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남편이랑 산다고 하면 많이 듣는 질문 중에 하나가
그럼 집에서 뭐 해먹고 살아요?
입니다.
제 블로그를 꾸준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남편은 한국 음식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게다가 제 출산 뒷바라지를 하면서 반찬까지 만들 줄 알게되며 한국음식 레벨 업이 되었습니다.
저와 아기가 한국에서 돌아왔으니, 이번 주말을 이용해 반찬을 만들어 주기로 합니다
남편이 반찬을 만드는 동안 제가 아기를 보려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기침이 더 심해지고 삭신이 쑤시는 몸살까지 왔습니다. 어헉 ㅠㅡㅠ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전기장판을 꺼냈습니다
7월 한여름에 전기 장판이라니....
아기를 보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제 몸을 추스려야 아기를 계속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다행히 남편이 아기를 보는동안, 저는 편하게 잠을 자고나니 한결 몸이 쑤시던게 나아졌습니다.
좋아졌다해도 그다지 밖에 나가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지만,
아기의 분유가 거의 다 떨어져갑니다.
남편한테 부탁을 해도 되는데,
남편은 간혹 제가 뭘 사오라고 하면 이상한 걸 사는 경우가 있어서요.
저번에는 밥이랑 같이 먹을 조미김을 사오라고 했더니 남편은 와사비 김을 사왔습니다.
와사비 김이라고 하니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사 온 사람의 정성을 봐서 한통은 까서 먹어보자
하고 열어서... 김 한 장 입에 넣는 순간,
정말 뙇!!!!! >_< 하는 표정이 절로 지어집니다.
인공 조미료 맛 가득한 와사비가 얼마나 뿌려져 있던지요, 정말 김이 아까울 정도입니다.
일본 사람들에게 한국의 조미김이 왜 인기가 많은 지 알것도 같습니다.
아기가 먹는 것은 남편의 실수로
이런 실험을 할 수가 없으니,,,,어쩔 수 없이 제가 사러 가기로 합니다.
아기가 잠들면 나가려고 했는데 그러면 너무 늦어질 것 같아
아이를 부탁하고 집앞에 장을 보러 갔죠.
나가 있는 동안은 아기가 낮잠 잘 시간이기도해서, 남편 좀 편하라고요.
막 집을 나서려는데 남편이
저녁에 비온다고 했어, 혹시 모르니 우산 챙겨 가.
장보러 갈 건데 우산까지 짐이 될 것 같아 솔직히 가져가기 싫었지만, 어쨌든 챙겼습니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라,
마트까지 먼거리는 아니지만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으로 가는데
자기 짐을 앞뒤로 크게 흔들며 걸어가는 사람과 부딪쳤습니다.
그리고 제 핸드폰은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지며 본체와 배터리가 분리되고요.
상대 여자분이 입으로는 미안하다고는 하는데,
얼굴은 '뭐, 어쩌라고?'합니다.
하으..... 이렇게 보이는건 그냥 제가 몸이 안 좋은 탓이겠지요. ㅠㅜ
프라하 중심 관광지의 7,8월은 유럽 여행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주거 지역은 대부분 체코 사람들이 휴가를 가서 굉장히 한가합니다.
몸의 회복을 기대하며 백숙해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샀습니다.
아기 이유식을 할 호박도 샀고요.
오랜만에 쇼핑을 오다보니 생각보다 물건을 많이 샀습니다.
체코는 계산대 직원들과 인사를 하는데
저는 외국인이라 종종 인사를 건너 뜁니다
예전 같았으면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지만 이정도는 가뿐하게 넘깁니다.
제 앞에 있던 아주머니가 물건을 담는 속도가 좀 느리더라구요.
계산대 직원 분이 제 물건을 계산하기 시작해서,
아주머니 옆에서 계산되는 물건을 주워 담았습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가 뭐가 그리도 급해서 그것도 못 기다리는 식으로 계속 구시렁구시렁 하십니다.
어쩌겠습니까 제 물건이 계산되고 있는데
아주머니 물건이랑 섞이면 더 복잡하지 않을까요.
도대체 대부분의 체코여자들은
왜 이렇게 아시아 여자를 싫어하는지...
아님 제 태도가 체코여성들이 싫어할만 한 것인지 그냥 오해이겠지요....
체코 마트에서는 계산이 잘못되는 일이 종종 발생해서
장을 보고 반드시 영수증 확인을 바로 합니다.
유로 환율이 내려가고 덩달아 체코 코루나도 더 약해지면서,
프라하로 여행을 오시는 분들은 여행 물가가 싸져서 좋으시겠지만
프라하 생활을 하는 저로써는 물가가 자꾸 오르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는 할인 받은 목록이 있어서 살펴보니 요거트가 1+1 상품이었습니다.
아놔~~~~~ !!!! 요거트 3개 샀는데ㅡ
한국에 있었을 때는, 계산대 직원분이
이거 1+1 상품인데요, 한 개 더 가져 오세요
했었는데...
얼른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합니다.
여긴 서비스 강국 한국이 아니라 체코입니다.
제가 아직 체코에 살던 패턴으로 완전히 돌아오지 못했으니까요.
한국에 있던 시간만큼 제 체코어는 퇴보했고요. 공부한게 아까비 ㅜ
긴 영수증을 보며 뭘 그리 샀나~ 하고
장봐 온 걸 바닥에 펼쳐봅니다.
저와 남편은 아침은 간단히 먹는편인데요,
과일을 먹거나 아니면 시리얼을 먹습니다ㅡ
몸회복을 위한 백숙을 만들기 위해 닭한마리와 같이 넣을 생강, 파슬리(petržel)가 보입니다.
그리고 남편과 저의 사랑, 버블티~~
아흐... 사진 속 요거트 3개 ㅡ ㅎㅎ 아쉬워요.
체코어만 잘했어도 어찌어찌 한 개 더 챙겨왔을텐데,
몸 상태도 안 좋고 부족한 제 체코어 실력을 탓합니다.
아기 물티슈와 분유, 제 주전부리.
그리고 오늘따라 초싱싱했던 대파와 이유식할 호리병 호박(dyně)도 샀습니다.
장을 보고 나오는데, 굵은 빗줄기가 후두둑 떨어집니다. 남편 말 듣길 정말 잘했습니다.
짐도 무거운데 우산없이 비까지 쫄딱 맞었으면, 기분 안 좋을뻔 했거든요.
들어오자마자 남편은
부인~ 나 오늘 한국 아줌마같애.
하루종일 애기 보고 반찬 만들고.
아기 좀 잤어?
아니ㅡ 계속 놀았는데.
나 가고 나서, 계속 안잤어? 잘때가 넘었는데?
아기를 가까이서 보니, 잠이 너무 오는데 잠들지는 못하고
울다 지쳐서 피곤에 쩔은 모습입니다.
한국을 다녀온 사이에 남편은 아기를 재우는 육아 방법을 잊어버리고
아기는 커서 졸리면 엄마를 더 찾고요.
엄마 찾느라고 잠을 못잔 아기가 짠하기도 하면서도
엄마, 나 많이 기다렸어. 엄마 이제야 왔어.
하는 사랑스런 눈빛을 발사하는 아기를 보며
누군가 나를 이렇게 애절하게 기다려 주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찡해집니다.
지쳐 있는 아기를 얼른 안아서 나란히 침대에 누웠습니다.
제 심장소리를 듣자마자 아기는 눈을 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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