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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남편이 한국에서 가져온 물건들

​한국에 출장을 가기 전에 한국에 에이전시랑 연락을 하는데 남편의 카톡 아이디를 알려주었다고 합니다. 

어머, 카톡을 사용하세요? 

놀라면서도 반가워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하네요. 남편은 

내가 한국에서 살았고, 한국어도 알아 듣고, 한국여자랑 결혼했다고 하면 더 깜짝 놀라겠지? 

은근 에이전시 사람들을 놀래켜 줄 생각에 들떠있는 모습입니다. 


한국을 아는 체코남자와 체코에 살며 블로그하는 한국여자. 두 사람이 만나 혼혈아이까지,,, 흔한 조합은 아닌것 같죠?  덕분에 낯선 해외생활에서도 블로그라는 온라인 세상에서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을 받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저의 체코생활을 궁금해 하는 한국 분들을 만났다면, 남편의 주변 체코사람들은 저의체코 생활을 궁금해 했습니다. 처음 체코 생활을 시작했을 때, 남편 주변 사람들이 저에 대해서 정말 정말 많이 물어봤습니다. 

체코 생활은 어떻대? 힘들지는 않고? 체코 음식은 먹을만 하대? 체코 날씨에 적응은 하고? 체코에서 일은 하고? 체코에서 친구는 사귀었고? 

등등 프라하 생활 한 2-3년 지나고 나니, 그런 질문은 더이상 안 받은 것 같아요. 

체코 날씨 관련해서 들은 황당한 질문 중에 하나는, 며칠 째 눈이 계속 오던 겨울이었는데

어떡해,, 너희 한국인 부인. 눈은 처음 보는건가? 체코가 이렇게 추워서 추위는 어떻게 견디고 있어?

한국의 지리적인 위치를 동남아시아 근처로 인식하고 있는 체코직원이었습니다. 남편말로는 학교에서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구분에 대해서 배우는데, 이 분은 아마 수업시간에 졸지 않았을까... ^^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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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 가이드 꿀잼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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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기에, 남편의 신상털기(?) 시간이 다시 있었습니다. 

여봉봉~~ 체코 집 상황은 어때?

응, 별일없어

우편함은 확인해봤어?

응, 남편이 말했던 서류도 왔어

잘했네. 근데 사람들이 계속 부인에 대해서 물어봐

에헤헤. 당연하지~~

이제는 아기에 관해서도 물어보고

그럼그럼~  

이제 나는 부인이나 아기없으면 별로 할 말도 없는 재미없는 사람이야

에이... 뭐 그래. 체코남자+한국여자 -> 체코리안 아기 이 조합이 콤비네이션이 재밌는거지


남편은 일정이 일찍 끝나는 하루 형부와 언니, 조카들을 만나러 언니집에 갔습니다. 

동생아, 제부 뭐 좋아하니

집에서 차려주는 한식이면 완전 좋아할거야

그래도, 뭘 잘 먹어?

아휴.. 괜시리 언니만 귀찮게 한 거 같으네

아냐아냐

계란말이랑 된장국, 삼겹살~ 한식이면 진짜 잘 먹을거야

남편이 도착할 시간이 되어서 문자를 보냈습니다. 

남편 어디야? 

지금 가고 있어. 회의가 생각보다 늦게 끝나서

응, 언니가 기다리고 있대

거의 다 왔어


남편이 언니집에 들어가자 조카가 던진 첫마디가 

How are you? 

였답니다. 조카의 눈에도 체코남편이 확실히 한국말 못할 게 생긴 외국사람이었나봐요 ㅎㅎ 

How are you를 얼마나 잘하는지~~ 한 번에 알아 들겠더라고. 다른 한국말은 뭐라뭐라 잘 못알아듣겠는데

먹성 좋은 남편은 삼겹살에 밥을 2그릇을 먹었다 합니다. 

조카봤는데~ 우리 딸이랑 크게 차이는 안나보이더라고. 근데 춤사위가 보통이 아니야~~우리 딸 분발해야겠어

남편은 저녁만 얼른 먹고 더 늦게 퇴근한 형부와 인사만하고 아기들이 잘 시간이 되어서 호텔로 갔답니다.

체코남편을 혼자 한국으로 보내면서도 기뻤던 점은 한국에서 물건을 가져오라고 부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니가 조카한테 작은 옷을 주고 싶어하기도 했고, 최근에 갑자기 한국 종이책도 너무 읽고 싶어졌거든요. 

책과 함께 김, 깻잎씨, 레깅스 운동복 바지 등 온라인에서 주문해서 남편이 머무는 호텔로 보냈습니다. 제가 주문한 품목이 제각각이다보니 상자만 한 네 다섯개 도착하지 않았을까 해요. 

호텔직원들은 

금발에 파란 눈 외국인이 무슨 택배를 이렇게 받나..

의아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요즘 소유하는 물건을 줄이는 미니멀라이프에 꽂혀서 <성장에 익숙한 삶과 결별하라>와 육아로 제 자신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그리고 일본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주문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제 때 도착을 못해서 어쩔수 없이 주문을 취소했습니다. 다음에 한국에 가면 사올 책 리스트로 적어놨습니다.

​서울을 다녀왔다는 증거물(?)로 서울지도를 꺼내 놓고, 여기저기 회사를 방문하면서 받은 다이어리 선물도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FT 아일랜드 음반을 꺼냅니다. 체코남편이 FT 아일랜드를 어떻게 알지? 의아했습니다. 

남편, 이건 뭐야? FT 아일랜드 알아?

아~ 우리 일행을 인솔해 준 어머니 딸이 FT 아일랜드 팬이래. 음반을 엄청 사서 이렇게 주변에 나눠주시더라고

우와~ 완전 대단한 팬이구만

딸랑구, 이거봐라~~ 뽀로로!

아하하~  뽀뽀. 뽀보

그리고 이거는 부인 거 

하면서 남편이 꺼낸 것은 심슨 맨투맨 셔츠입니다. 

제 지난 포스팅에서 말씀드렸지만 저는 심슨 만화를 정말 좋아합니다. 요즘 말로 심슨 '덕후'에요. 남편의 심슨 DVD 깜짝선물로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기도 했는데요... 


제가 심슨 덕후임을 언니도 잘 알고 있습니다. 맨투맨 티 안에 넣어져있던 언니의 편지. 


보고 싶고 사랑하는 우리 동생

제부 올 때 같이 오면 좋았을걸. 또 멍멍이들 땜에 못오는 너 마음도 이해해. 
오고는 싶지만, 또 애들이 있으니... 
이게 책임감인 것 같아. 우린 책임감들이 너무 커. 그렇게 자라서 그런가? 

생일 선물도 못 챙겨줘서 미안해서- 네가 좋아하는 심슨 캐릭터 옷 샀어. 마음에 들면 좋겠네. 

전래동화 3권 보내고, 거기에 CD 1장 넣었어. 잘 때나 읽어주기 어려울 때 틀어줘. 
작아진 옷들도 보내고 수영복도 하나 보내. 

아무쪼록 건강하게 잘 지내고, 항상 옆에 같이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 애들끼리고 잘 지낼텐데... 언젠가 한국 오겠지? 

체코에 있는 동안에 힘들거나 수다 떨고 싶으면 페이스톡 해~

아기 챙기랴 멍멍이들 챙기랴 네가 많이 버겁겠지만, 잘지내고~ 우리 동생 힘내고, 화이팅!
언니가 응원할게   

언니의 엽서를 읽으면서 마음이 찡~해집니다. 

아~~~ 부인 울지마. 우리 한국 갈거야. 꼭! 꼭!

안 울어~~~ 그냥 너무 기뻐서 눈물이 좀 고인거야

다음에 한국갈 때 같이 가자

그래그래. 알겠어

언니는 조카에게 작아진 옷가지들을 여러벌 보냈습니다. 신발도 함께 보냈고요.

언니ㅡ 뭐 이렇게 많이 보냈어

더 못 보내줘서 미안하지. 제부가 하,,, 짐이 많다~~그러면서도 훈제 오징어는 꼬~~옥 챙기더라

ㅋㅋㅋ 그럼그럼 훈제 오징어 엄청 좋아하거든

남편이 한국에서 가져 온 선물들을 보며, 한동안 마음이 따뜻해져서 한국에 대한 향수병도 괜찮아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