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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30 남편이 집으로 돌아왔어요. (2)

지난 주에 집을 나간(?) 남편이야기를 썼었죠... 


[소곤소곤 신혼일기] - 남편이 사라졌어요. 괜찮을 줄 알았는데..



남편없는 프라하 생활을 겪어보니..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 아침에 기운도 없고, 생기도 없고 ,, 그냥 그렇더라고요. 

제가 프라하에 있는 이유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남편은 "내가 없으니까, 이상해? ㅎㅎㅎ 내 빈자리를 크게 느끼는 거 같아 좋네 ㅋㅋ " 하고 신났어요. 


훈련을 가 있는 동안 하루 한 번 저녁 시간에는 꼭 전화 통화를 했는데요. 

늘 그렇듯 하루 일과를 조잘조잘 남편한테 다~~~ 얘기를 하고 나면 하루가 마무리 되는 기분이더라고요.


하루는 사무실에서 열 받는 일 많아서 폭풍 카톡을 보내고, 밤에 엄청나게 말하면서 풀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그날 저녁에 야외 연극을 보고 나니 화가 한풀 꺾이더라고요. 


연극이 늦게 끝나서 밤에 남편이랑 통화하려고 하는데,,, 지금 삼겹살 바베큐 파티를 하고 있다는거에요~ 

전화기 넘어 남편의 목소리는 조급합니다. 


치..... 얼른가봐 ~~ 지금 가고 싶잖아 - 


아니 아니, 그런거 아니야~~ 또 할 얘기 있어? 


아니, 또 할얘기 있냐니요 ?!?!    이미 이렇게 나오는 건 별 이야기거리 없으면 끊자! 이거잖아요. 

남성분들 ~~~ 여자들 이 말 싫어해요 ㅋㅋㅋ 


간만에 친구들이랑 노는거니까....라고 이해하고 싶지만,  기분은 별로에요~~ 



아~~~ 꼭 할 얘기가 있어야 전화하는거야? 

그게 아니라 돼지고기를 구워야 하는데,, 


왜 남편이 구워야 돼?  다른 사람들도 있잖아. 


아.. 그게 - 삼겹살 구이를 제일 많이 해본 사람이 나니까.. 

내가 굽는 법을 알잖아 - 


듣고 보니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살았던 기간도 있고, 한국인 부인과 결혼도 했으니 

친구들 중에서는 자기가 제일 많이 고기 뒤집어 봤겠죠~~ 


그리고 이미 마음이 삼겹살 굽고 있는데 붙잡고 주절주절 얘기해봐야 뭐하겠어요 ㅎ


그래,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고  


사랑해. 


나도


이렇게 전화는 마무리 했어요. 남편도 오랜만에 만난 어린시절 친구들과 모국어로 마구마구 입 털고 싶겠죠. 

농담 좋아하는 사람인데 말이죠. 



잠시 옆구리로 빠져서 
농담하니까 하나 생각난 이야기가 있는데요. - 


남편이랑 프라하 시내를 여기저기 산책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남편의 바지 지퍼가 살짝 열려 있는 거에요. 


헉 ! 남편. 지퍼 조금 열렸네.  


 지퍼를 얼른 올리면서 남편이 저에게 한 말이,, 

 

Honey. I am always ready. 

뭔가 민망하면서도 웃겨서 거리 한복판에서 건물 기둥 붙잡고 웃었네요. 



다음 날이 되어 , 드디어 남편이 오기 하루 전날~ 


남편한테 카톡을 보냈죠,   남편이 없어서 계속 잠을 잘 못 잤어. 


 


저는 이미 "남변" 한마디에 피곤과 서운함은 휘리리릭~~~ 


그리고 어제 바베큐하는데 친구 한 명이 깜짝 선물을 가져왔대요. 


의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 친구가 듣는 수업 과목 중에서 학생들이 직접 균을 배양해서 채취하는 게 있었는데.

이 친구는 어떻게 균을 만들까........생각하다가 김치를 생각해 냈고, 

인터넷에서 김치 만드는 법을 찾아서 1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2번째 성공적인 김치를 만들어서 이번 훈련에 가져왔다고 하네요. 


남편이 보내 준 사진인데요, 2번째 만든 것 치고는 그럴싸한 김치죠? 




균 배양을 위해 김치를 3주간 익혔대요. 익은 김치를 더 좋아하는 남편이 물어보네요.



여보여보. 우리도 김치 이렇게 익혀 먹을까? 

남편 ! 우리는 김치 담그면 1주일도 안되서 다 먹어~~~ ㅎㅎㅎ 


김치를 만들어 놓고, 3주 씩이나 익힌다는 것은 저희 둘 모두에게 고문 같은거죠. 



그리고 옛날에 같이 시합하던 친구들도 와서 간만에 진정한 겨루기를 했대요. 

거친 발차기와 동작들로 어린 친구들한테 진정한 겨루기의 강도를 보여 줬다나요. 뭐라나요~~ 


강도있는 거친 훈련을 하다 보니 항시 의사가 대기 중이었는데요.  

훈련을 하다가 다리를 접지를 때마다 응급처치를 하기 위해서 얼음을 사용하다가 

결국 얼음도 다 떨어져 버려서, 냉장고에 얼려있던 야채로 발 주변을 다 감싸고 ㅡ 병원을 갔다네요. 


식사를 준비하러 오신 주방 아주머니가 냉장고를 보시더니 


" 아악 !  내 야채들 다 어디갔어 ??? 

도대체 뭘로 요리를 하라고 !! " 


아주머니께서 좀 뭐라뭐라 하셨다네요.  ^.^


하루가 더 지나 남편이 오는 날이 되었고요. 

남편이랑 점심 먹으러 식당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보자마자 눈에서 하트 뿅뿅뿅 입니다. 


가끔은 말보다 눈빛이 더 많은 것을 말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남편이 없는 동안 하루도 잠 못잤다고 했더니, 자기도 캠핑 동안 거의 4시간밖에 못 잤대요. 


훈련을 몇 시부터 시작했는데? 

아침 7시 30분 

밤에는 몇시에 자고? 

한 2~ 3시. 

아이고,, 늦게 잤네. 훈련 프로그램이 늦게 까지 있었어? 

아니~~ 수다 떠느라고. 

ㅋㅋㅋㅋ



남자들의 수다도 밤새는지 모른다더니말이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결혼소식을 전하고~~ 저희 부부의 사진도 보여줬는데요. 

애들이 잘 안 믿더라네요. 합성 사진 아니냐며. 


친구들은 남편이 결혼했다는 것도 믿기 힘들고, 아시아 여자랑 국제결혼 한 것도 믿기 힘들고 ,,, 

정말로 확인 시켜주기 위해서는 실물을 보여줄 거 같다네요.   



남편이 없는 동안 모기 쫓는 것도 안 꼽고 잤더니. 다리에 모기가 물려있네요.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남편의 빈자리가 느껴졌어요. 


그리고 거미잡는 남편이 나타났기 때문에, 욕실에 있던 거미를 해결했어요. 

남편이 와도 여전히 거미가 제 팔을 스물스물 타고 올라오는 상상을 멈출 수 없어서,,, 


남편한테 거미를 죽이지 않으려면.... 

볼록한 뚜껑을 덮고 그 밑에 종이를 끼워 거미를 가둔 다음 바깥으로 던져주라고 -

상세하게 설명만 했어요. 



남편이 프라하로 돌아오고 나니 마음이 안정되고 참 좋네요. 혹시나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도 덜하게 되고요. 

남편이 오던 그 날 밤은 저희 둘 모두 쌔근쌔근 단잠 잤습니다. 하~~~아~~~ 


Posted by 프라하밀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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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똑똑 2013.07.30 13: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새댁~~~~
    좀 더 살아보우.
    은근히 남편 출장이 기다려 진다우..

    난 요사이 울 남편보고 "한국 출장 언제가?"를 뻐꾸기 시계처럼 묻고 있는데..


    • 프라하밀루유 2013.07.30 19: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나똑똑님,, 전 새댁이잖아요 ㅋㅋㅋㅋ
      이런 순간들도 다 추억으로 남겨야죠.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제가 떠나는 스타일이라 ㅎ
      장기간 집에 혼자 있는 게 처음이었는데 뭔가 썰렁한 느낌이 싫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