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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가면 해외사는 것이 티가 난다

한국에 들어가면 하는 일 중에 은행업무와 관공서, 의료보험 처리입니다.  


2016년에 한국에 갔을 때 새로운 은행 계좌를 개설해야해서, 

서울에 있는 은행에 갔더니 주민등록 거주지와 불일치로 발급이 안된다는 겁니다.


하아... 대포통장을 막기위함이라는데 

오랜만에 통장 신규 가입을 하니 까마득히 몰랐네요. 



저의 경우 부모님 댁이 한국 거주지로 등록되어 있어서, 

아버지 고향 보성으로 갔습니다. 


▼ 율포해수욕장의 흐린 날



시골의 농협에 딱~ 들어가니.... 은행에 계신 분들이 젊은 사람을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모든 시선이 저에게 멈추는 것이 느껴집니다. 


여전히 모유수유 중이라 피부도 까칠했고, 애 보느라고 머리 질끈 묶고 초췌하게 갔는데 ㅜㅜ 거의 연예인처럼 대접을 해주십니다. 감동~~~ 제가 체코의 까칠한 서비스에 익숙해져서 더 친절하게 느꼈을 수도 있고요 


은행에는 정수기 물과 화장실도 공짜로 이용이 가능한데다가ㅡ 마사지 기계까지 있다니.. 우와~~~ 이 엄청난 서비스들 !!!! 


한국에 살 때는 한국의 서비스가 얼마나 좋은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체코생활이 길어질수록, 한국이 서비스 선진국을 느낍니다. 그만큼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힘들겠지만요 ㅠㅠ 감사, 또 감사합니다.  



통장 신규 개설 서류를 작성하면서 새로운 도로명 주소를 써야하니 뭔가 익숙치 않습니다. 더듬더듬 주소를 적었는데 은행 직원이 시스템에 제가 쓴 주소를 찾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내가 뭘 잘 못 썼나.... 생각하고 있는데 제가 'ㅁ'을 'ㅇ'으로 헷갈리게 쓴 거 있죠. 

나름 똑바로 쓴다고 썼는데, 한글을 손으로 쓸 기회가 별로 없어서 그랬는지 헷갈리게 썼나봐요.  



서류에 적힌 제 이름이 특이하다며, 혹시 이름 뜻이 뭐냐 물으시길래 설명드렸더니

굉장히 서정적인 이름이라는 칭찬도 해주시네요. 


서.정.적.인 이름라니 ~~ 아이 기분 좋아라~~~


보성 율포 해수욕장


서류를 작성하다가 휴대폰 번호 입력란은 공백으로 남겨두었습니다. 

제가 한국을 들어온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이라 휴대폰이 없었거든요. 

한국에서 여러가지 업무를 처리하면서 느낀 건데요, 개인정보로 휴대폰 전화번호를 요구하는 일이 많더라고요. 


고객님, 여기 휴대폰 번호 좀 적어주세요

아, 제가 휴대폰이 없어서요... 

그러세요? 그럼 스마트 뱅킹을 아빠 휴대폰으로 해드릴까요? 


라고 직원분이 묻습니다. 옆에서 아빠가 


그래, 그럼 아빠걸로 해라~~

아니요!!!


순간 대답했는데, 제가 너무 매몰차게 말한건지... ;; 아빠와 직원분 모두가 당혹스러워 하는 상황이 ;;; 


아, 그렇죠. 딸이 아빠 휴대폰을 가지고 인터넷 뱅킹하기는 쉽지 않죠


인터넷 뱅킹을 쓰려면 복잡한 인증 절차가 필요한데, 아빠 휴대폰을 등록해서 하게 되면 원하는 때에 인터넷 뱅킹 사용도 어려워지거든요. 거의 인터넷 뱅킹을 못 쓴다고 봐야할 정도라서요. 


저희 아빠는 카카오톡으로 사진 보내는 것도 어려워 하십니당. ㅠ.ㅠ  

카카오톡에서 + 를 누르셔야한다고 여러번 말씀드렸는데, 아무래도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은 다루기 쉽지 않으니까요. 


아.. 그게... 사실은 제가 해외에 살고 있어서, 잠시 들른거라서요. 아빠 휴대폰으로 등록하면 인터넷뱅킹 사용이 복잡해질 것 같아서요

아~~ 그러시구나. 해외 어디 사세요? 

프라하요 

우와!! 프라하~


옆에서 다른 직원분이 제가 해외산다는 얘기를 들으시고는 


어디 사신다고요? 

프라하 사신대

아ㅡ 프라하의 연인이 체코죠? 

네네. 그 프라하에 살고 있어요. 

유럽 프라하.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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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해외생활 한다고 말하면 자랑같이 들릴까봐, 되도록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해도,,, 한국에서는 다양한 업무에 휴대폰이 필요하다보니 해외 거주한다고 밝히게 됩니다. 


휴대폰 번호 좀 말씀해주세요 

아.... 제가 휴대폰이 없어서... 


라고 대답하는 순간,, 


으잉??? 이 사람 뭐지?? 요즘 세상에 휴대폰이 없어?


하는 의심의 눈빛이 주르륵 쏟아집니다. 더 수상한(?) 사람이 되기 전에


사실은 제가 해외에 사는데 잠깐 한국을 들른것이라서요 

아 ~~ 그러세요


이렇게 이해를 시켜드리려면, 해외 사는 동포임을 말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오랜만에 한국에 온 저도 허둥지둥인데, 제 통장 신규 발급을 담당한 직원도 신규직원인지 가입 설명도 버벅거리시고, 시스템 입력도 버벅거리시더라고요. 


고객님, 체크 카드를 만드시겠어요?

수수료 있나요? 

아뇨

아, 그럼 만들어 주세요. 


언제부터인가 은행에 체크카드를 만드는데 수수료를 받는 것 같더라고요. 여기는 수수료를 안받는 것 같아서 만들어 달라 했어요. 


직원분이 일처리를 하시는 동안 앉아서 기다리는데 


오래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하시면서 제 것과 아빠 것 음료수를 주십니다. 


괜찮습니다. 체코에서 이 정도 기다리는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 그래요?

네. 유럽과 비교하면 한국은 정말 업무처리가 빠른 편이에요

 

기다리는 저는 잘 몰랐는데 은행업무를 보는 동안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었는지ㅡ 

차 안에 계시던 엄마가 아가를 안고 은행으로 들어오십니다.


딸~ 아가가 배고픈가보다-


하십니다. 잠깐 은행업무에 집중하다보니 - 

세상에나 !! 아가가 2시간 전에 먹고 싸고 나서 잠들었다 지금 깼으니, 배가 많이 고플만 합니다. 직원분께 차안에서 우유만 타고 오겠다했죠. 


우유를 후딱 타주고 다시 은행으로 돌아왔더니 제 카드와 통장이 나와 있습니다. 

카드랑 통장을 들고 가려고 하니


아, 고객님! 아까 제가 설명을 잘못드렸는데요, 카드가 수수료가  있어서요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카드도 2~3개 이상 넘어가면 관리가 어려워서, 


그럼 카드없이 통장으로 거래할게요. 아까 물어봤을 때 수수료가 없다 하셔서 발급 요청했거든요 

아... 


직원분 반응을 보니 카드 취소 절차가 복잡한 듯 보였어요.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선배 직원분이


아ㅡ 그러면 저희 직원의 설명이 부족했던 거니, 그냥 가셔도 됩니다


그 순간 아차 !! 했습니다. 얼마 되지 않은 카드 발급 수수료 때문에 신참 직원이 한소리 들을 것 같은거에요. 


아, 죄송해요. 얼마라고 하셨죠

아뇨ㅡ 괜찮습니다

아니요, 드릴게요

괜찮습니다. 그냥 가셔도 되요


은행 업무가 생각보다 지체가 많이 되었고, 갈 길이 멀어서 은행을 나오기는 했지만.. 

미안한 마음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옆에 직원분은 할머니님이 오셔서, 입금된 것 확인해 달라고 부탁을 하시고는

귀가 잘 안들리시는지

직원분이 은행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할머님- 비밀번호요!" 를 몇번이나 외치셨다. 


그 이후로도 할머님은 직원의 말소리가  잘 안들리셨는지 계속 동문서답을 하셨고 


아휴ㅡ내가 너무 귀가 먹어서 그랴~~~


직원 분은 더 크고 또렷한 스타카토 말투로


할머님. 통.장.에.서. 얼.마. 찾.으.실.거.냐.고.요.


했더니  이번에는 잘 들리셨는지

으이~~ 20만원 줘. 


하십니다. 직원 분이 할머님을 친절한 모습으로 대하는 것을 보니,

아... 이게 사람들이 얘기했던 한국인의 정인가 싶어 마음이 따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