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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웃음과 행복을 가져다 준 선물

체코생활 6년만에 드디어 플젠맥주공장 투어를 갔다고 포스팅을 했습니다. 

맥주공장 투어를 마치고 나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있어서, 공장 부지 내에 있는 식당에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맥주 공장 옆에는 600명까지 식사가 가능한 식당이 있습니다. 맥주공장 투어를 마치고 점심도 먹고 맥주 모자랐던 분들은 맥주를 더 마실수 있기도 하고요.

 

대형식당에서 식사를 하나보다..했더니 


어머나!!


저희 일행을 위해서 필즈너 맥주공장 측에서 특별히 회의실에 점심 식사를 준비해주신거 있죠. 

 


체코에 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다보니 이런 대접도 받아 보는구나..


이런 생각도 들면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음식은 스프, 요리, 디저트로 3코스였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오리요리는 양이 엄청나서 다 먹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후식 배는 따로 있다보니 케이크는 다먹었죠. 디저트는 사랑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이제 출발을 하려는데, 자꾸 맥주 공장 오기 전에 남편이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부인, 근데.... 맥주 공장에서... 나 기념품 하나 사다주면 안될까~~~? 


평소에는 뭘 사달라고 하는 남편이 아닌지라, 어떤 선물을 사갈지 고민이 됩니다.


아무래도 맥주공장까지 

  

 


이걸들고 하루 종일 이동을 하며, 오후에는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도 갔습니다. 


어휴.. 이눔의 맥주... 진짜 무겁네


이동을 자주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액체류가 은근 무겁습니다.

팔의 아픔을 느끼면서도, 이 맥주를 보고 신나할 남편의 모습을 상상하며 무사히 깨트리지 않고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오늘 제가 필젠 맥주공장을 다녀 온 것을 아는 남편. 

퇴근하자마자 묻습니다.

 

내 선물은?

.....

 

남편을 놀래켜주려고 아무런 대답을 안 했습니다. 


남편은 제가 반응이 없자, 맥주공장에서 준 브로슈어 봉지를 뒤적뒤적 거립니다.

 

흐음... 부인, 내 선물 없어?

무슨 선물?

진짜 없어?

거기 맥주공장 안내자료 있잖아

피...

 

남편은 맥주공장에서 빈 손으로 온 아내한테 잔뜩 실망한 눈치입니다. 


남편은 저녁 장을 봐 온 것을 정리하려고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 

필즈너 맥주 한병을 딱! 발견했습니다.

 

에헤헤헤헤헤~~이히히히히. 그럼 그렇지~

아이고야... 그렇게 좋아?

어, 당연하지

이거 비여과된 맥주야. 들고 다니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어?

고마워, 부인

그러니 발렌타인 선물 미리 받은거라 생각해

발렌타인은 다음주인데?

아, 그래도! 

 

병에 들어 있는 1리터 맥주라서 들도 다니느라 팔이 아팠지만, 남편이 저리 행복해 하는 걸보니ㅡ 혹시라도 다음에 필젠 맥주공장에 다시 가면, 힘들어도 또 사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날 아침. 

맥주 공장 투어를 마치고 받은 (남편이 뒤적거렸던) 봉지를 찬찬히 살펴보는데, 필즈너 우르켈 볼펜이 있습니다. 

남편, 이거 필즈너 우르켈 볼펜 봤어?

아니~어디? 어디?

어제 비닐봉지 뒤지다가 못 봤어?

어어, 못봤는데! 이야~~~~~!!! 멋있다. (가슴에 펜을 품고) 부인, 이거 나 가져도 돼?

당연하지

앗싸~

그렇게 좋아?

어, 완전 좋아. 오호호호호호호호. 필즈너 볼펜~~~


맥주공장에서 가져 온 진즉에 체코 남편 뱃속으로 사라졌지만, 볼펜은 남편의 가방안에 한동안 담아져 있겠네요. 

다른 이야기인데 선물에 관한 포스팅을 하다보니, 같이 올릴게요~ 


요즘 저희 딸램은, 미키미니가 아니면 옷을 입지 않으려고 합니다. 

린이집에도 미니가 잔뜩그려진 얇은 면바지만 입으려고 하고요, 덕분에 이 바지는 더럽혀지자마자 바로바로 빨아서 말려야합니다. 


바지는 그렇다해도 위에 옷이 마땅한 것이 없어서 퇴근 후에 후드티를 사러갔습니다. 

후드티를 하나 보여줬더니 자기 마음에 드는지, 바로 지퍼를 열어 입습니다. 계산할 때 벗기느라 애 좀 먹었어요 ㅠ


▼ 모자가 귀여워 씌웠더니, 떫떠름한 표정을 짓는 딸랑구 



후드티 말고도 미키미니가 그려진 다른 옷들을 찾고 있는데, 


남편이 요상한 모자를 들고 옵니다. 


부인, 이거 봐라~

냐하하하하하. ㅋㅋㅋㅋㅋ 남편!!!! 나 이거 마음에 들어 

진짜로?

진짜로 마음에 들어?

어! 나 이거 사줘

그래! 오빠가 사줄게 

앗싸~~!! 

저는 이 모자를 쓰고 쇼핑몰을 돌아다녔어요. 

(당황스러워 하며) 부인, 밖에서 쓴다고 했잖아

응, 밖이잖아~ 상점 밖~

아니~~~ 나는 완전히 쇼핑몰 바깥을 말한거였지

아~~ 몰라 나 이 모자 쓰고 숨어버리고 싶어

남편이랑 이 모자를 보면서 한참을 실소했습니다. 

나 지금 쓸래. 가격표 떼어도 되지? 

진짜? 그럼 환불 안돼 

환불 안 할건데~~너무 마음에 든단 말이야

근데 이게 뭐라고 500코루나(2만5천원) 해

어후~ 진짜? 500코루나면 스웨터 하나 값인데 

그치? 비싸지?

어. 살면서 가장 바보같은 물건을 산거 같애 ㅋㅋㅋ 

그러게 이렇게 바보같은 걸 누가 만들어서 파네 

근데 우리는 그걸 또 샀어! 냐하하하하

약간 스트레스성 충동쇼핑 같은데~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이거 파티같은데 입고 가면 되잖아. 좋다. 우히히히히히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놀라면서도, 계속 둘이서 키득키득 거렸습니다.  

파티 같은데 갈 데.. 정장이나 드레스 같은 것으로 쫙 빼 입고, 모자만 이거 써

아 뭐야~ 너무 이상하잖아. 그냥 평범하게 입고, 이 모자는 쓸게! 

ㅋㅋ 그래 그럼

남편, 근데... 이런거 나중에 또 사고 싶을거 같은데

우선 이 모자 쓰고 파티 갈 때마다, 200코루나씩 펀드를 들어줄게

오호~~ 좋은 생각인데

한 500코루나정도 모이면, 또 다른 거 사러가자

좋아 좋아

생각하지도 못했던 남편의 엉뚱한 선물에 많이 웃고 행복한 기운을 느낀 저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