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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하는 체코사람들의 태도

최근 체코에서 가장 핫한 뉴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닐까 싶어요.
2022년에 아직도 국경을 침범하는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마음이 착찹합니다.

게다가 지리적으로 체코와 우크라이나가 많이 멀지 않다보니 더 무겁게 다가오나봅니다.

러시아 군이 점점 우크라이나 내륙으로 전진할수록 체코 남편의 불안도 커져갑니다.

부인, 혹시 모르니까 한국행 비행기를 끊어 놓는게 좋지 않을까?
내가 군대 소집 명령 내려지면, 딸이랑 최대한 빨리 한국 가도록 말이지
설마... 그런 일이 벌어지면 절대 안돼지 ! 말이라도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이미 한국 정부에서 탈출하라고 명령하겠지


소련 연방 체제에서 러시아를 겪어본 체코 사람이기에, 현재 러시아의 행보에 대해 더욱 우려하는 것 같습니다.

전쟁 상황을 피해 체코로 온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대부분 여성과 아이들입니다.
체코 정부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고 거주증 발급과 일자리, 아이들의 학교 등 체코생활을 이어갈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일반 가정집에서도 난민과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도 있습니다. 언제 전쟁이 끝날지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내 주거지를 타인에게 개방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결정일거 같은데 말이죠.  

프라하 올드타운 미술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프라하 도심 곳곳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볼수 있습니다.

정말 다양한 장소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걸어 평화를 응원하고 있고, 워낙에 많이 걸려 있어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나라가 체코인지 우크라이나인지 착각이 들 정도 입니다.

제가 체코에 살면서 이 정도로 체코 국기가 도배하듯 걸려 있는 풍경을 보지 못했거든요.

극장 건물 외벽에 조명

극장 외벽에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조명으로 우크라이나 국기를 표현하기도 하고요,
체코 국기와 우크라이나 국기를 나란히 게양하고 있는 라디오 방송국 건물도 있고요

이번 우크라이나ㅡ러시아 전쟁에 대해, 체코 사람들이 더욱 분개하고 관심을 쏟는 이유는 역사적인 배경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 구 소련 국가로서 체코와 우크라이나 모두 러시아의 영향을 받다보니,
주권을 깡그리 무시한 채 침략을 한 러시아 군대를 보며ㅡ
과거에 무력으로 침공했던 소련군의 악몽이 살아나는 것 같은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싶습니다.

커피숍에서 나눠 준 리본

어떤 커피숍에서는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로 리본을 만들어서 무료로 나눠주기도 하고요.

또 다른 커피숍에서는 '평화차(Peace Tea)'라는 메뉴를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에 맞게 만들어 수익을 우크라이나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기부하고 있기도 합니다.

평화 차

개인이고 기업이고, 기관에 상관없이 정말로 다양한 곳에서 체코사람들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병원 건물에 걸려 있는 우크라이나 국기

기차가 지나가는 다리 벽 아래쪽에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로 색깔을 칠해 놓기도 하고요.
우연인지 의도적인지는 모르나, 거리 이름 svoboda (자유)와 연관있는 이름입니다.

다리 벽에 색칠된 우크라이나 국기

평소에는 무뚝뚝해보이기도 하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체코사람인것처럼 보이지만.
정치적인 의견과 평화를 지지하는 데 있어서는 적극적이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자유와 민족에 대해 중시하는 체코사람들이기에, 주변국가로 부터 이들만의 언어와 문화, 역사를 지켜온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아무쪼록 전쟁이 끝나, 모두 평화로운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수 있기를 진정으로 기원합니다.