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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환자 상태는 담당 의사인 '내'가 결정하는 것

올 9월에 제가 좀 아팠습니다.  
아름다운 여름에서 싸늘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 오면 주기적으로 몸에서 신호기 오는거 같기도 하고요.
보통 며칠 앓다가 지나가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상태가 안 좋아서 9월 중순쯤 의사 선생님한테 갔었습니다.

체코는 몸이 안 좋을 때 보통 일반 의사 선생님이 먼저 진단을 하고, 그 이후에 추가 검진이 필요하면 전문의를 찾아갑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바로 전문의를 찾아가기도 하고요.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이 계속되고, 아침에 일어나니 토할거 같아서, 얼른 의사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병원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제 주치의 선생님과 딸의 소아과 선생님은 하루 반나절 근무를 하십니다.

오전 7시 - 오후 1시까지 이거나, 오후 1시- 5시까지 이거나요. 그래서 병원 방문 전에 병원문을 연 시간인지 미리 확인하고 가야합니다. 어느 병원이나 9시-6시 또는 7시까지 갈수 있는 한국의료시스템과 비교하면, 불편하게 느낄수 있습니다.

웹사이트를 확인해보니 다행히 오전부터 연 날이어서 병원을 갔습니다. 

남편, 나 오전에 병원 좀 가봐야할거 같아. 딸 어린이집 좀 데려다 줘
응, 그래


남편에게 어린이집 등원을 맡기고 트램을 타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나는 아프구만,,,, 병원 가는길이 Vinohrady 근처라 속절없이 가을 모습은 멋지기만합니다. 

대기실에 들어가니, 한 두명 정도 환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Další,prosím! (달쒸- 쁘로씸-, 다음 분이요)

어디를 가나 ~~ 내 성씨는 '달'씨 ~~ 

(체코어 농담입니다 ^^ 못 알아들으셨으면 가볍게 패~~스!) 

'달'씨 를 부르시니 진료실로 들어 갔습니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위장쪽이 아파서요
진단하게 옷 좀 올려보세요
(소심하게 올림)
좀 더 올려보세요

의사선생님이지만, 아픈 곳이 배쪽이라 괜시리 뱃살이 드러나는게 부끄러웠어요. 

조금씩 건강식으로 자주 먹어야합니다. 약을 처방해줄테니 병가 기간동안 몸 잘 보살피면서 식전으로 잘 챙겨드세요. 

매운거 튀긴거 자극적인 음식 안됩니다

제 머릿속에 바로 스친 생각은

하아... 매운것...고추가루 팍팍 넣어서, 남편이 김치 담궈놨는데...

남편이 엊그제 담궈서, 냉장고에 고이 모셔져있는 김치통이 생각났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인친분이 포스팅한 내용중에 대공감했던 문구인데,

"몸은 체코로 왔는데, 입맛은 한국에 놓고왔어요"

매운 음식은 프라하생활 고비를 넘는데 엄청 힘이되거든요. 근데 매운 음식 금지라니오..
우선 아픈 몸을 달래야하니 김치는 그림의 떡인걸로 해야죠ㅡ

처방전 약과 병가 종이를 받아서 약국으로 갔습니다.

체코 직장 병가서류 neschopenka
(I. Díl, II. Díl 파트 1, 2)

체코 병가서류 

(III. Díl, IV. Díl, 파트 3, 파트 4)
파트 3 - 파란 종이, 회사제출용

파트 4 - 병가 종료

처음 이 병가 시스템을 알게 되었던 것이, 체코생활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때였어요.

직원 한명이 갑자기 아프다고 사무실에 안 나오게되어서ㅡ

제가 갑자기 그 분이 담당하던 고객사를 맡게 되었는데, 새 고객사라 정보가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며칠 뒤, 출장에서 돌아와 출근했더니 그 직원이 책상 위에 앉아 다른 직원들이랑 수다를 떨고 있는게 아닙니까!!

저는 속으로 

얘기 끝나면 새 고객사 관련해서 물어봐야지.. 

생각하고 다른 일 하는 중에 그 직원이 사라졌버렸습니다.

어, ㅇㅇ 직원 어디 갔어요?
집에 갔는데요
네? 오늘 출근한거 아니에요?
아니오, 서류 제출할게 있어서 왔어요
그럼 언제쯤 회사 복귀 예정인가요?
얼마나 더 걸릴지 그거야 모르죠 

아니, 병가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니요;;; 


그때는 황당했는데, 체코 의료 병가 시스템을 알고나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여기서 잠깐~~ 체코 의료체계의 병가 시스템 !  

1. 우선 1차 병가가 시작한 뒤, 의사선생님과 2차 검진 날짜를 정합니다.  

2. 2차로 검진을 하는 날, 상태가 호전되면 병가를 종료하고 출근을 하고요.

2-1. 2차 검진할 때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병가가 연장이 됩니다. 

3. 보통은 3번째 검진 정도하면 병가 종료를 합니다.

제가 그 직원을 봤을 때 1차 병가 관련 서류 제출을 하러 온 것이었어요. 

그래서 병가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한거지요.


병가 기간동안은 근무를 하지 않았으니 월급이 안나오게 됩니다. 대신 기간에 따라 정부 보조금이 나오고요. 

살아가는데 돈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긴하지만, 몸 아픈데 돈 얼마 받는게 무슨 소용있나 싶긴해요. 


오늘은 상태가 안 좋기는 한 지, 처방전 약을 받았습니다. ㅠㅠ 

약국가서 약을 받는데, 약값을 안내도 된다하네요 ;;;

체코 의료 시스템이 미리 예약을 해야하고, 많이 기다려야하는 단점도 있지만, 이렇게 처방전 약값을 별도로 내지 않는 건 참 좋네요. 단, 사회보장 및 의료보험 세금은 €..€ 냅니다.

* 약 관련 체코어 

상자에 1-0-1 써진 것은 아침-점심-저녁 중에 (점심 거르고) 아침이랑 저녁만 먹으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밑에 볼펜으로 써진, 

před jídlem (프렛드 이-들렘)  : 식전 

před : 이전의 jídlo : 음식

před + 7. Instrumental (문법 변화형)

jídlo -> jídlem (체코어 변화형 1~7. 중에 7번, 인스트루멘탈까지 공부하고 나면 '멘탈' 나갈거 같아요 >..<)

병원을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프라하 생활을 하면서 2번의 병가를 쓰게 되었네요. 
한번은 임신했을 때, 한번은 이번에요. 

아플 때 병가를 사용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경험할 때마다  

체코 사람들... 참 사람답게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sick day 를 주는 회사마다 방침이 다르겠지만, 제가 아는 회사들은 갑자기 오전에 몸이 안 좋으면 당일 오전에 상사에게 알리고 sick day를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상반기 1일, 하반기 1일 이렇게 제한도 있었고요. sick day 사용은 회사 내규에 따라 다릅니다. 

제 주변의 체코 직원들은  

몸이 안 좋으면 재택근무를 신청하거나 병가를 내지... 아픈데, 내 휴가를 쓴다고 ??? 

휴가 = 진~~짜 '내'가 쉬고 싶을 때 쉬는 날, 이런 개념이라고 해야할까요? 

한국에서는 몸이 아프면, 휴가를 하루 이틀 내기도 한다는 얘기를 하니, 현지 직원들의 반응이 당황스러웠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 제 주변의 사람들의 생각을 담은 글입니다. 아플 때 휴가를 쓰는 유럽 사람들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되도록 휴가는 정말 길게 붙여 쓰는 휴식을 취할 때 쓰려고 하는 거 같아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