓인데, 6년이나 살고 있는데도 체코로 돌아오면 프라하 생활이 다시 어색해지더라고요.

한국에 다녀오고나면 더 예민해 지는 부인을 알고 있기에, 남편은 미리 걱정을 했습니다. 

부인, 내가 다이어리 사는 홈페이지 알지? 

응, 그럼그럼

거기에 부인이 좋아할만한 것 팔더라고

진짜? 뭔데?

음... 비밀이야 

치... 

부인이 체코 돌아오면 우울해하니까, 미리 주문해놨어. 이번에 체코 가면 선물로 줄게 

그래

프라하 집에 도착한 다음날, 남편은 선물을 주겠다고 합니다. 저는 비몽사몽이라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말이죠.

부인, 선물 줄게, 눈 감아봐

(-..-)

짜잔~~

우와! 세계 지도야? 

응, 당신이 가본 나라를 하나씩 동전으로 긁으면 돼. 부인이 여행 좋아하니까. 체코에 있는 동안 유럽은 다 가보자~ 오케이? 

그래, 고마워~~남편

무심한 저와 달리 배우자인 저를 잘 알아주려고 노력하는 남편을 보면 참 고맙습니다. 

 

우선 체코와 한국을 긁어 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체코와 한국... 세계지도 속에서 보니 참으로 멀리도 있습니다. 체코남자인 당신과, 한국여자인 나. 얼마나 강한 운명에 이끌려 국제부부의 인연으로 물리적인 거리를 뛰어넘어 같이 살고 있는지... 

온라인이 아니라 종이 지도로 보니, 정말로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이 더 또렷하게 보입니다. 다음에 한국에 가려면 또 얼마나 많은 날을 한숨쉬며 지내야하는지 서글퍼지기도 하고요. 

부인, 슬퍼?

아니, 그냥. 체코랑 한국은 참.... 멀다

한국에 또 가면 되지~ 언제든지 가고싶을 때 가 

아이고야, 이제 서울에 있을만한 곳도 없고, 아기 비행기 값까지 어떻게 감당하려고? 

우리 부자야~ 6개월마다 가도 돼

무슨 월급쟁이가 부자야. 내가 돈 걱정없이 비행기표값 대주고 친구들을 초대할 정도는 되어야 부자지

우리 지금도 친구들 부를 수 있어!

부를수야 있겠지. 근데 걱.정.없.이 가 포인트야

아, 몰라. 부인이 이렇게 우울해하면 싫단말이야

제 기분 좋게해주려고 지도까지 사놓은 남편인데,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남편과 맞벌이로 체코생활하며 부족하게 살고 있지는 않지만.... 비행기표값만 100만원 부터인데.... 왠만한 부자가 아니고서야, 한국에서도 유럽여행 6개월에 한 번 가기 어렵잖아요?

남편의 말이 고맙기는 허나 비현실적이라 헛헛한 마음이 달래지지는 않습니다. 


남편이 출근을 하고 밖으로 나가니 정말로 체코 외국인들 가득한 프라하로 돌아온 것이 실감이 납니다.

체코에서 적응을 해 놓았던 것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던지, 해외생활에서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이 버거움을 다시 느껴서 인지.... 한국에서 말통하는 곳에서 편하게 지내다 와서 인지...

체코남편에게 체코와 체코사람들에 대한 불평을 한참하고, 짜증을 몇 번 내고나서야, 한국에서 돌아온 우울함을 벗어났습니다.

시간이 꽤 흘러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체코생활로 돌아와 다시금 블로그 포스팅도 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 체코는 완연한 가을이 와서 나뭇잎이 노랗게 빨갛게 변해있고, 낙엽도 많이 떨어져 있네요. 

체코에 가을이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되새겨 보면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해 아름다운 나라다. 

가을에는 단풍으로 물든 풍경이 아름답다. 

약간은 한국만 사계절이 구분이 있고, 특히 가을단풍은 한국만 물드는 것처럼 얘기들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지금은 교과서 내용이 바뀌었겠죠?

그나마 있던 프라하를 예쁘게 만들던 가을단풍도 며칠전 돌풍과 비바람 몰아치며 거의 떨어졌네요. 쓸쓸한 겨울이 올 일만 남았네요.

2017년도 이제 60일가량 남았는데, 올해가 다가기 전에 올초에 하고 싶었던 계획을 적어 놓은 것 좀 뒤적거려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