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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체코생활] 프라하 추운 겨울 날씨에도 행복하게 썰매타는 아이들

체코의 겨울 날씨는 
한국의 한겨울 만큼이나 추운데요,

그나마 프라하 겨울 날씨는 
프라하가 지형적으로 분지지역이라, 
다른 체코 지역보다는 눈도 더 적게 오고 
따뜻한 편이라고 합니다. 

올해 사장님 자녀가 3명이 되었습니다.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사모님과 아이들이 모두 사무실로 놀러왔어요.

다른 자녀들도 예뻐서 사진을 찍고 싶은데
사장님의 첫딸은 너무 수줍음을 타서 사진 찍기가 힘들고, 
둘째 아들은 어찌나 활동적인지 가만히 있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습니다. 

가만히 자고 있는 아이를 보니 작은 천사가 따로 없네요. 
저렇게 고정된 자세로 쌔근쌔근 잘도 잡니다. 

전 왜 그렇게 아이들 손만 보면 그렇게 잡아 보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제 손이 작은 편이라 저보다 더 작은 아이들의 고물고물한 손을 잡는 게 좋은가봐요 


퇴근하고 남편한테가서 사장님 애기가 사무실에 왔다고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자기 사무실도 계약직 여자 직원 분이 아이를 데리고 출근을 했는데, 
그분이 아이를 보면서 일을 하는데 협력사랑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나봐요.

"안녕하세요. 그때 제가 부탁드린거 어떻게 되어가는지 확인 전화드립니다. 
우쭈쭈쭈~~ 우리 애기를 누가~~. 아니요. 아니요. 제가 설명드린 건 그게 아니죠.
세상에서 제~~일 예쁜 공주님! 우쭈쭈쭈~~~. 네네. 그럼 처음에 요청드린대로 해주세요. "

이래서 도대체 어디까지가 전화통화고 어디까지가 애를 달래는 건지~ 듣는 입장에서 웃겼다더라고요. 

주변에 친구들이 많이 결혼하고 2세 출산도 하다보니, 
친구들 아이 얘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저희 둘의 자녀 얘기로 대화가 넘어갑니다.

자녀가 생기면 한국이름으로도 괜찮고, 체코이름으로해도 괜찮은 '국제통용'되는 이름을 지어주도록 하고 싶은데, 
그런 이름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 우리 애기 이름은 어떤 게 좋을까?"

- "음... 여자 아이면 수지 어때? 
한국이름도 괜찮고, 체코. 영어 이름으로 해도 괜찮잖아~"

"근데 평범한 이름이라.."

-"수지가 좀 많기는 하지?"

"(끄덕끄덕)"

갑자기 남편의 표정에 장난끼가 가득해집니다.

"있잖아. 남자면... 좀 강한 이름이 좋을 거 같아. 
hammer 어때??? 
 hammer가 한국어로 뭐야?"

-"망치."

"망치. 망치. 임망치. 좋네  "

- " (=_=) 아~~~~망치가 뭐야. 애들이 맨날 놀릴텐데."



"아니면 철수는?"

-"책에 나오는 것처럼 
'철수야, 영희야 안녕?' 이렇게??? 안돼! "


"그럼 완전 유명한 이순신 장군의 이름을 따서 "임순신" 어때?"

- "하......"

이 남자- 갈수록 태산이네요. 

"아잇.. 아쉽다. 
당신이 런닝맨 지석진처럼 '지' 씨면 참 좋을텐데."

- "지씨? 지씨는 왜?"

"그럼 이름을 '르기'로 하면 되잖아. 태권도의 '지르기' "


사실 체코로 오기까지 마음을 결정을 내리는데, 아이도 하나 큰 몫을 하기도 했어요.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육아휴직, 원하면 2년까지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여건. 

이번에 사장님과의 직원의 1:1 대화에서도 사장님이 혹시 2세가 생기게 되면 축하할 일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바로 얘기를 해달라 하더라고요.
회사 입장에서는 제가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 대체근무할 사람을 구해야하니까요.

아이와 엄마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 육아 후에도 직장에 복귀 할 수 있는 분위기. 
누구의 아이라서 더 소중하다기 보다는 전체적인 사회가 다같이 아이를 키우는 사회적 약속이 되어 있는 것 같아, 
이럴 때는 체코가 경제 발전 규모로는 한국과 비교했을 때 작은 편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더 우호적인 사회환경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지난 주에 눈이 와서요. 사무실 앞에도 이렇게 눈이 많이 쌓였더라고요. 
소복소복 쌓인 눈을 강아지 마냥 신나게 밟고 출근하는데

아이들이 썰매를 너무 신나게 타고 있네요. 
꺄오~~꺄오~~~꺄르르~~ 웃는 소리에 저도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앞에서 엄마가 끌어주는 썰매를 타고 있는 자매의 모습이 예뻐서 사진찍고 싶다 했더니
제 독사진을 찍어 달라는 말인 줄 알고, 제 휴대폰을 자꾸 달라고 합니다. 

"아뇨. 제가 따님들 사진을 찍고 싶어서요." 라고 했더니
"아....."

그다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지만 흔쾌히 허락해주시네요.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두꺼운 외투와 털모자 꽁꽁쓰고 있네요. 
사진 속 아이들의 표정을 보시면, 뒤에 탄 언니는  방긋 웃고 있지만, 앞의 동생은  뭐하는 사람인지.... 
한 표정이에요. 
그래도 모자 아래 빼꼼히 나온 얼굴이 정말 귀엽네요. 

아쉽다면, 아까 소리치고 놀 때처럼 사진 속에서 좀 웃어주지는 ^^  웃는 게 정말 천사같이 예뻤는데 말이죠. 

+ 츨근길이라 급하게 찍느라 엄마는 사진에 담지 못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