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곤소곤 체코생활

살아가며 즐거운 순간의 찰나

오늘 한국에서 저희 언니가 체코여행을 옵니다. 지금 쯤 장거리 비행에 지쳐서, 얼른 땅을 밟고 싶을거 같아요. 


언니가 지난 해에 결혼을 했는데요, 

앞으로 출산하고 나면 아무래도 체코를 와 볼 시간이 없을 거 같아서 여름 휴가 내서 오라고 했어요. 


한국의 근무환경 특성상 1주일 이상 휴가를 내기 어렵잖아요. 

형부도 같이 오시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 긴 휴가를 내지 못해서 못 오시고. 언니만 오네요~ 

한국도 마음 편하게 휴가 2 주씩 쓸 수 있는 근무 환경이 되면 좋을 거 같아요.  



"언니. 지금 아니면 언제 올 수 있겠어.. 곧 조카도 생길 수도 있으니 

그럼 적어도 5년은 집에 꼭 붙어있어야 하는데..  

그리고 여행은 돈이 많아서,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가는 게 아니라 - 

그냥 가고 싶으니까 가는 거야 ~ ㅋ "



이렇게 언니를 꼬셔서 체코까지 먼 길 오게 했네요. 


적지 않은 비행기 표 가격과 5일이라는 짧은 시간이라 유럽까지 무리이긴 하지만 

언니가 온다고 결정한 순간부터 언니 만날 생각에 설레더라고요. 


하지만 5일의 시간이 지나고 언니가 다시 떠나갈 생각을 하니, 문득 쓸쓸한 느낌도 들기도 합니다. 

괜시리 체코 살면서 서러웠던 일들 생각나면서 언니보고 눈물바가지나 하지않으련지... 

하~~~ 이런 복잡 미묘한 변덕스런 마음들 ㅎㅎ 


각자 마음을 정리하는 방법들이 있겠지만, 저는 마음이 싱숭생숭하거나 생각이 많을 때 청소를 합니다. 

언니가 오니~ 어차피 청소도 해야하기도 했고요~


원래는 이사가서 좋은 집에 초대하고 싶었지만요~~ 아직도 집을 못 구했네요. 허허허


계속 늘어가는 짐이나 평소 생활 반경을 생각하면 큰 집으로 이사 가는 게 맞는데

청소를 할 때의 집의 크기는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끝없는 지평선 같으니라고 ㅎㅎ 



보통 집안 살림을 마련해서 시작하는 한국의 신혼 집과는 달리

현재 저희가 살고 있는 집은 가구며 생활용품 같은 것이 이미 갖춰진 집이어서 

남편이랑 저는 거의 몸만 들어왔어요. 


그리고 이사를 할 계획이어서, 여기 살면서는 짐을 많이 늘리지 않도록 계획 했지만. 

먹고 사는 게 그렇게 되던가요 ~~~~~  ^^


작게는 감자 껍질 벗기는거, 마늘 찧는 거 사고, 잘 드는 가위, 칼, 오렌지 짜는 것... 

크게는 다리미, TV모니터, 히터와 ~~~  


한 동안 캠핑 온 것처럼 냄비 밥을 해 먹다가, 첫 월급으로 고슬고슬 쌀 밥을 지을 수 있는 압력 밥솥 샀고요. 

다음 월급으로는 남편이 사랑하는 삼겹살 구이를 위해 전기 그릴을 샀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언니에게 제대로 된 모히토 칵테일을 만들어주려고 

얼음이 갈리는 믹서기를 장만했네요. 우하하하하  


이렇게 하나하나 살림이 늘어가면서,,,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살림 늘려가는 재미' 를 느끼고 있어요. 



새로움 물품이 왔으니, 장난감을 선물받은 어린아이마냥 둘이서 신나서 믹서기를 테스트 해봅니다. 



뭐 넣어볼까?


냉장고에 양파 있어. 양파 썰어보자 ~~ 



양파를 한 개 쑤욱~ 넣었더니 - 후루룩 썰리네요. 

후와ㅡ 신세계에요. 에헤헤헤    삶의 즐거움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양파는 직접 까야한다는 게 함정. 



다른 믹서기도 보다가 기능은 어느 정도 비슷하길래 ~ 디자인도 고려해서 매력적인 붉은 색으로 샀어요. 

부엌에 놓고보니 분위기가 화사해진 것 같아 뿌듯하네요 ㅎㅎ 



그런데 상자 안에 있던 물건을 분명히 다 뺐는데,,, 남편이 기대했던 고기 갈아주는 부품이 안보이더라고요.  


최근에 테스코나 빌라, 알베르트 같은 대형마트에서 갈아진 고기에 물을 넣어 불린 다음 중량을 무겁게 만드는 게 

뉴스에서 적발된 적이 있었거든요. 


저희 둘은 고기가 갈리는 믹서기의 기능을 보여주는 비디오를 보면서, 행복한 상상을 했죠. 



믹서로 고기를 갈아서 ~ 물 먹은 고기가 아닌~ 

정말 제대로 된 수제 햄버거를 만들어 먹자 !! 


그래 ! 좋아 ! 



그런데 상자 안에 있던 물건을 분명히 다 뺐는데,,, 고기 갈아주는 부품이 없네요 ! 

분명히 광고 비디오에서는 고기 갈리는 장면을 봤거든요.  



우리 아무래도 광고에 속은 거 같아 !


ㅋㅋㅋ 그러게. 고기 가는 건 별도로 사야하는 부품인가봐 ~~ 

햄버거 먹을 생각에 들떠ㅡ가지고 제대로 못 본거 같어 ㅎㅎ  



그래도 양파가 갈리는 신세계는 경험했으니까요 ~ 양파를 꺼내서 요리를 시작해야겠죠 ! 

툭하면 다치는 부인의 행동을 잘 알고 있는 남편이 주의를 주네요. 


여보, 믹서기 열 때는 전기 코드 뽑아야 돼. 이거 위험해. 


알았어~ 알았어. 



라고 힘차게 대답은 했지만, 양파를 다 꺼내고 보니 코드가 꽂혀있네요. 



어 !! 코드 꽂혀 있네. 


아, 진짜... 손가락 다치고 싶어? 


아~ 그게. 아까 남편이 얘기할 때 이미 뽑은 줄 알고~~ 헤헤

알았어 다음부터는 조심할게



이럴 때 보면 제가 천방지축 어린 아이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안다쳐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안도도 잠시..... 믹서기에 부품이 이것저것 많아서 식탁에 어질러 놓았던 것을 정리하다 

한 군데 모아 넣는 다는 게 결국 칼날 한 쪽에 스-------윽-----  


남편. 나 피나.  

(남편이 막 인상쓰면서)  아...여보 ! 왜 그래 ㅡ 그거 칼이야~ 칼. 

     얼른 소독약 발라ㅡ 


제 걱정에 그러는 걸 알지만서도, 남편이 인상쓰니 괜히 기분이 안 좋아지면서

미운 아이 본능도 꿈틀꿈틀 거리며 더 하기 싫어집니다 . 


싫어 


그럼 , 그렇게 계속 상처 놔 둘거야? 


아니. 웃으면서 말해줘.

(가짜 미소 지으며) 소독약 바르세요~~~ 부인 


그래 ! 


상처는 종이에 베인거처럼 얉았고요~ 소독약 바르고 하루 잤더니 금방 낫더라고요~~~ 



이렇게 분주한 집 단장이 마무리되고, 드디어 오늘 저녁이면 언니가 옵니다. 

회사에 있는데 일도 집중도 안되고, 계속 퇴근할 시간만 확인하고 있네요 ㅋㅋㅋ 


언니를 보고도 실감이 날지 잘 모르겠어요.

 

먼 길 어렵게 오는 만큼...매 순간 즐거운 시간 많이 보내서, 인생에 추억이 한 가득 남길 수 있도록 놀고 올게요~~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그래야, 언니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함께한 추억의 힘으로 다시 체코 생활을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을 거니까요.


여행 다녀와서 계속 포스팅할게요~~ 



믈리넥스-프랑스믹서기-Moulinex

저희가 산 믹서기에요. 지금 제정신차리고 보니, 다른 믹서기들이랑 비교해보면서 

고기 갈리는 동영상은 다른 제품인데 헷갈린거 같아요.  욕망이 판단력을 흐린 경우네요 ㅋㅋ 


체코에서 가전제품 온라인으로 사는 곳 웹사이트 에요. 

http://www.alza.cz/EN/default.as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