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살면서 먹고 싶은 한국 음식 중 하나는 떡입니다.
저야 한국사람으로 떡을 먹으며 자라왔으니 그 쫄깃한 맛에 익숙해져 있지만, 처음 송편 떡을 접한 체코사람들의 반응은요?
고무를 질겅질겅 씹는 기분
이라고 했답니다. 떡 자체의 맛을 잘 모르면 그런 느낌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떡 종류는 경단, 바람떡, 찹쌀떡인데요,
티스토리에서 전자레인지로 간단하게 인절미 만드는 법이 있어서 우선 집에서 만드는 떡 중에 쉬운 레벨인 인절미를 먼저 도전해보기로 합니다.
(티스토리 시니냥님의 전자렌지로 간단히 집에서 만드는 인절미 조리법을 따라했습니다.
인절미 재료는
찹쌀가루, 콩가루, 소금, 물 입니다.
간단하죠?
우선 삶은 콩을 공기중에 좀 놔두면 말라서 믹서에 갈기 좋은 상태가 됩니다. 원래 인절미에는 White bean 이라고 하는 흰콩을 사용하는데요, 저는 cicer 라고 하는 병아리콩을 사용했습니다.
요새 저녁에 흰쌀밥을 줄이고 식이조절을 하면서 병아리콩 매력에 빠졌거든요. 저녁식사에서 흰쌀밥만 양을 줄이고 끊어도 살 뺄수 있습니다. 병아리콩은 단백질 함량도 높은 편이고 한주먹만 집어 먹어도 포만감이 느껴지고, 소화도 잘되어 속이 편해요. (모든 음식에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자, 이제 인절미를 집에서 만들어 보죠!
집에서 김치를 담글때도 참 해외생활하니 별것 다한다 싶었는데, 이제 떡까지 만들어 먹다니 ㅎㅎ
1. 콩을 믹서에 갈아서 콩가루 상태로 준비해주세요.
2. 찹쌀가루 2, 물 1의 비율로 인절미 반죽을 해주세요.
소금은 밥숟가락 0.5 스푼 정도
저는 찹쌀가루가 조금 많았는지 물을 한 두 스푼 더 넣었습니다.
그리고 소금은 사진찍느라 소금을 잘못 섞었는지, 조금 짭짜롬해서~
다음에는 반스푼만 넣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사진속에 생크림처럼 부드러워 보이는 인절미 반죽 형태가 되면 잘하고 계신겁니다. 반죽의 질감을 잘 보시고 가루를 더 넣든지 물을 조절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블로그에 올릴 사진이니까.... 블로그 이름 밀루유에 맞게.....
조금 닭살스러운 하트도 그려보고요~~
3. 반죽을 랩으로 덮어 크로 구멍을 4-6개 숭숭 뚫어 전자레인지에 돌려주세요.
저는 여기서 갑자기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우리 집에 전자레인지 되는 용기가 있던가...
아! 생각해보니 (사진 속) 큰 반찬통 하나가 유리로 된 것이 있어 바닥을 확인해보니~~~전자레인지 가능입니다. 휴우
아~ 이제 랩만 씌워서 돌리면 된다~~~
그.런.데. 집에 랩이 없습니다. 아하하하하
분명히 간단히 만드는 인절미라서 재료도 간단한데... 그 흔하게 쓰는 랩이 없다니ㅡ
저희는 보통 요리해서 이틀 내로 먹거나 반찬통에 넣다보니 집에서 흔하게 볼수 있는 랩이 없더라고요ㅎ
그래도 이제 와서 그만둘수 없죠.
아침부터 콩가루까지 빻았는데 포기란 없습니다.
작은 1회용 봉지가 있어서 한쪽을 뜯어 랩처럼 덮어 포크로 구멍을 냈습니다.
이번에 실패하면 반죽이 뭐가 잘못됐거나 랩이 없어서 인걸로 ㅠㅠ
4. 전자렌지에 2분씩 돌리며 인절미 반죽을 꺼냈다 넣었다 3-4번 정도 반복합니다.
꺼낼때 뜨거우니 조심하는 것 잊지 마시고요
원래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돌리면 바깥이 잘 익잖아요.
바깥 쪽의 익은 부분과 가운데 덜 익은 반죽을 골고루 섞어주세요.
다시 전자렌지에 넣고 2분~~ 인터넷 서핑 좀 하고 있으면 전자렌지가 삐삐 울립니다.
오호~~ 인절미의 쫀쫀함이 벌써 느껴지는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전자렌지에 넣고 2분~~
해외에 산다고 해도 집에서 떡을 만들어 먹을 엄두가 안났는데, 전자레인지가 이렇게 유용하게 쓰이다니! 감동이에요
전자레인지에 3번 돌리니 제법 인절미 반죽이 보입니다.
어렸을 때 추석이나 설날에 아빠 고향에 가면 할머님들이 모여 인절미를 만드시던 반죽을 본적 있어요. 어르신들의 손맛보다는 부족하지만, 대신 편리함을 이용해 떡반죽을 완성시켰습니다.
5. 인절미 반죽을 적당히 식히세요.
6. 비닐장갑에 올리브오일을 조금 뭍힌 다음 반죽을 작게 떼어주세요
원래 집에 비닐 손장갑도 없는데, 남편이 어디서 주워 온 것인지 갑자기 몇개가 싱크대 서랍에 굴러다닙니다. 오예!!
비록 랩은 없지만, 저희 집에 흔하게 굴러다니는 그리스에서 온 올리브오일~~
하하, 저 유럽사는 여자맞네요^^
제가 떡을 만드는 사이, 딸래미가 개 물통을 엎어 화장실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아ㅡ 딸 고마워,,, 엄마가 떡 만들 여유도 있고...
집안일이 적어 보였나봐 ㅜㅜ
반죽을 꺼내 식히고 아이를 씻기고 물난리를 정리하는데 시간이 좀 많이 흘렀는지, 인절미 반죽이 살짝 굳어 콩가루가 잘 안 붙네요 ㅠㅠ
콩탓이냐~~ 반죽탓이냐~~~ 어쨌든 최선을 다해 뭍혀봅니다.
퇴근 후 남편이 테이블에 인절미를 봤습니다.
이게 뭐야?
인절미 떡
음, 맛있네~
하며 한 두개 집어 먹습니다.
뭐지... 지금 집에서 떡을 만든... 나름 엄청난 성과인데....
이 시큰둥한 반응은-_-;;
아무리 한국음식 사랑하는 체코남자라해도 인절미 맛을 깊이 느끼기는 어려우니 시크한 반응에 그려러니 했습니다.
우여곡절 있었지만 만들어 놓고나니, 세상 뿌듯합니다.
인절미가 몇 개 남아서 냉장고에 넣어 놓고 내일 아기 간식으로 먹여야지~ 하고 잠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냉장고를 열어 인절미 통을 확인하는데ㅡ
헉! 인절미가 2개 밖에.... 다 어디로 간걸까요?
제가 잠든 사이, 입이 심심했던 체코남편의 뱃속으로 갔네요ㅎ
집어 먹을 때는 더는 안 먹을 듯 시큰둥하더만, 먹다보니 맛있었나봐요.
초간단하게 집에서 만드는 인절미라고 시작했는데, 만드는 과정에서 제가 이렇게 까지 준비가 안된지 몰랐네요 ㅎㅎ
집에서 처음으로 만들어 본 인절미여서, 상당히 어설펐지만 온가족이 간식으로는 완벽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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