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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친구, 가득한 그리움

좋은생각이라는 월간지를 아시나요? 


제가 처음 좋은생각을 읽게 된 건 고등학교때 학급문고에 배치되어 있던 것을 

자율학습하기 싫은 날이면 종종 읽었던거 같아요. 

나중에는 좋은 생각을 친구들끼리 서로 선물하기도 했고요. 

이번에 한국에서 2014년 1월 좋은생각을 선물 받아서 읽고 있는데

좋은 생각을 마지막으로 읽은게 언제인지 기억이 잘 안나더라고요. 

좋은 생각에 실린 이런 저런 글들을 짬짬이 이동하면서 읽으면서

하.... 사람들 모두 힘들게 사는구나.. 사는 것, 참으로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괜시리 마음아프고 눈물 글썽이고 했네요. 


글이라는 것이 참으로 신기한 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잊고 지냈던 저의 지난시간의 추억들이 살아나는 것 같아요.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보다가 대학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갑자기 저의 대학 입학시절이 생각이 나서 글을 써봅니다.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저는 수능끝나고 가장하고 싶은 것이 친구와 함께 가는 서울여행이었습니다. 
새벽같이 일간지를 돌리고, 학교 앞에서 광고지를 나눠주며 열심히 여행자금을 모았습니다. 

우연히도 제가 서울여행을 계획한 날과 대학 오리엔테이션 날짜가 같았습니다. 
당시 오리엔테이션이 뭔지 몰랐기에 '안가도 되겠지 뭐~ '하는 생각에 계획대로 서울여행을 감행했죠. 

친구와 함께 63빌딩과 국회의사당이 보이는 한강도 가고 서울의 중심에 경복궁도 가고. 인사동도 구경하고ㅡ 

20살의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신나는 고3 겨울방학이 지나고 대학생활이 시작되던 첫 개강 날ㅡ
수강신청 관련 책을 한 권 받았는데 교양필수 ~전공필수 ~ 한 학기에 들을 수 있는 학점 등 각각 

수강신청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아무래도 혼자할 수는 없어서 수강신청에 관해 문의하려고 학생회실을 갔는데 

제가 들어가자마자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쟤 뭥미?!?' 하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더라고요. 

그래도 학교는 다녀야 하니, 그 중에 제일 친절한 선배가 처음보는 저한테 수강신청에 관해 

차근차근 설명해주었습니다.   

설명을 듣고 나오면서 애들이 나를 왜 그렇게 쳐다보나 했더니 

오리엔테이션에서 이미 그룹이 짜여져 있었고, 그 그룹의 친구들끼리는 이미 친해져서 그룹으로 같은 수업들으며 몰려다니며 농담하고 웃고~ 


그제서야 알았죠. 

 
 오리엔테이션이 가는게 중요한거였구나.... 

1학년은 대부분 교양필수과목이라 그룹으로 몰려다니는 아이들 속에서 소외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다 저에게도 눈에 띈 기회가 있었으니 바로 바로 바로~~개강총회였습니다. 

이번이 아니면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았어요. 

혼자라도 무조건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갔죠. 술마시면 친해진다했나요. 



나는 00학부 


어? 진짜? 나도나도. 너 교양필수 수업 어떤 거 들어? 


응. 수요일 10시 수업. 


나도 그거 듣는데  !! 


이야~ 잘됐다. 우리 수업 끝나고 같이 밥 먹으면 되겠네.


서로 통성명하고 게임하고 신나게 놀다보니 아이들과 한결 가까워진 느낌이었습니다. 

 한번 같이 먹자~ 는 선배들도 있었고요.


다음 날 어제 개강총회에서 봤던 아이들을 수업에서 만나게되어서 반가운 마음에 인사하려는데 

제 옆을 그냥 쌩~하고 지나갑니다. 

서울애들은 깍쟁이라고 하더니. 어제는 그렇게 친한척해놓고선.... 


그날 저녁에 일찍 수업을 마치고- 집에서 엄마가 택배로 보내주신 반찬에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울컥합니다. 
그렇게 집과 학교를 충실히 다니던 중. 

영어 필수 수업에 일찍 도착했는데 한 구석에 화려한 털코트를 입고 앉아 있던 친구가 말을 겁니다. 
뭔가 그 친구는 제가 보기에는 발랑까진 스타일이었어요. 

고향이 부산이었던 Y는 에너지 넘치고 밝은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개강총회에서 애들한테 한번 데이고 나니 쉽게 마음이 열리지 않더라고요.


그럭저럭 학교를 다니다가 영어 수업이 끝나고 나서 막 나가려던 저에게 


혹시 공강이야? 뭐할거야? 우리 기숙사 놀러가지 않을래? 


해서 우리는 그렇게 가까워졋습니다.

공강이면 기숙사에 가서 같이 낮잠을 자기도 하고요. 

멀리까지 식당에 점심먹으러 나가기 귀찮으면 기숙사 매점에서 핫바와 만두를 사서 전자렌지에 데워먹기도 했고요. 신기한게 그때 먹었던 핫바와 만두의 맛이 아직도 기억에 나네요. 


기숙사 방이기는했지만 타지에 와서 친구집에 초대를 받은 건 처음이라 참 좋았어요.  

Y는 공부를 참 잘해서 과외를 여러개 했는데요. 

자기 동생은 못 가르치겠다며 저한테 자기 동생을 가르쳐 달라했어요. 

서울로 와서 아는 사람도 없었던 제가 처음 과외 선생님이 되는 순간이었네요. 

서울 물정 모르던 저와 다르게 세련된 Y는 

당시 많지도 않던 비싼 커피숍 체인점과 패밀리 레스토랑이며 근사한 병맥주 집을 데리고 다녔어요. 

Y와 놀면서 외국맥주는 그때 종류별로 다양하게 마신 것 같네요. 

워낙에 둘이 분위기가 달라서 둘이 친구라고하면 주변 사람들은 되게 의아해했습니다. 

하지만 똑똑했던 Y는 진로의 방황에 있던 저에게 다양한 세상을 알게해 준 친구였고 

진취적인 생각을 가지고 도전정신을 가지고 있었기에 늘 서로에게 발전적인 자극이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영어의 세계로 본격 입문하게 된 것도 Y의 영향력이 컸던 것 같아요. 

이제는 각자의 자리에서 바삐 생활하느라 제가 체코에 와서 살고 있다보니 자주 보지 못합니다. 


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서. Y와의 시간을 돌이켜보니ㅡ

차갑게 때로는 냉정했던 저를 Y는 변함없이 따뜻하게 대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제가 체코로 온 뒤로 Y가 결혼식을 해서 결혼식에 가보지는 못했네요. 

다행히 Y가 프라하로 신혼여행을 왔었어요. 꿈인지 생시인지,,그 당시에 프라하 생활을 힘들어하는 저를 보고ㅡ 



네가 지금 살고 있는 그 삶을,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꿈꾸고 있는 인생이라는 거 잊지마.  



Y와 남편은 호텔로 돌아가는 트램을 탔고 -  자리에 앉아서 창밖으로 손을 흔드는데. 

Y의 커다란 눈망울에서 닭 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이 순간의 기억은 아직도 마음아픈 순간으로 남아있네요.  

멘토같은 이 친구를,  가까이서 조금 더 자주 만나며 삶의 얘기를 나눠간다면

제 인생이 조금 더 풍요롭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좋은 생각을 읽고나서 한껏 감성에 젖는 날이네요. 친구와 수다가 그리워지는 겨울 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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