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제 생일이 있었습니다.
한 해 한 해 생일이 돌아올수록~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몸소 느껴서인지
예전처럼 막 생일이라고 엄~~청 신나거나 새롭거나 하진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음력생일을 지내는지라 매해 바뀌는 생일때문에
2월 말과 3월의 남편의 관심은
"여보 생일 몇일 남았어~" 가 됩니다.
생일 2주 전부터 생일 선물 관련해서 뭐 가지고 싶냐고 계속 묻더라고요.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때마침 화장품이 떨어져서 스킨로션 사달라고 했어요.
어쩜 화장품은 다같이 똑~ 떨어지고. 정말 여자는 어찌나 필요한 화장품이 많은지요..
그리고 한국 문화를 아는 남편은 생일 전날 저녁에- 둘 다 아침은 출근하느라 바빠서요 ^^ -
"내가 미역국 끓여줄게~~" 하네요.
작년 생일에도 한 번 끓여주긴 했지만, 제가 옆에서 앉아서 요리법을 말해줬거든요.
이번에는 자기가 혼자 해보겠다며 인터넷으로 미역국 끓이는 방법을 검색하더라고요ㅡ
모니터에 미역국 요리법 화면을 띄워놓고, 차근차근 읽어 보고.. 하나 넣고~~
다시 모니터 한 번 읽어 보고,,,
어련히 요리법에 다 나와있겠지만요, 뭔가 아이에게 불을 맡긴것처럼 조금 불안합니다.
- "근데 여보. 다진 마늘은 넣었어?"
"당연하지!! 에잇 !! 쉬쉬쉿!!! 여보가 요리하고 싶어? "
저는 소파에 앉아서 쉬고 있는 동안 혼자서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더니, 미역국과 밥을 준비합니다.
한입 떠 먹었는데- 짜게 먹지 않는 저에게도 싱겁습니다ㅋㅋ
-"여보.. 맛있는데~~ 나 소금 좀 더 넣어야될거 같아."
자기도 한 수저 먹더니.
" 나도 소금 좀 ! 히잉. 부인이 해준것보다 맛없다 ."
-"이때까지 두번 끓여본 거 치고 괜찮아. 작년 생일보다 맛있는데.
미역국 요리법은 간단한데 울엄마 미역국은 진~~~짜 깊은 맛이나.
계속 연습하면 내가 끓여도 그런 맛이 나겠지?
남편도 내년 생일에는 더 맛있게 끓일거야. ^^ "
한 그릇 다 먹고 나서는 그러네요.
"히하아~~~~~~미역국 좋다. 한국음식 좋다.
그리고 한국 여자 좋다. 한 명만 !! "
원래는 오늘 생일 선물 사러 가고 싶었는데 몸이 안 좋더라고요.
쇼핑을 하러 막 걸어다닐 힘이 없어서, 일찍 퇴근하고 집에서 쉬고 있었어요.
남편한테 전화가 오더라고요.
그래도 생일이니까 작은 케이크는 사가지고 오라고 했어요.
남편이 30분 후에 왔고. 그리고 한 손에 큰~~흰박스가 있습니다.
-"에헤헤헤헤헤헤~~~그거 뭐야?"
"아무것도 아닌데. 근데ㅡ몸은 어때?"
- "많이 괜찮졌기는 한데...
(눈짓으로 박스 가리키며)달달한거 먹으면 더 괜찮아질거 같아.
갑자기 남편이 냉장고 문을 열더니ㅡ
"아.그래? 냉장고에 바나나우유 있네."
-"아아~~~~ 마시는거 말고 씹어 먹을수 있는거. "
이번엔 남편이 선반으로 가서 뒤적뒤적 거립니다. 거기에 초콜렛이 있거든요.
-"아니아니. 초콜렛 말고~~~~!!!! 입에 넣었을 때 부드럽고 촉촉한 그거 있잖아. "
"응??? 그게 뭔데...?? "
-"아악! 왜 그래 진짜ㅡ 빨리 줘 !! "
"아이고 ㅡ왜 화를 내고 그래?"
- "첫째. 몸 상태가 좋지 않고 , 둘째. 오늘은 내 생일이니까~~~
화 좀 내도 괜찮아 ㅋㅋㅋ "
"근데 진짜 이거 신발 상자라고 하면 어떡할거야?"
-"흐잉 ㅠㅜ"
상자를 열었더니 짜잔~~~~~~~~~~~ 요거트 치즈 딸기 케이크입니다.
초콜렛 장식이 날아가는 백조의 모습을 연상시켜요.
어디서 샀냐고 물었더니. 비밀이래요ㅡ
그럼 말해주지 않는대신 내년 생일에도 또 사 달라고 했어요.
케이크에 초는 없지만 그래도 생일이니 생일 축하 노래는 있어야 할 것 같았어요~~~
-"남편~~생일 축하 노래 불러주세요. "
"그래!!
생일 축하합니다~~생일 축하합니다~~~ 생일축하합...
어! 아!! 사랑하는 우리여보. 생일 축하합니다~~~"
케이크를 한입 먹었는데 빵과 적당히 어우러진 요거트 치즈가 촉촉하네요.
케이크를 음미하고 있던 제 모습을 남편이 지긋히 바라보다 머리를 쓰다듬고는 물어봅니다.
"부인은 어떻게 이렇게 예뻐?"
-"계속계속 남편 사랑을 받으니까."
여자는 사랑을 먹고 산다더니,, 정말 인가봐요.
생일을 핑계로 마구마구 닭살 멘트 날려본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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