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너는 어쩌자고 외국 남자를 만났니."
-"아...네....."
"부모님도 없고 가족도 친구도 없는,,, 그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 가서 어떻게 살려고 하니?
인생 사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아니."
-"아......"
"다 버리고 갈만큼 이 놈이 그렇게 좋더냐?"
-".........."
"우리 딸 어디 있어 !!!!! 딸 어디 있냐고!!!
당장 이리로 오라고 해!!!!!!"
-"아빠. 저 여기 있어요."
"니가 지금 체코를 가겠다고?"
-"네."
"아빠 엄마가 그렇게 싫어하는데도 외국을 나가겠다는 거냐?"
-"죄송해요."
"부모님이야 어찌되든지 말든지, 가겠다는거냐?"
-"........."
"어찌 키운 내 딸인데...
그리 멀리 못 보낸다 !! 그 머나먼 외국으로 못 보낸다!!!"
-"저... 이 사람 따라 갈게요."
"저 놈이 뭐가 좋다고!!!!!!!!!!!!!!!!!
외국놈이 뭐가 좋다는 말이냐!!!!!!!!!!!!!!!!!!
당장 저 놈 안 쫓아 내고 뭐하는거야?
너! 당장 나가 !!! 우리 딸 한테서 멀리 멀리 떠나라고 !!!!!"
-"아빠......그러지 마세요. 여기까지 허락 받으러 온 사람인데요..."
"절대 못 보낸다. 너 체코 절대로 못가니까,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마라 ! "
-"........."
"그리고 저 놈 하고 당장 헤어져라! "
-"아빠......"
" 당장 헤어지라는 말 못 들었어 !!!!!!!!!!!!!!!!!!!!!!!!!! "
-"............."
"아이고야... 얼른 아빠 말씀 알았들었다고 해라....."
-"저 못 헤어져요."
"헤어지라고!!! 안되는 건 안되는거야 !!!!!! 한국에서 좋은 남자 찾아!!! "
-"제발요 !!!!
저 사람 따라 체코 갈래요.....갈거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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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년 10월 26일 새벽 04시.
눈을 뜨자마자 가쁜 숨을 고르며 잠시 멈칫거렸다.
'여기가.... 어디지?'
그리고 오른 팔을 살며시 뻗어 조심조심 너의 얼굴을 만졌다.
'휴....... 꿈이구나.'
당신이 옆에서 곤히 자고 있고, 이 모든 게 꿈이었는데도 쉽게 다시 잠이 들지 않는다.
어제 갑자기 차가워진 프라하의 밤 공기가, 힘들었던 나날들을 다시 되살아 나게 한 걸까....
가족들과 친척들에게 처음부터 환영받지는 못했던 당신과 나....
그래서 더더욱 체코로 오기까지 정말 수많은 생각을 하고,
우리는 서로에게 운명의 상대일까 몇 번씩 되뇌이고....
주말 오후 소파에 앉아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마다 이 모든 순간이 산산조각 날까봐 두려웠나봐.......
혹시나 우리 다시 헤어지게될까봐 -
여행의 설레임으로 다가왔던 공항이 쓸쓸한 이별의 공간으로 변해버린 건.
당신이 한국을 떠나던 그 날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환송회를 할 때까지만해도 덤덤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당신이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출국 전날 밤.....편지를 쓰려고 펜을 잡은 순간
지난 2년 간 당신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당신이 없었다면 있지도 않았을 소중한 추억들.
내 인생에 찬란한 순간들을 선물해준 당신에게 고마운 마음도 들었고...
다음 날 당신을 배웅하러 공항 행 리무진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데, 그제야 실감이 났다.
'내일부터 당신은 내 곁에 없구나. '
내가 울면 떠나는 네 당신이 아플까봐...... 눈물을 삼키고 또 삼키고.
탑승시간을 기다리며 커피숍에 들어가 마주 앉아 있는데.....
당신과 눈이 마주치는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져버릴 것 같아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고개를 숙인 채 허둥지둥 가방에서 편지를 꺼내다,
바보같이 가방에 있던 물건을 와르르 바닥에 쏟아버리고...
-"하......어떡해"
"괜찮아."
같이 하나씩 하나씩 물건을 주워담고 다시 의자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려는데
"저기... "
-"응."
"발 뒤에 볼펜 하나 안 주웠네."
-"어? 어디?"
내 의자 밑을 보니, 저기 한 구석에 볼펜 한자루가 있다. 당신이 앉은 자리에서만 보일 수 있는 그 곳에....
-"이제 너 가면, 이 볼펜은 누가 찾아줘.....
맨날 덤벙거리는 나를 누가 챙겨줄거냐고...!"
결국 내 눈물보는 터져버렸고.
"울지마...응?
지금 울어 버리면, 우리 정말 헤어지는 거 같잖아.... "
그래. 그래. 우린 다시 만날거니까....울지 말자.... ...
" 오후 1시 프라하로 떠나는 000 편 승객 여러분께서는 탑승구로 오시기 바랍니다."
게이트로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은 참으로 더뎠다.
탑승이 진행이 되고, 당신이 들어가야하는 차례가 왔다.
"우리 잠시 떨어져 있는거지,,,,,, 절대 헤어지는 거 아냐. 알겠지?"
그렇게..... 탑승구 뒤로 당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돌아서자마자 주룩주룩 흘러내리던 눈물.................
그 날....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신이 내게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조차 눈치 못챌 정도로, 항상 내 옆에 있어주었기에......
당신이 나를 떠나는 날에 대해, 우리가 헤어져 있을 상황에 대해 상상조차 안해봤었다.
당신은......우리 잠시 떨어져 있을 뿐이라고 했지만,
잠시의 헤어짐 조차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있었던 나였기에---
이별은, 참으로 가슴 아팠고 미치도록 슬펐다...
분명히 끝이 아니라고 했지만 당신이 한국을 떠나고, 난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었고,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 기약없는 이별이라서 모든 게 끝나버린 것처럼 불안했다.
그리고.........당신과 나는 1년 6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떨어져 있었고,
쉽지 않았던 헤어짐의 시간이 지나. 이젠 부부의 인연을 맺고 서로의 곁에 함께 있다.
헤어지는 꿈을 꾸고 너무 놀랐지만, 내 옆에서 자고 있는 당신을 확인하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게 꿈이라서 어찌나 다행이던지......
그리고 당신은.
한밤 중 자다가 깜짝 놀라 깨어있는 나를, 다시 잠들수 있게 살포시 안아주었다.
그래..... 이제 우리 함께 있구나. 앞으로는 절대 헤어지지 말자. 여보.
+ 국제 커플들을 비롯하여 어려운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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