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체코인 남편의 취미는 태권도입니다. 어느 날 남편이 물어보더라고요
당신은 태권도 왜 안 배웠어?
여전히 그런지 모르겠지만, 제가 학교다닐 때는 태권도나 합기도 같은 무술은 남자 아이들이 배우는 거라 그랬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때 좀 씩씩한 여자친구가 태권도를 배웠는데, "태권소녀"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었죠.
근데 남편이 다니는 도장을 보면 성인 여성들도 많이 다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한 번 배워볼까? 했지만, 체코 사람들 사이에 어색함은,,,, 회사로 충분해서 한 번 가고 패쑤~~
태권도 한 번 간 이야기
[소곤소곤 신혼일기] - 태권도와 헬스클럽 사이_프라하에서 운동하기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 업무 특성상 출장이 더 많아서 남편 혼자 집에 있었던 경우는 많았지만
제가 집에 혼자 있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제가 걱정이 되었던 건지..
훈련냘짜 대략 잡히고 거의 2주 동안 물어본 거 같아요.
여보. 나 7월에 태권도 여름 훈련 1주일 가도 괜찮아?
작년에 복잡한 일이 생기면서, 훈련 신청도 해 놓고~~ 휴가도 미리 내놓고 -
결국에는 못 가게 되었거든요.
- 응. 그래~ 다녀와. 작년에 못 갔으니까.
- 아~~~괜찮아~~ 내가 애도 아니고. 1주일 정도는 괜찮다고.
그리고 요새 잘 먹어서 배도 나오고 있잖아
- (-_- ;;) 어, 그래.
그렇게 남편은 훈련을 떠나고 아파트 1층까지 내려가서 배웅하고 집에 다시 들어오는데
엄청난 적막감이 흐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무도 없이 혼자 이렇게 1주일 있어 본 게 몇 년 만인지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19살까지는 가족들과 다함께 살았고, 20대 초반에는 언니와 동생과 살다가
20대 중반부터는 개 2마리도 함께 살았거든요.
집안의 적막감이 어색해서 제대로 보지도 않으면서 하루종일 한국 TV를 틀어 놓았습니다.
그러다가 금방이라도 문 열고 남편이 올 것처럼 멍~~~~ 하니 문도 바라보고..
한국에 있는 개 2마리도 저를 이런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가 모르겠어요,,
(아래 개 사진 공개요 ~~ 제 올해의 목표는 두 마리 모두 체코로 데려오는 것입니다. ^^ )
현관문을 바라보다가, 당연히 그럴리 없지만.....
남편이 문 뒤에서 숨어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올 것 같은 상상도 해보고요.
혼자 있으면 못했던 포스팅도 열심히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여유롭게 즐길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묘~~~~한 기분에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더라고요.
혼자 있는게 어색해 잠도 잘 안 오고, 잠을 잘 못 자니 다음 날 기운도 없고요.
뭔가 넋이 나간 기분이에요.
남편과 한참 장거리 연애할 때의 허전한 기분이 새록새록 살아납니다. 크억 ------
퇴근하고 저녁 시간 쯤 남편이랑 전화를 했습니다
여보~ 오늘 하루 어땠어?
- 아. 몰라~~ 회사에서 이메일 엉뚱한 사람한테 보내고 난리도 아니었어.
집이 텅빈 느낌이야. 정신도 없고....남편이 없어서 그래 !!
으헤헤헤헤헤
-뭐가 좋아?
아니~ 나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고 있는 것 같아서.
그리고 내가 부인 없을 때 얼마나 허전해 하는지 알 거 아니야.
-흠.. 그게 내가 출장가는 건 괜찮은데... 일상에서 남편이 빠져버리니까 상실감이 커.
그러니까 앞으로 나만 간혹 출장 갈게~~ 남편은 어디 멀리 가지마~
아~~~~ 나쁜 여자 !!!!
- 왜에~~~ 그래도 사랑하잖아. :)
에잇!!!!
- ㅋㅋㅋ
다음 날 아침 출근하려고 보니 동생에게 카톡이 왔더라고요.
카톡확인하고 샤워하고 나서 보니 욕실에..... 100원짜리 동전 크기의 거미가 보입니다.
동생하고 카톡을 했어요.
핫. 욕실에 거미 나타났다 !!!! 남편도 없는데 -
ㅋㅋㅋㅋㅋㅋ
거미잡이용 남편
거미는 집에 있는 벌레를 잡아먹고 깨끗하다고 해서 죽이기가 찜찜합니다.
안 죽이려면 종이 같은 데 거미를 태운 다음 밖으로 던져줘야 하는데
오늘따라 거미를 보고 있노라니 거미가 종이 위로 올라오다가 제 손 위로 ~~~~
제 팔 위로 막 스물스물 기어오를 것 같은 요상한 상상이 -_-;;
한참 고민 끝에 그냥 놔두기로 했습니다. 퇴근 해 보니 자취를 감췄습니다...
집안 구석 어딘가로 숨었겠죠.ㅎㅎ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출근을 하면 사람들의 시선이 좀 부담스럽습니다.
주말에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외국 느낌이 많이 안나거든요.
남편은 가끔 제가 그 시선을 즐긴다고 하지만... 그것도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간혹 쳐다보는 시선이 뜨거워 제가 휙~~ 사람들을 쳐다봐서 눈이라도 마주치면-
흠칫 ! 하며 당황스러워합니다.
사람들이 쳐다볼때마다 신경쓰면 체코에서 살기가 힘들어지니,,,
' 그래.. 생김새가 다른 동양인이니까 쳐다볼 수도 있지...'
라고 그러려니~~도 해보고 다음에는 눈 마주치면 먼저 살짝 미소를 지어야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막상 쳐다보고 있으면 신경쓰이니,, 제 표정은 ( 0 _ 0 )
퇴근하고 집을 돌아오는데 트램에 타고 있는 낯선 외국인들을 바라보면서
예전에 남편이 물어봤던 질문이 생각났어요.
나랑 헤어지고도 체코에 있을 것 같아?
- 그럼 !!!! 얼마나 어렵게 외국 나와서 정착한 건데... 한국 돌아가기는 아깝지.
그런데 남편이 태권도 훈련하러 떠나고, 퇴근하고 집에서 볼 남편이 없는 이 상황이 닥치고 보니,,,
혼자는 체코에서 못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편은 아직 미개척 시장인 체코가 제 인생에 있어 많은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말하지만..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하더라도 - 남편이 없으면 허한 마음을 어떻게 달랠지 잘 모르겠어요.
혼자 체코에 나와서 생활하시는 분들 대단하세요.
그래서 제 결론은 '남편이 없으면 못 버틸 체코 생활이라, 이 곳에 살려면 남편이 더 다정할 수밖에 없겠네!' ^^
여름이라 날씨가 좋고 아름다운 프라하에 있는데도 , 이런 기분이 들게 될 줄은 몰랐네요.
요즘 프라하 날씨는 화창하지만 하루 사이에 15도와 30도를 왔다 갔다 하는 변덕스러운 날씨에요.
기온 차가 커서 그런지 머리가 살짝 아프면서 콧물이 훌쩍거리네요.
- 남편,, 나 콧물 난다.
코가 내가 보고 싶어서 우나 보다.
- 남편의 향기가 그리운가봐.
아직도 훈련 중인 남편은 저녁 식사를 하고, 저녁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남편한테 전화가 오는데요~~
방금도 전화가 왔어요.
오늘 하루는 어땠어?
- 응. 오늘은 회사에서 (미주알 고주알) .......
하고 나니 기분이 안정되네요.
근데, 여보 한국 TV쇼 봤어?
- 응 ! 봤지~~~ 남편 없어서 너무 심심해서 런닝맨 봤어.
에~~~~ 거짓말.
- 아냐. 진짜 봤어.
봤으면 큰일 나.
- 왜?
런닝맨 봤으면 이혼이야, 이혼 !
어휴~~ 런닝맨때문에 이혼 얘기까지 나오네요~~~ ㅎㅎㅎ
남편이 훈련 가기전에 <무한도전>이랑 다른 한국 프로그램은 봐도 괜찮은데
자기 훈련 가 있는 동안 절~~~~~대 런닝맨은 보지말라고 했거든요.
꼭꼭 아껴 놓은 런닝맨ㅡ 이번 주말에 남편 끌어안고 런닝맨 2편 연속으로 볼 생각으로
이번 주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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