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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체코까페에 상륙한 한국전통차

체코와 한국은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서로에 대해 이해의 간극도 큰 것 같습니다.

예전 포스팅 어딘가에 썼던 것 같은데, 저희 아버지가 친구분들께 체코여행 가자고 하시고 나서는 1시간 동안 체코는 더이상 공산주의 국가임을 설명을 하시고, 또 1시간을 이제는 체코슬로바키아가 아니라 체코와 슬로바키아 2개의 국가임을 설명하셨대요.

이렇게 높은 연령대의 한국사람에게 체코가 낯설듯, 높은 연령대의 체코사람들에게도 한국이 상당히 낯선 나라입니다. 게다가 한국 이야기가 체코뉴스에 나오는 경우 대부분이 김정은 미사일 쏘는 얘기다보니, 전쟁국가라는 인식이 강한듯 합니다.

반면 같은 공산주의 국가였던 베트남은 70년대에 유입된 체코 이민자들도 많고, 요즘에는 이민 2세대들이 체코인들과 학교를 다니고 사회까지 진출해서 체코사람들에게 친숙한 편입니다. (남편이 다니는 태권도 도장에 베트남 이민자 2세대들이 꽤 있는데요, 본인들을 '체코인'이라고 생각한대요)

베트남 사람들의 체코이민 역사가 길고 베트남사람이 운영하는 가게, 식료품점, 베트남 식당들을 주변에서 가까이 하다보니

체코 어르신들에게 체코에 있는 아시아 사람=베트남 사람 ? 이란 인식이 있을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제가 체코생활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을때에, 체코남편 동료가 저에 대해 물어본적이 있는데요.

너희 부인 어떡해, 이렇게 추운 겨울은 처음일거 아냐~

아니, 아니ㅡ 이분이 한겨울 한강물 꽁꽁 언날, 얼굴살 에이는 칼바람에 스케이트 타봐야.
아~~ 한국은 동남아시아가 아니라 영하 10도까지 거뜬히 내려가는 겨울이 있구나~~ 하시려나요 ^^

당연히 체코사람들 중에서도 아시아에 관심이 많은 저희 남편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제가 체코에 온지 얼마되지 않아서 야미식당을 갔었는데, 스시롤을 시키고 남편이마실 것을 시키는데 YUZU Tea 를 주문했습니다.

처음에는 뭐를 시키는지 잘 몰랐다가, 차가 나온걸 보니 유자차가 아니겠어요!

체코남편을 통해 YUZU TEA 가 유자차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일본식당이나 한국 식당에 가면 시킵니다. 
작년 겨울에 갑자기 오코노미야끼가 먹고 싶어서 프라하2구역에 MoMoichi 일본음식점에 갔는데, YUZU tea 메뉴가 있더라고요.

날도 쌀쌀해서 YUZU tea를 시켰는데, 세상에나.ㅠ.ㅠ

유자는 찾아볼수가 없고 달콤해야할 유자차가 밍숭맹숭합니다. 숟가락을 유자청에 담궜다가 물에 헹군것 처럼말이죠. 유자차 메뉴라고 판매하기는 가격대비 실망이었어요.

프라하생활이 일상이 되다보면 생활반경이 좁아져서, 강건너 프라하 서쪽은 갈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최근에 지하철 B선 luziny 역에 처음 가봤는데, 독특한 조형물 사진이 있어서 찰칵! 언제 이 역을 다시 오게될지 몰라서요.

Luziny 역은 규모가 작긴하지만 쇼핑센터가 바로 연결되어 있어서 좋더라고요. Stodulky 라고 하는 거주지역이 가까운데, 주변에 사는 거주민들은 편리할것 같았어요.

근방에 볼일이 있어서 왔는데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잠시 앉아서 기다릴 커피숍을 찾았습니다.

프라하에 있는 대형 커피숍 체인은 크게

1. 스타벅스 Starbucks
2. 코스타 커피 Costa Coffee
3. 크로스까페 Cross Cafe

입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크로스까페가 제일 체코현지느낌에 가깝게 소박한 것 같아서 종종 이용합니다.

크로스까페에 들어가서 뭐를 시킬까... 고민하는데ㅡ
신메뉴 소개에 큰 그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Tradiční Korejský Nápoj (전통 한국차)
그리고 바닥에 선명하게 한글로 적혀 있는 유.자.차.

프라하 한식당이나 일식당을 가야지 볼수 있던 유자차를 체코까페에서 볼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반가운 마음에 메뉴를 바라보고 있는데, 까페 직원분이 제가 유자차에 관심이 있으니 메뉴를 소개해줍니다.

유자차라는 한국 전통차인데, 저희 신메뉴로 나왔어요. 신맛과 단맛이 잘 어우러지는 차입니다. 비타민도 들어 있고요
(저, 한국사람이에요. 유자차가 무슨 맛있지 너무도 잘 알아요~~)
... 네ㅡ
레몬보다 비타민 함량이 높아서 몸에도 좋은데요. 한번 드셔보시겠어요?
민트티  주문할게요

이 날은 유독 프레시 민트티가 마시고 싶어서 크로스까페를 간거라서 민트티를 주문했습니다.
막상 차를 받아서 쟁반에 들고 자리에 앉으니

아... 그래도 한국음료 신메뉴 소개인데... 주문할걸 그랬나...

살짝쿵 후회가 밀려옵니다. 어쩌면 벌써 체코겨울이 끝나는 무렵이라 그리 춥지 않아서 따끈한 유자차의 그리움이 덜했나봐요.

기대치 못한곳에서 한국을 만나니 체코와 한국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 반가운 날이었습니다.

소소한 체코생활 이야기가 재밌으셨다면, 공감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