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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호주인종차별,심한가요?

최근에 호주 인종차별 문제로 시끄러웠는데요 

저도 2003년에 호주에서 어학연수 목적으로 체류한 적이 있어서 호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관심이 많이 갑니다. 


기사를 읽어보고 사람들의 댓글들을 보니 비슷한 인종 차별을 겪은 분들이 많더라고요. 


인종 차별 문제가 한 두명에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호주에 살고 있는 아시아 사람들에게는 흔하게 일어나는 일인 것 같으니 

호주 이민사회의 문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저도 기사를 읽으면서 생각이 난 건데요. 


호주에 체류한지 거의 6개월이 되어가던 날 학원을 마치고 집에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걸으면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10살 정도 되는 남자애들 두 명이 제가 걸어가는 길 앞을 막더니 

양손 중지로 손가락 욕을 하고 킬킬킬거리며 막 뛰어 가더라고요. 

 

너무 열 받아서 큰 소리로 욕을 할까하다가 다른 사람들은 걔들이 하는 행동을 보지 못했으니 

제가 욕하다가는 불리한 상황에 쳐할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죠.


10년이 지난 2013년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 보니 
호주의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한 것은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시드니 버스 인종차별 피해자는 한국유학생"(종합)


김 씨는 부활절 휴가 기간을 맞아 한국에서 호주로 여행 온 고모가 번잡한 버스 안에서 실수로 백인 남성과 부딪치면서 시비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실수로 부딪친 고모가 백인 남성에게 사과하자 그는 '영어는 할 줄 아느냐? 왜 호주에 왔느냐?'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며 "내가 대신 나서 고모가 여행객이라고 설명하고 사과하자 그는 더욱 흥분해 나와 고모에게 '역겹다. 일본 돼지들!'이라는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고모는 큰 충격을 받았고 우리 모두 그날 일어난 일에 분개했지만 백인 남성에게 법적 대응은 하지 않았다"며 "이 사건은 매일같이 일어나는 유사한 사례의 하나일 뿐이고 이런 사건이 피해자에게 유리하게 해결됐다는 소식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BC 뉴스 기사- 비디오 


사실 제가 호주를 가기 전에도 호주는 백호주의가 심하고
유색인종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한 편이라서 사람들이 걱정했거든요. 


인종차별에 대해 걱정은 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욕하고 도망 간 초딩들 빼고는 큰 일은 없었습니다. 

댓글을 보니 심하게 당한 분들은 거리에서 계란도 맞으셨다고.....속상하셨겠어요.


동영상을 보시면 백인남자가 얼마나 욕을 하는지 거의 삐-삐-삐 가 연속으로 들리죠. 


그 상황에서 왜 반박을 못했냐 하시는데 사람이 너무 황당한 경험을 하면 그냥 벙~~~찌잖아요. 

오죽하면 '(너무 당황해서)말문이 막혔다, 할 말을 잃었다' 는 말도 있을까요. 


더군다나 이 비디오를 찍은 중국계 여성이 말했듯이- 

버스 내 분위기가 한국인 남자분을 도우려는 게 아니라서 더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지 않았나 싶어요. 


모국어도 당황스러우면 버벅대는데 영어로 감정을 진정시키고 반박하려했으니 더 힘들었겠다는 생각이듭니다. 

현지에 살면 영어를 자주 써야하는 상황이 생기니,영어가 쭈~~~~~~~욱 늘 것 같지만 

언어실력이라는 게 생각처럼 빠르고 쉽게 느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한국 분들이 호주를 가는 이유는 영어가 큰 이유겠죠. 

여러분이 생각하는 호주 !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어떤 것이세요? 


전 호주를 가기 전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는 - 

자연이 아름답고 깨끗한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타워브리지, 울루루, 그레이트베리어리프.....

였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이라면 요트를 타고 휘트선데이제도(그레이트 베리어리프)바다에 갔을 때는 

'정말 이 지구상에 천국이 있다면 이 곳일까...' 할 정도로 

호주의 천혜의 자연에 감탄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호주휘트선데이제도 Whitsunday Islands

출처: http://www.australiantraveller.com/whitsundays/004-hill-inlet-whitsunday-island-qld/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의 호주도 존재하지만 일련의 인격모독 인종차별 사건도 호주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백인이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호주는 사실 이제 유색 인종없이 나라 운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데 말이죠.   


하루는 자꾸 늘어나는 한. 중. 일 학생들을 보면서 어학원 선생님이 그 소리 하더라고요. 

아시아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영어가 잠식될까 걱정된다고요.   

2003년에 제가 있었을 때도 그정도로 아시아 사람/유색인종 많습니다. 


호주는 역사적으로 이민자 정착을 적극 추진한 국가니까요.  


자기들 필요할 때는 열려 있다고 "호주로 이민오세요~~" 할 때는 언제고, 
가서 비싼 학비내며 공부하고 세금 내며 일하고 있는 유색인종을 차별을 하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요?


동물관련 프로만 봐도 같은 동물도 갑자기 합사를 시키면 서로 싸우고 물어뜯고 서열을 정하려고 하죠. 

사람도 같은 맥락에서 보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저렇게 아시아 사람들한테 욕하고 차별하는 사람들보면 못 배우고 열등감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자신의 분노를 표출할 곳이 없으니 괜히 아시아사람들에게 텃세 부리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현재는 제가 체코에 있기 때문에 체코 내의 인종차별에 관한 것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직 체류기간이 짧아서 '체코 인종차별은 이 정도에요.'라고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유색인종 인구가 적어 시선은 더 불편하지만, 아직까지는 호주에서처럼 욕먹은 일은 없었습니다. 

3년 정도 체류 한 한국 분도 인종차별 별로 못 느끼고 살고 있다 하시더라고요.  


체코에서 인종차별을 덜 느끼는 건 

체코에서도 영어는 외국어라서 영어가 모국어인 호주와 달리 우월의식 같은 게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체코 사람들의 천성이 느긋한 민족성때문일 수도 있고요. 

현재는, 베트남/중동국가에서 체코로 이민을 많이와서 이민자 2세대들이 체코현지인과 함께 

정식교육을 받으면서 큰 문제없이 다문화 사회로서 변해가고 있다는 뉴스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정말정말 많이 흘러 모두다 혼혈이 될 때까지는 

백인/황인/흑인 모두 서로 생김새가 달라 흘끗흘끗쳐다 보게되는건 어쩔수 없는듯 싶습니다. 

해외생활 자체가 국적이 바뀌어도 .. 

아시아인 외모가 변하지 않는 한 평생 백인/흑인의 눈에는 낯선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가끔 메트로에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얼굴이 뜨거워지면서 저한테 시선이 고정되어 있는게 느껴집니다. 


그걸 느끼고 제가 잽싸게 고개를 들어 쳐다보면 

갑자기 안 쳐다봤던 것처럼 막 눈동자를 어색하게 굴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편 말에 의하면 제가 체코 사람을 혼동시키고 있다네요ㅡ 


"여보, 체코 사람들이 내가 한국 사람인 걸 알까?"


"아마- 중국사람이라고 하기에는 피부가 희고... 베트남사람이랑은 안 닮아서.... 

어느 국가로 분류해야할지 혼란스러울거야" 


외국여행을 한 번도 안 해본 프라하 사람에게는 제가 얼마나 신기하겠어요.  

체구도 작고 눈도 머리도 까맣고 눈코입도 작고...



분명한 건 해외 생활을 하고 있는 나라에 상관없이

어디든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에 대한 선은 어디나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유럽은 EU 외 국가에 대한 비자발급 과정만 봐도 어느 정도 차별이 있다고 볼 수 있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고 "X개도 자기 집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 는 말도 있듯이 

문제가 생겼을 때 외국인보다는 자국민의 편을 들게 되어있어서, 

해외에 이방인으로 살다보면 억울한 일, 텃세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인종차별의 단점만 보고 전세계를 자유롭게 여행다닐 수 있는 세계화 시대에 살면서 

여행과 해외생활을 기회를 포기하기에는 세상은 넓고 볼 것은 많은 것 같아요.

떠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결국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 같아요. 


인종차별에 대해 깊이 겪지 않으시려면 주로 한국에 계시고, 

잠깐 동안 여행만 다녀오시는게 좋을 것 같고요, 


장기적으로 목적이 있으시고 인생 계획에 따라 장기간 호주를 가셔야겠다면, 

어느 정도 인종차별이 있을 것은 감안하시고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호주 사회에가 이런 인종차별을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결해나가는지 

지켜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럼 모두모두 상처받지 않는 해외 경험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